2009. 10. 17. 18:41

D+256 071126 비글 해협 투어, 우슈아이아

우슈아이아까지 오긴 왔는데 여기선 뭘 해야할까? 비글 해협 크루즈, 남극 투어 등을 할 수 있다는 곳이라는데...
남극은 여기서 1000km정도 떨어져 있다. 11월 중순부터 시작되는 남극 크루즈 투어는 7일 여정에 4000불정도.
남극에 제일 가까이 와 있으니 한 번 해볼만도 한데 비용, 시간이 문제, 언젠가 남극에 갈 수 있는 날이 올거야, 생각하고 포기.

우선 모레 뿐따 아레나스 가는 버스표도 살 겸 나가본다.

역시 서울은 없고, 제일 가까운 도쿄와는 만 칠천 킬로미터 떨어져 있다.

카지노가 있는 거리 모습.

호텔, 기념품 가게 등이 밀집해 있는 산 마르틴 거리.

반가운 우리나라 자동차, 대디 것이랑 똑같은 종류.

한국 옷가게도 발견, 어제 한국 교포 분이 말씀하셨던 다른 교포 분 가게인 것 같다.

여행사에 들러 모레 뿐따 가는 버스표를 샀다. 기다리며 리플렛을 보니 펭귄, 가마우지, 등대 등을 보러가는 투어가 있다.
오후 출발, 165페소(5만원). 펭귄은 뿌에르또 마드린에서도 봤지만 여기까지 왔으니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아서.

시내 어디를 불러봐도 보이는 눈 덮인 산.

여기는 아르헨티나, 반도의 반쪽은 칠레인데 그 쪽에는 큰 도시가 없는 것 같다.

지나가는 관광객의 눈으로는 아름다운 풍경이지만 막상 여기 사는 사람들에게는 험한 자연 환경일 것이다.

그래도 멋있는 건 멋있는 거다.

발랄한 여학생들.

기념품 시장에 들러봤다. 대디가 귀국하시니 가족들에게 선물이라도 보내야 할 것 같아서.
선물 고르다 지쳐 다시 호텔에 들어와 쉬었다.
친절한 여자 매니저와 몇 마디 나눠 봤다. 어제 본 키 크고 잘 생긴 청년이 아들이란다.
-네? 몇 살이신데 그렇게 큰 아들이 있어요? 30대 아니세요?
-난 42살이고 아들은 18살이에요.
원래 고향은 우슈아이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살다가 호텔 경영하는 아버지를 도와주러 돌아왔다고.
도시에서 인생의 쓴 맛을 보고 고향으로 돌아온 것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여인이었다.

크루즈 시간이 되었으니 항구 쪽으로 가 보자.

비글 해협은 우슈아이아 남쪽의 좁은 해협,

대서양과 태평양을 잇는 중요 채널(내 생각)인지 큰 배들도 많이 정박해 있다.

아까 투어 회사에서 산 표를 여기서 승선표로 바꾼다. 여기서 샀으면 더 싸게 할 수 있었을까?
괜히 기분나쁠까 봐 가격을 물어보진 않았다.

19세기의 범선 같이 생겼다.

마스트에 돛 휘날리면 멋있겠다.

크루즈 출발.

우슈아이가 멀어지기 시작한다.

눈 녹은 부분과 쌓여있는 부분이 일직선으로 나뉘는 게 신기하다. 산의 높이는 1500미터.

넓은 바다로 나아간다.

비글 해협 반대쪽에 있는 푸에르또 윌라암스라는 도시였던가?

요즘 본 <카모메 식당>이라는 일본 영화가 생각나는 사진.

드디어 펭귄이 잔뜩 앉아 있는 바위섬 발견.

가까이 다가가 보니 펭귄이 아니라 바다새다. 까만 등, 하얀 배가 펭귄이랑 너무 비슷, 이렇게 진화한데는 공통의 이유가 존재할 것이다. 다윈이 좋아했다는 파타고니아 남쪽에 오니 저절로 다윈 처럼 생각하게 된다.

여기서도 팔자 좋은 건 강치. 뿌에르또 마드린의 바다 코끼리도 그랬는데 이런 바다 포유류는 열심히 살지 않아도 되도록 진화한 것 같다.

여러 종류의 크루즈 배가 비슷한 코스로 운행한다.

다시 한 번, 이게 푸에르토 윌리암스 인가?
사실 제일 남쪽에 있는 마을은 칠레령, 푸에르토 윌리암스이다. 크루즈나 비행기를 이용해 갈 수 있다고.

저기 멀리 등대 발견.

에클레르 등대(Faro Les Eclarireurs), 태양열로 발전하고 있다. 영화 <부에노스 아이레스>에 나온 이후 유명해졌다는데 난 그 영화를 봤는데도 왜 하나도 기억이 안 날까?

어쨌든 증명 사진은 한 장 찍어주고.

다시 또 하나의 섬에 접근하기 시작.

진짜 펭귄이 사는 섬이다.

섬에 내리는 투어도 있나보다. 펭귄을 안아보거나 그럴 순 없겠지?

키스하는 펭귄.

무관심한 펭귄.

싸우는 펭귄.

역시 펭귄 증명 사진. 섬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무척 춥다.

이제 돌아가는 길, 비가 부슬부슬 내리기 시작한다.
배가 갑자기 서더니 고래가 있단다. 고래, 고래? 갑판으로 뛰어나가 보았지만 고래 등만 겨우 봤다.
그런데 우리 눈 앞에 나타난 건,

쌍무지개.
아름답다, 쌍무지개라는 게 정말로 있구나. 결국 오늘 투어에서 가장 멋있었던 건 예기치 않은 쌍무지개의 출현이었다.  

무지개 증명 사진.

세 시 반에 출발한 투어 9시가 되어 끝났다. 아직 세상은 환했지만.
오늘이 아빠랑 마지막 저녁이라 어제 봐둔 크랩 레스토랑에 갔다. 크랩은  너무 비싸 못 시키고 해물 모듬 2인분을 시켰다.

푸짐하긴 한데 좀 짜다. 75페소.

내일 아빠는 부에노스 아이레스, 엘이이를 거쳐 한국으로 돌아가는 긴 여정을 시작하신다.
인터넷으로 예약해 둔 부에노스 아이레스 호스텔에 전화를 했다.
-Mi Padre, no abla espanol. Arriva mas tarde manana. 
내일 늦게 도착하니 기다려 달라고 부탁하는 전화를 했다. 엘에이 호텔도 예약하긴 했는데 위치를 잘 몰라서 걱정. 
24일간 아빠와의 여행, 일생의 처음이자 마지막의 기회였을 것이다. 처음에 걱정도 좀 했는데 최고의 파트너와 함께 한 무척 즐거운 여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