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9. 16. 10:29

다리 건너 마을 방문, 9/10(월)

보건소 마당에서 내다보니 학생들이 점심 먹고 학교로 돌아가고 있다.

집이 먼 학생들은 어떡하지? 도시락을 싸오는 것 같진 않고 사 먹는 걸까?

낮에는 햇볕이 강해 모두 우산을 쓴다.

 

- 헤이, 닥터 고, 가자!

- 어디?

- 지난 달에 보건소에서 출산한 엄마 방문하러 가자.

차를 타고 단 5분 가더니 내리란다.

오호, 이 다리를 건너야 마을이 나온다는 거다. 한참 앞서가는 닥터 케이.

- 목숨 걸고 일을 할 필요는 없쟎아!

닥터 케이 등 뒤에 소리를 질렀지만 사실 나는 이런 다리를 매우 좋아한다.

강가에는 물놀이하는 어린이들.

주말 내내 비가 내리더니 오늘은 날씨가 개어 무척 덥다.

시골집은 대개 이렇게 땅에서 높게 나무로 지어져 있다.

 

애기 엄마네 집에 찾아갔는데 엄마는 강에 씻으러 갔단다. 잠깐 기다리라고 테이블에 의자도 내주고 물도 따라 내온다. 물은 무얼 넣고 끓였는지 색깔이 있었는데 마셔보니 연기에 그슬린 맛이 났다. 이런 물은 안전하다고 들었기에 벌컥 벌컥 마셔댔다.

남는 시간동안 여인들의 베짜기(?) 구경. 시골에서 여자들이 현금을 만져볼 수 있는 유일한 일이라고. 할머니, 연세도 있어서 눈도 잘 안 보이실텐데 정교한 작업을 능숙하게 하신다. 이렇게 짠 천은 주로 라오스 여자들의 전통의상-매일 입는 일상복이기도 하다-씬을 만드는데 쓰인다.

또 한 애기 엄마 만나러 가는 길,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는 위성 안테나.

댐을 건설하여 수력발전을 하게 됨으로써 이제 라오스 사람들도 전기의 편리함을 누리고 있다.

햇볕이 나서 가져온 도보건국장의 선물 라오스 전통 양산, 이거 없었으면 타죽을 뻔했다.

 

두 번째 방문한 집은 애기 낳았다고 잔치가 벌어지고 있었다. 애기 엄마랑 얘기를 나누는데 술에 취해 벌개진 남자가 술병을 들고 옆에 와 앉는다. 눈인사만 하고 얘기를 끝내고 가려는데 술 한 잔 하고 가라고 자꾸 붙든다.

- 애기 아빠에요?

아니란다. 그럼 누구? 그냥 아는 사람. 애기 아빠는? 멀찌감치 앉아서 모르는 척 하고 있다.

결국 독한 라오 술 라오라오를 한 모금 마시고서야 일어날 수 있었다. 

음, 오토바이도 다니는 튼튼한 다리군.

우기에만 강색깔이 이렇다는데 건기에는 맑을까?

도시에서야 쓰고 다니면 웃기겠지만 시골에서야 뭐...

근데 얘네는 지금 나를 보느라고 다리를 안 건너고 있는 건가?

물놀이는 계속 되고...

학생들은 귀가중, 근데 니네는 점심 먹고 학교 가더니 벌써 끝난 거야? 페달을 밟는 소년의 다리가 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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