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10. 13. 10:09

오지마을 찾아가는 길

한국에서 다큐멘터리 촬영팀이 왔다. 오지 마을에 찾아가서 사는 모습을 찍어야 한다는데...

오지 마을이라 함은 어떤 곳을 말하는 걸까?

 

우선 시엥쾅 도의 제일 오지인 농헷군으로 가서 보건부 관계자들과 논의를 거듭한 끝에 어떤 소수민족의 마을에 찾아가보기로 했다. 차 타고 두 시간, 걸어서 세 시간을 가야 한다는데 과연 이 많은 짐을 들고 저질 체력으로 갈 수 있을까?

하룻밤을 보낸 농헷 게스트하우스에서 내려다본 읍내 풍경.

 

며칠 마을에서 지낼 수도 있기에 장을 보러갔다.

내가 산 것은 아마도 구제일 것 같은 워킹화, 40000킵(6000원), 다른 사람들도 우루루 몰려와 등산화를 구입하는 바람에 농헷 시장 등산화 가게는 오늘 대박 났다.

포장 도로를 벗어나 비포장 도로로 접어들었다.

끝이 없이 펼쳐진 산,

촬영은 계속된다. 다큐멘타리에서 보는 저 멀리 차가 지나가는 모습이 이렇게 해서 나온다. 어떤 상황에서나 가장 최전방에 서 있는 촬영감독.

라오스 북부에는 민둥산이 많다. 누렇게 보이는 것은 옥수수밭, 옥수수를 따서 저장하면 우기에 썩을 수 있기에 옥수수대에 달린채로 말린 후 딴다.

요즘이 옥수수 철이라 큰 트럭이 옥수수를 싣고 다니는 것을 많이 보았다. 쌀은 자급하고 수출하지 않지만 옥수수는 중국이나 태국으로 수출한다고.

퀼트를 해 놓은 듯한 모습. 옆의 정부장님 말씀, '스위스랑 똑같네', '그런가요?'

 

시엥쾅 지역은  인도차이나 전쟁 때 미국이 엄청나게 폭탄을 퍼부은 곳(공식적으로 2,093,100톤)으로 보기에는 평화로워 보여도 아무 산이나 돌아다니면 안 된다. 터지지 않은 폭탄(UXO:unexploded ordinance)이 아직 많이 남아있어-제거 노력이 계속되고 있지만 이 속도대로라면 150년 후에나 해결이 된다고- 매우 위험하다. 실제로 시엥쾅 지역에서 하루에 한 명 꼴로 UXO의 폭발로 해를 입는다고.

라오스 북부 어디가나 물이 콸콸 흐르는 개울이 있고 다리도 빠질 수 없다.

이 마을인가 했더니 아니란다. 보건소와 학교가 있는 큰 마을이었다.

원래 여기부터 세 시간 걸어가야 한다고 했는데 막상 와 보니 차로 갈 수 있단다. 신발까지 준비했는데...아쉬운 척 했지만 어찌나 기쁘던지...

비포장 길을 한 시간쯤 더 달려, 이 마을일까요? 아직 아니란다. 아까 마을에는 그래도 인공적인 색채가 있었는데 이제 모든 것은 자연에서 나온 것으로 만들어진다.

갖고 간 과자를 주었더니 즐거워하는 아이들, 어디서나 아이들은 과자를 좋아한다.

길은 점점 좁아지고 한 가득 나무를 해 돌아가는 아이들을 만나기도 했다. 

아, 저 마을이라구요? 산꼭대기에 오롯이 올라앉아 있는 저 마을?

어디선가 개 한 마리가 마중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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