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8. 1. 11:05

쿠알라룸푸르 가는 길

그동안 비행기는 몇 번 탔지만 여행다운 여행은 못한 것 같아서 이른 여름 휴가를 떠나기로 했다.
바닷가에 가서 푹 쉬고 싶고, 짧은 여행이니 멀지 않은 나라, 그 중에서 안 가 본 나라를 찾다보니 말레이지아가 괜찮을 것 같았다.
말레이지아에 유명한 비치도 많지만 바다 색깔이 예쁘면서 배낭여행자의 천국이라는 쁘렌띠안 섬에 가기로 했다.
그런데 섬이다 보니 가는 길이 쉽지 않다. 쿠알라룸푸르에서 국내선을 타고 코타바루(Kota Bahru)까지 가고 거기서 택시-배로 이어지는 경로를 선택했다. 쿠알라룸푸르에서 야간 버스를 타고 갈 수도 있으나 시간도 없고 긴 버스 여행은 너무 힘들 것 같다.

B지점이 코타바루, A가 쁘렌띠안 섬(Perhentian island), 태국 국경에 가까운 곳이다.
간만에 배낭을 메고 나서는 길, 7kg 나가는데 꽤 무거웠다. 전에 13-14kg는 어떻게 들고 다녔지?
오늘도 역시 허브라운지, 다시 배낭여행자의 자세로 돌아와 공짜 음식을 마구 먹어주었다.
베트남 항공을 타고 호치민을 거쳐 간다. 출발 일주일 전에 예약했는데 597,000원, 직항보다는 20만원 가량 싸고 환승 시간도 2시간 정도니 괜찮은 편이다.
그리고 밥도 맛있다. 국적기 빼고는 제일 괜찮은 것 같다. beef rice.

네 시간 반 만에 호치민 도착. Lion 항공은 인도네시아 저가항공.
호치민 공항은 하노이 공항보다 현대적이고 한적하다.
긴 거리는 복도 좌석을 달라고 하고 짧은 거리는 창가 자리를 달라고 하는데 매번 날개쪽에 앉게 되는 이유는 뭘까? 좌석 정해줄 때 얼굴이라도 보고 주는 걸까?.
식사를 서빙하는 베트남 항공 스튜어디스, 전통의상 아오자이를 입고 있다. 옆의 옷깃 사이로 옆구리 살이 보이는데 음, 살찐 사람은 못 입겠다. 베트남 여자들이 전반적으로 날씬한 건 아오자이를 입으려고 조절해서 그런 걸까?
피쉬 라이스, 양념이 짭잘하니 이것도 맛있다. 밥도 동남아식이 아니라 끈적한 쌀로 지은 밥이고 과일도 신선하다.
한 시간 반 만에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Kuala Lumpur International Airport, KLIA)도착.
도착과 출발 터미널이 섞여 있어서 뻔쩍거리는 면세점 사이를 뚫고 패스포트 컨트롤을 찾아가야 한다.
에어로 트레인을 타고 메인 빌딩으로 이동한다.
입국 심사 줄이 안 줄어들어 왜 그런가 했더니 지문을 찍는다. 이런 얘기는 어디서도 본 적이 없는데 언제부터 그런걸까? 잠재적인 범죄자로 보는 것 같아 기분이 좀 나빴다.
입국 심사하는데 한 시간이 넘게 걸리니 짐은 다 내려져 있다.
오늘 공항 주변에서 자고 내일 쁘렌띠안으로 가야 하니 환전할 데가 공항 밖에 없다. 섬은 물론 환율이 안 좋단다.
ATM 에서 현금인출을 시도했는데 자꾸 에러가 난다. 두 번 에러가 나고 세번째 시도하려 했더니 어떤 아저씨가 뒤에서 '세 번까지 틀리면 카드를 먹어버려요, big problem 이 생기죠' 한다. 내가 시도하는 걸 다 보고 있었나 보다. ' 아, 그러면 안 되죠, 큰일이죠, 고마워요' 큰일날뻔했다. 말레이지아 사람들 친절하구나.
다른 기계에서 다른 카드로 시도하니 비밀번호를 6자리 누르라고 한다. 네 자리만 눌러서 에러가 났던 것. 현금인출 성공.
자, 이제 진짜 말레이지아를 보러 나가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