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12. 6. 19:49

11월 일상, 피아노를 사다, 비엔티안

예전에 아랫집 M양이 준 매실청으로 반찬을 만들면 감칠맛이 났다. 그래서 쿠비엥 로드를 지나가다 매실 비슷한 것을 발견하고 충동적으로 사 버렸다.

근데 나는 매실이 어떻게 생겼는 지 몰랐던 것이다. 매실은 표면이 살구 같은데 이건 매끈, 크기만 매실만 하고 맛은 사과 비슷했다.

그래도 담았다, 이름 모를 청. 배경은 요새 시즌 1부터 시즌 7까지 되풀이 해서 보고 있는 빅뱅이론의 엑조틱한 주인공 라제쉬.

며칠 지나니 설탕이 다 녹았다. 열매를 건져내고 냄새를 맡아보니 매실청 비슷한 냄새가 났다. 당분이 발효된 것이니 비슷할 것이다. 볶음 요리에 넣어보았더니 뭐 그럭저럭 맛도 비슷한 것 같다.

주말마다 가고 있는 Naked Espresso 까페의 라떼와 컵케잌. 장사가 잘 되었는지 시내에 분점도 내었단다.

바게뜨 모짜렐라 치즈 얹어서 굽고 사과와 함꼐 토요일 아침.

가끔 아침 일찍 나가서 갓 구운 따뜻한 바게뜨를 사와서 그냥 뜯어먹기도 한다, 마치 여기가 파리인 양.

바게뜨는 대나무 바구니에 담겨서 식는 것을 막기 위해 아주 오래전부터 그 용도로 사용되었을 지저분한 천으로 덮혀 있는데 뭐 맛있으면 그만.

옆자리 M양(아랫집 M 양과는 다른)이 단감 두 개를 주었다. 중국에서 수입한 것으로 생각되는데 요사이 많이 판다. 

단감을 미처 다 먹기도 전에 M양은 일 년 간의 라오스 생활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갔다. (두 명의 M양은 한국으로 돌아갔다는 공통점이 있다.)

오랜만에 먹는 쌀국수, 고수를 빼 달라고 했더니 파를 잔뜩 넣어주어 원래 먹던 것과는 약간 다른 맛이었다.

직장 가까운데 '퍼 셉'이라는 유명한 쌀국수 집에서 먹은 것.

또 네이키드 카페.

사바이디 스시의 정식 메뉴. 돈까스, 초밥, 샤브샤브, 샐러드까지 나오는데 2인용을 둘이 먹기는 좀 많고 셋이 먹으면 딱 적당할 듯. 맥주 한 병 곁들여 또 다른 M양이랑 둘이 먹고 배터져 죽는 줄 알았다.

찬타파냐 옆 일본라면집(이름이 뭐더라...큰 간판은 한자로 씌여 있다)에서 시킨 두부 샐러드.

냉라면을 시켰더니 샐러드와 비슷한 재료에 비슷한 맛이었다. 새우크래커라는 것이 곁들여 나오는데 내가 좋아하는 알새우칩이랑 똑같은 맛이었다. 국물 라면은 맛있다는데 아직 안 먹어보았다.

토요일 아침 유기농 시장에 가서 사온 것, 가지, 피망, 상추, 버섯, 파파야는 일반적인 것인데 포장된 콩나물이 있길래 반가워서 사왔다.

상추로 무침을 만들고,

버섯은 볶고,

콩나물은 맛살을 사다가 겨자 소스 냉채를 만들었다.

겨자를 아낌없이 넣었더니 코가 매웠지만 그 맛에 먹는 냉채.

가지는 모짜렐라를 얹어 구워봤는데 껍질이 너무 딱딱해져서 치즈와 속만 파먹었다. 이 동네 가지는 좀 억센 듯.

피망과 양파는 볶아먹었다.

파파야는 약간 이상한 냄새가 나는데 그 냄새만 참으면 먹을만하다.

씨를 기대하고 쪼갰는데 안이 깨끗,

근데 두번째 것은 이전에 본대로 징그러운 까만씨가 가득. 암, 수 열매인 걸까? 아니 그럼 암 쪽에만 열매가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앞의 것은 무성생식 파파야였던 걸까?

또 네이키드 카페, 블루베리 치즈케잌과 라떼.

이건 무슨 과일일까요?

쥬스로만 먹어보았던 구아바가 이렇게 생겼다. 사과랑 비슷한 식감인데 더 퍽퍽하고 약간 심심한 맛이다. 가운데에는 작지만 아주 딱딱한 씨가 있어 혹시 이 사이에 끼면 곤란하다.

냉동실 공간 확보를 위해 6개월전부터 잠자고 있던 냉동 야채를 몽땅 꺼내 부쳤다. 볶음밥을 만들기에는 양이 너무 많았다. 야채들이 흩어지지 않게 하느라고 고생했는데 맛은 그저 그랬음.

건강을 위한 비빔면 세팅, 오이와 고추.

차이나 타운에 자전거를 사러 갔다가  자전거는 못 사고 만두 열 개를 사서 오는 길에 다섯 개 먹고 다섯 개가 남았다.

남은 채소와 오뎅을 다 볶았는데 역시 가지는 뻣뻣해서 뺴고 먹었다.

간만에 오일 파스타. 라오 고추 두 개면 맛이 아주 깔끔해진다. 요새는 거의 모든 음식에 이 고추를 넣는것 같다. 매운 맛에 대한 역치가 아주 높아졌다.

떡볶이에도 물론 들어간다.

이 날은 롱블랙(아메리카노보다는 훨씬 진하다)과 슈크림파이.

카페 벽에는 자전거. 딱 저런 모양의 자전거를 찾고 있는데 동팔란의 자전거 숍 두 군데서는 이런 모양을 발견할 수 없었다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에 네이키드가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주말에 나의 유일한 외출을 책임지고 있다.

 

라오스에 살면서 좋은 점, 동시에 나쁜 점은 딱히 할 일이 없다는 것이다. 혼자서 외국에 사는 일이 다 그렇겠지만 여기는 갈 곳도 만나는 사람도 한정되어 있다. 전에는 저녁에 운동도 했는데 요새 집에만 있다보니 심심하기도 하고 뭔가 생산적인 일을 하고 싶어,

전자 피아노를 사기로 했다. 

태국 영사관 옆 i MUSIC에 가서 팜플렛을 보고 제일 싼 야마하 P35 를 주문했더니 일주일하고도 이틀 후 도착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퇴근 이후 6시에 배달해 달라고 우겨서 겨우 받았다.

3층 우리집까지 올려달라고 한 다음 상자를 풀기 시작. 전화로 조립이 필요하냐고 물어서 괜찮다고 했는데 상자 안을 보니 이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결국 아저씨 두 명이 연장통까지 가져다 조립해 주었다. 맥주 사 드시라고 십만 킵을 주었더니 무척 행복해 하며 돌아갔다.

고샘이 갖고 있는 건 카시오인데 그건 뚜껑도 있고 페달도 달려 있고 의자도 주고 진짜 피아노 같은데 야마하는 음색에만 신경쓰고 겉포장은 신경 안 쓰는 듯, 야마하가 더 비싼데...

그렇게 해서 나는 라오스에서  피아노를 갖게 되었고 요새 매일 바흐의 인벤션을 치고 있다.

소나티네 수준의 실력이라 샵, 플랫 두 개 이상 붙으면 완전 헤매지만 내가 쳐도 바흐는 아름답다. 초등학교 때 학원에 다닐 때는 제일 싫었는데 이 정제된 선율의 아름다움을 그 때는 어려서 몰랐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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