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6. 14. 15:51

D+141 070803 쿠사다시-사모스-아테네 이동

오랜만에 메는 배낭은 더 무겁게 느껴진다.
잠깐이라도 머문 도시는 나름대로 정이 들어 떠나는 발걸음이 무겁고. 쿠사다시처럼 사람들과 재밌게 지낸 곳은 더 그렇다. 데니스는 페리 터미널이 보이는 곳까지 나를 배웅해줬다.
-퍽킹 베니에게 꼭 안부를 전해줘.
-응, 건강히, 조심해서 여행해.
페리 터미널에서 뒤돌아본 쿠사다시 풍경.
페리 터미널 건물.
출국 도장을 찍고 나간다. 8시반에 출발한다던 배는 9시에 출발했다.
2층에서 모자를 눌러쓰고 숄을 뒤집어쓰고 바람을 맞으며 간다.
두 시간의 항해 끝에 눈 앞에 나타난 사모스 섬.
내릴 때 보니 티셔츠에 온통 한국말이 써 있는 젊은 남자가 있었다.
인도, 파키스탄, 이란 거쳐 터어키까지 80일간 여행하고 있는 안양 출신의 대학생 친구.
이란에서 현지인이 준 음료를 마시고 기절해 동행했던 형이 여권, 지갑 모두 털리는 일을 당했다고.
어떤 그리스 섬에 갈까 하다가 누가 낙소스가 여행자도 별로 없고 좋다고 해서 거기 간단다.
같이 배편 알아보러 갔더니 낙소스 거쳐 아테네 가는 배가 있다. 지루한 배 여행, 같이 갈 수 있겠군.
배 시간까지 사모스 좀 둘러보고.
한낮의 햇볕은 내리쬐는데 한가한 섬 풍경, 남미에서 온 듯한 거리의 음악가.
그리스에 왔으니 점심은 수블라끼 피타 샌드위치.
열심히 가계부를 정리하고 있는 김 군. 여행하며 만난 친구들에게 옷에 싸인을 받는 특이한 친구.
그런데 왜 나에게는 싸인해달라고 안 한 거지?
하루끼의 '먼 북소리'란 책에 보면 그리스 섬엔 뭔가 독특한 분위기가 있다는데 이번엔 그냥 갈 수 밖에 없어서 아쉽다.
 그 책을 읽고 어디서나 자유롭게 일할 수 있는 소설가의 아내가 되기를 꿈꾸었는데...
혹시 저 큰 배가 우리가 타고 갈 배인가?
그렇다. 오호, 엄청난 여행객이군. 4시에 출발.

아무래도 다시 벌레의 공격을 받고 있는 것 같다. 쿠사다시 펜션 카펫이 웬지 심상치 않더니...
이걸 또 어떻게 해결하나, 좌절하고 있다. 아테네에는 단 하룻밤만 머무니 그 안에 빨래해서 말릴 수 있을까?
피곤한지 한숨 눈 붙이고 있는 김 군.
한밤중에 배는 낙소스에 섰다. 이렇게 늦은 밤에 낯선 곳에서 어떻게 숙소를 찾나 걱정이 되는데 씩씩한 한국의 젊은이, 안 되면 노숙하면 되지요. 오히려 누나 혼자 어떻게 가냐고 걱정하며 내린다. 누나도 혼자 잘 다녀, 걱정마.

침낭을 꺼내 구석 자리를 차지하고 밤새 벅벅 긁으며 7시까지 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