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6. 25. 23:45

D+151 070813 러시아 미술관(Russian Museum), 피의 성당, 한국 음식을 먹다.

상트에서 에르미타쥐도 유명하지만 진짜 러시아 미술을 보고 싶으면 러시아 미술관에 가야 한다.
모스크바의 뜨레챠야코프 미술관과 함께 러시아 미술의 양대 산맥, 보러 가자.

9시에나 일어나서 도시락 라면 먹고 꾸물거렸더니 11시나 되어 도착.
어떻게 이 동네 건물들은 한 번에 사진기에 들어오는 게 없냐.
공사중이다. 입구를 찾기도 어렵고 어수선하다. 에어콘도 안 나오고. 학생 할인 150루블
그래도 전시품은 좋았다. 17,18세기 작품은 거의가 성화여서 재미없어서 패스했는데 19,20세기 그림은 새로웠다.
일리야 레핀 <볼가강의 인부들>
이 미술관에서 제일 유명한 작품. 일리야 레핀은 러시아 민중들에게 제일 사랑받는 화가.
이 그림으로 19세기 제정 러시아 시대의 사회를 날카롭게 묘사했다.
온몸으로 힘겨운 삶을 살아내야 했던 민중, 그걸 예술의 힘으로 승화시킨 예술가, 러시아 혁명의 밑거름이었을것이다.
Nikifor Krylov <겨울 풍경>
겨울의 러시아는 이런 풍경이 아니었을까? 무척 춥겠지만 러시아의 겨울, 웬지 끌린다.

작품은 좋았지만 너무 많아서 하나하나 자세히 보기는 힘들었고 에어콘도 안 나와서 네 시간 만에 나왔다.
이런 자원을 갖고 있고 관광객도 그렇게 많은데, 그래서 그런지 서비스가 안 좋다는 거, 사람들이 알아서 찾아와서 그런가, 자존심이 너무 세다고 해야하나.
점심도 도시락 라면, 도시락 라면 없으면 러시아에서 뭐 먹고 지냈을까?
맛도 네 가지라 돌아가면서 먹으면 질리지도 않는다. ㅎㅎ
내일부터 무슨 단체 관광객이 짐머 호스텔에 온다고 해서 다른 호스텔을 알아보러 나왔다.
러시아 여행 클럽 일행은 짐머 계열 다른 호스텔이 간다는데 거기도 자리가 없다고 한다.
소풍님은 그냥 같이 가서 대충 침낭 깔고 자라고 하는데 우선 방을 찾아보고 정 없으면 그러기로 했다.

Bed&Breakfast라는 곳을 두 군데 쯤 알아봤는데 화장실도 안 딸린 싱글이 1400루블(56000원), 비싸다.
론니에 나온 Puppet 호스텔 갔더니 (인형극 극장 옆에 있다) 친절한 스텝이(러시아에서 이렇게 방글방글 웃으며 얘기하는 사람 첨 본다) 640루블에 도미토리를 보여 준다. 예약하고 돌아왔다.

저녁은 러시아 여행클럽 일행과 한국식당에 가서 먹기로 했다.
오늘도 피해갈 수 없는 피의 성당.
알렉산더 2세가 테러리스트들에게 공격받아 피를 흘리며 죽은 자리에 세워져 그렇게 불린다.
모스크바의 성 바질 성당을 모델로 해서 1883년부터 1907년까지 24년간 지어졌고, 27년간의 복원작업을 통해 1997년 일반에게 공개 되었다. 내부에는 모자이크화가 많은데 대부분 사람들이 바깥이 더 멋있다고 생각한단다.
몇 번이고 봐도 신기한 알라딘 돔. 한편으로는 놀이 공원 같은 데서 많이 본따서 익숙하기도 하다.
저녁 만찬은 신라에서.
한국 사람을 만나면 한국 음식을 먹으러 가게 된다. 이스탄불에서 종웅군과도 그랬고.
서로 한국 음식 그립다는 얘기를 하게 되면 웬지 안 먹고는 못 배기게 되는 것이다.
여러나라에서 밥을 먹어봤지만 제일 아쉬운 게 반찬이다. 딸랑 주요리 하나만 주니까.
아, 이집트에서는 반찬도 줬다. 셋트메뉴라고나 할까.
내가 시킨 건 비빔국수. 라면에 밥은 먹었는데 이런 분식은 못 먹어본지 오래 되서.
봄소풍님은 밥도 덜어주고 아저씨가 시킨 육개장도 반 넘게 덜어주고 많이 먹으란다. 내가 밥도 못 얻어먹고 다니는 것처럼 보이나보다.
저녁 먹고 산책 겸 꺼지지 않는 불이 있다는 마르스 광장에 갔다. 혁명때 죽은 사람들을 기리기 위한 불.
밤의 피의 성당도 아름답다.

오늘도 많이 걸었다. 뭐 한가지 하러 나가면 기본적으로 두 시간 정도는 걸어야 하는 것이다, 이 동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