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7. 8. 23:30

D+173 070904 리스본 걷기

안달루시아 지방도 가 봤고 스페인 북부지방도 가 봤으니 이제 남은 건 포르투갈뿐.
마드리드는 이베리아 반도 한가운데 위치하고 있어 버스로 어디든  쉽게 갈 수 있다.
어젯밤 Mendez alvero 의 버스 터미널에서 리스본 가는 버스를 탔다. 
Aiden, euroline 두 개의 버스 회사가 있는데  Aiden이 싼 것 같아 그걸로 샀다. 학생할인도 10% 해준다.
버스 승객은 몽땅 흑인이다. 관광객은 한 명도 없다. 요새 저가 항공이 많으니 다 그걸 타고 다니는 걸까?
다행히 자리가 많이 남아 혼자 앉아갈 수 있었는데 뒷사람이 휴대폰 통화를 너무 시끄럽게 해서 앞자리로 옮겼다.
새벽에는 앞자리가 시끄러워져 다시 뒷자리로 옮겼다. 밤인데 왜 잠을 안 자고 떠드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새벽 6시 15분에 리스본에 닿았다. 그런데 포르투갈 시간은 5시 15분. 너무 짧은 거리를 야간이동하는 것도 문제.
아직 캄캄한데 여기가 어딘지도 모르겠고, 새벽 공기는 춥고, 오돌오돌 떨며 첫 지하철을 기다렸다.
알고 보니 오리엔테 역(Gare do Oriente), 버스터미널이 바로 앞에 있다.
지하철의 재밌는 타일, 바닷가니 고기가 많이 잡히나?
6시 30분 지하철 첫 차를 타고 Rossio 역에 내렸다.
새벽의 로시우 광장, 바닥의 물결무늬, 익숙하다. 포르투갈의 식민지였던 마카오에서 봤다.
이 새벽에 어디 가서 숙소를 구하나...
돔 페드로 4세의 동상.
보는 사람도 없는데 분수는 물줄기를 뿜어내고 있다.
두 군데 호텔을 시도해봤는데 방이 없단다. 세번째 시도에서 화장실 딸린 싱글룸 25유로. 확실히 포르투갈이 물가가 싸다.
좀 쉬다 다시 나왔다.
아까 새벽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
비둘기 때문일까? 비둘기도 밤에는 잠을 자는 모양.
오늘은 우선 상 조르제 성(Castelo de Sao Jorge)에 올라가 보자. 바람은 시원한데 햇볕은 따가운 날씨.
달동네 올라가듯 계단을 한참 올라가야 한다. 저 할머니 무거운 짐을 들고 힘겹게 계단을 올라가신다.
옆에 가서 짐을 받아들 수 밖에 없었다. 카스텔로 가냐고 묻더니 계속 뭐라고 말씀하신다.
포르투갈 어 모르는데...갈림길에 이르자 저기로 이렇게 저렇게 해서 가면 된다고 짐을 받으신다.
오블리가도(고맙다), 아디오스(안녕)라고 말씀하시네, 아, 저도 오블리가도 아디오스요...
포르투갈 사람들이 더 온화하고 정이 많고 유쾌하다더니 그런 것 같다. 스페인 사람들은 웬지 거만한데 말이다.
담벽의 탐스러운 푸른 색 꽃.
이 성 너머인가?
경사가 급한 좁은 골목길을 한참이나 올라가야 한다. 상 조르세 성 입장료 학생 할인2.5유로.
드디어 다 왔다. 저기에 가면 뭐가 보일까?
리스본의 붉은 색 지붕, 떼주 강(Rio Tejo)이 다 내려다보인다.
헉헉대며 올라왔는데 멋진 풍경을 보니 기분이 좋아졌다.
로씨우 광장도 내려다보인다. 한가지 색깔의 지붕 재료만 파는 것일까? 같은 색깔을 사용하면서도 다른 디자인으로 도시 모습에 통일성과 다양성을 주는 것, 좋아 보인다. 우린? 옥상의 노란색 물탱크로 통일성을 유지한다.
대포, 어디나 높은 곳에는 성, 요새, 방어하기 위한 무기가 있다.
이것도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데...
시리아 알레포의 시타델을 닮았다. 12세기에 무슬림들이 처음 세웠다니 그럴만도 하다.
성벽을 따라서도 걸어보고.
내려가는 길.
어디선가 노래 소리가 들린다.
노천 레스토랑의 즉석 라이브 무대.
리스본의 명물 트램 타기.
흔들거리고 삐걱대고 느리다. 하지만, 재밌다. 좁은 골목길을 벽에 스칠듯하며 요리조리 잘 빠져나간다. 놀이공원에 온 듯한 느낌.
귀여운 곱슬 머리 운전수는 보너스. 지하철은 0.75유로인데 트램은 1.3유로나 한다. 관광객이 주로 타서 그런가보다.
새로운 디자인의 트램도 있지만 역시 나무로 만든 창틀의 오래된 트램이 좋다.
 
바이샤(Baixa)지구도 걸어본다. 1700년대 지진이 나서 다시 지은 곳이라 길도 넓고 다른 지구보다 현대적인 느낌이다.
점심은 깔라마리(오징어 튀김), 친절한 포르투갈 청년의 호객행위에 끌려 들어간 곳. 10.5유로, 관광지라 비싸긴 하다.
레스토랑에서 호객행위를 하다니 터어키 이후 한 달 만에 보는 풍경.
이 문 너머가 바이샤 지구.
이 쪽은 코메르시우(Comercio)광장.

저녁에는 어디 가서 파두 음악을 듣고 맥주나 한 잔 마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Bairro alto 지역을 돌아다녔다.
밤 풍경은 세빌랴와 비슷하다. 비슷한 골목에 헤매다니는 관광객 하며.
하지만 차마 어디 들어가지 못하고 그냥 돌아왔다. 혼자는 역시 어렵다.
혹시 누군가 친구를 만날 수 있을까 기대했는데 잘 안 되네. 그동안 좋은 사람들을 만났던 건 운이 좋아서였던 것이다.
리스본 있는 동안 밤마다 시도해 봐야지. 바에 가서 맥주 마시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