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7. 12. 12:13

D+176 070907 아, 포르투, 포르투(Porto)

3일동안 주변 지역도 돌아보며 재밌게 지냈던 리스본을 떠나 포르투갈의 이름이 유래되었다는 제 2의 도시 포르투에 간다.
산타 아폴로니아역에서 아침 식사, 디저트로 커스터드 파이가 유명하다는데 혹시 저건가? 먹어놓고도 알 수가 없다.
오늘은 급행(Rapido)를 타고 간다. 19.5유로.
기차 좌석이 92번, 한 칸의 크기가 무척 크다. 앞으로 앉고 뒤로 앉는 좌석이 있는데 뒤로 가는 건 어지럽다.
이런 데 예민한 사람은 우리나라 사람 밖에 없는 것 같다. KTX 생길 때도 이것 때문에 말이 많았는데 외국의 기차나 전철에는 어디나 뒤로 가는 좌석이 있다.
창밖도 잘 안 보이고 지루한 3시간의 기차 여행.
코임브라에서 엄청난 크기의 배낭을 멘 중년 부부가 탔다. 노르웨이에서 왔고 9년전부터 매년 기차로 한달간 유럽 여기저기를 여행하고 있다. 인터라인 패스라는 기차 패스를 갖고 있는데 나는 들어본 적이 없다. 한 달치고는 짐이 너무 많은 게 아닌가,  다 싸갖고 다니나보다. 서양 사람들은 저녁 먹으러 나가면서도 차려입기 때문에 배낭에는 옷, 구두 같은 게 많고 한국 사람 가방에는 카메라 장비, 기타 등등 전자 장비가 많다. 그래서 한국 사람 배낭이 더 무겁긴 하다.
나이 들고서도 배낭 메고 여행할 수 있다는 게 좋아 보였다.
강이 나타나고,
다리가 나타났다. 드디어 포르투에 도착.
내린 곳은 Compagna 역이었는데 S. bento 역까지 다시 기차를 타고 갔다.
숙소를 찾으러 리베르다드 광장 쪽으로 갔다. 언덕길, 언덕이 있는 도시는 보기에는 좋지만 걸어다니기는 힘들다.
아마도 시청 건물, 분수대에서 노는 아이들, 오후의 햇살이 따갑다.
별 세 개 짜리 펜션 시도, 25유로의 더블룸. 리셉션 아저씨가 유쾌하다. 내일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가려고 버스를 어디서 타냐고 물어보니 자기는 거기까지 걸어갔단다. 7일동안 하루에 70km씩 걸었다고. 파티마에서 포르투까지 5일동안 걸은 적도 있단다. 까미노 데 산티아고만 그런 게 아니라 도보 여행이 일반적인 여행 방식인 것 같다.
리베르다드 광장 모습. 이제 내려가는 길.
시에스타 시간이라 그런지 거리에 사람이 별로 없다. 강을 향해 걷는다.
아까 본 2층 다리, 도우루강(Rio Douro) 에 도착.
강변의 리베이라(Ribeira)지구.
낡은 발코니가 달린 오래된 집.
색색깔의 집.
오, 다리 위로 전차도 다닌다.
강 저편은 빌라 노바 데 가이아(Villa Nova de Gaia)지구로 포트와인(포르투라는 이름도 여기서 나왔다고)제조장이 몰려 있는 곳.
머리만 내놓고 헤엄치는 아이들.
시원하겠다.
다리를 건너가 보자. 갈 때는 아래로 올 때는 위로 건너보자.
루이스 1세 다리. 1867년에 에펠의 제자가 설계했다고. 강철 구조가 비슷하다.
도우루 강에는 다섯 개의 다리가 있단다. 저기 두 번째, 세 번째 다리가 보인다. 언덕이라 다리가 높은 곳에 있어 멋지다.
오래된 다리니 자동차가 한 대 밖에 못 지나다닐 정도로 좁다.
반대쪽에 네 번째 다리도 보인다.
가이아 지구에는 와인시음장이 많은데 대낮부터 얼굴 빨개질까봐 패스.
이제 다리 2층으로 올라가는 길을 찾아야 하는데 강가를 좀 걸어서 다리에서 멀어졌더니 쉽지가 않다.
어쨌든 올라가는 방향의 길을 계속 따라갔다. 한참 올라갔는데 안내판은  Infant 다리만 가리킨다. 어떻게 된 걸까?
빵집에 들어가 콜라와 빵을 먹고 웨이터 아저씨에게 물어봤다. 따라나와서까지 친절하게 가르쳐 준다.
길이 어느새 넓어지고 큰 나무들이 그늘을 드리운다.
그리고 전차 레일, 루이스 다리 2층에 전차가 지나갔으니 이걸 따라가면 되겠다.
전차 멋지다.
진짜 멋지다.  우리나라는 왜 전차를 없애버렸는지, 너무 아쉽다.
드디어 루이스 다리 2층에 도착.
우와, 탄성이 나올 정도로 멋진 풍경이다. 구부러진 강과 강가의 촘촘한 집, 불어오는 바람.
높은 곳에 올라가 보는 도시 풍경은 대개 멋있지만 나는 포르투를 최고의 멋진 도시로 기억할 것이다.
아마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하는 모양 얼마전 티비에서 포르투에서 하는 에어쇼를 보았던 것.
한참이나 강을 내려다 보며 앉아있었다. 이런 도시에 산다면 매일 저녁 산책을 하고 날이 어두워지면 와인도 한 잔 하고.
아까는 저 아래 있었다.
다리를 건넌다. 어, 이거 좀 무섭다. 난간도 허술해 보이고 높이도 최대 공포를 느낄 정도의 높이.
이 길은 자동차는 못다니고 사람하고 전차만 다니는데 전차가 지나갈 때마다 다리가 흔들린다.
음, 매일 산책하는 건 좀 생각해 봐야겠다.
난간에서 떨어져 천천히 걸었다. 다 건너가니 조금 아쉬웠지만 돌아가고 싶지는 않았다.
아니, 매일 건너다니면 어느 순간 안 무서워질지도 모른다. 역시, 한 번 살아보고 싶은 도시다.

쇼핑가인 카타리나 거리를 걷다가 서점 FNAC에 들어가(이베리아 반도는 프랑스까 꽉 잡고 있다. FNAC 에서 까르푸까지)포르투갈 가수의 음악을 골랐다. 포르투갈이 너무 좋아져서 기념으로 하나 사고 싶어 몇 개를 들어보고(어떤 CD든지 바코드를 긁으면 음악을 들을 수 있다. 각 곡마다 1분씩만 나오니 클라이맥스를 알 수가 없어서 문제긴 하지만) Andre Sardat의 CD를 하나 샀다.
포르투, 별 기대 없이 지나가는 길에 들른 도시인데 너무 멋진 곳이었다.
음, 대체로 난 강, 바다, 다리, 전차가 있는 도시를 좋아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