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7. 17. 09:16

D+183 070914 리마 중심가(El centro), 아르마스 광장(Plaza de Armas) 거닐기

미니버스를 잡아타고 센트로로 향한다..
아레키파 거리, 몇 번 보아도 가운데 나무, 보행자 도로가 있는게 신기하다. 차가 얼마 없으니 이런 길이 남아있을 수 있을 것이다. 교통량이 많으면 당장 깔아뭉개 차도를 넓혔을테니 말이다. 아니, 이건 우리나라 사람만의 사고방식일끼?

차장이 센트로라고 내려줬는데 어딘지 모르겠다. 대충 지도를 보고 따라가본다.
인쇄소, 작은 가내 공장이 있는 골목을 지나가는데 사람이 북적북적하다. 일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냥 거리를 헤메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도 많다.
아르마스 광장에 다다르니 여긴 더 장난이 아니다.
넓은 광장이 사람들로 꽉 차 있다. 오늘 무슨 데모라도 있는지...?
무슨 자동차 경주를 시작하는지 끝냈는지 화려하게 장식된 스포츠카가 몇 대 서 있고 그 주위에 사람들이 몰려 있다.
오늘 이 행사가 있어서 그런지 원래 사람이 많은지는 잘 모르겠고.
리마 성당(La Cathedral de Lima), 지진에 의해 수차례 부서졌었고 1746년에 마지막으로 복원되었다.
이 광장에서 제일 오래된 것, 분수. 1650년에 만들어진 것.
비둘기 정말 많다. 비둘기 고기는 맛이 없을 것 같다. 어제 시장에서 잡아놓은 비둘기를 보기도 했지만 맛있었다면 사람들이 이렇게 쉬운 먹잇감을 그냥 놔두지 않았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싫어하는 새.
날씨가 좋았다면 오래된 성당, 노란색으로 칠한 건물, 분수 등이 아름답게 보였을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러나 흐린 날씨에 웬지 우중충하고 지저분한 느낌을 주는 광장이다. 
성당에 들어가보았다. 밖은 오래된 건물 같은데 안은 새 것 같다.
딸려 있는 박물관에는 그림, 조각, 추기경 옷 같은 것들이 전시되어 있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피흘리는 예수상. 이렇게 핏자국이 선명한 예수상은 처음이다.
스페인이 남미에 쳐들어와 원주민들을 식민화할때 썼던 방법이 종교. 글을 읽지 못하는 사람들이었을테니 극적인 이미지가 필요하지 않았을까 싶다. 나도 카톨릭이지만 이럴 땐 죄스러운 생각이 든다.  
성당을 나와보니 차도 더 많이 늘었고 사람들더 더 많다. 어디나 스포츠카에 열증하는 건 똑같다.
아르마스는 '무기'라는 뜻인데 스페인 식민지 도시의 중앙광장 이름은 대개 다 아르마스다.
아르마스 광장 한쪽 편의 대통령 관저.
총을 멘 군인과 탱크가 지키고 있다.
사진 찍는 것도 조심스럽고 그 쪽 길로 가는 것도 꺼려진다. 사람들이 대통령 관저로 돌진이라도 한단 말인가?
사람들 마음에 두려움을 심어 통치하는 방식이 안 통하는 날이 올 것이다.(나중에 백악관 앞에서 경비병을 한 명도 못 보았을 때도 좀 놀랐다.) 청와대 주변에는 안 가 봐서 잘 모르겠다.  
리마크 강이라는데 바닥이 드러나고 더러운 개울물이 흐르고 있었다.
그래도 여기에도 보행자 전용도로가 있다.
유니온 거리를 통해 산마르틴 광장까지 걸어간다. 거리 모습은 딱 스페인과 같은데 아무래도 햇빛이 아쉽다.
중간에 만난 머세드 교회(Iglesia de LaMerced), 굉장히 화려한 장식이다. 교회 앞에는 아기를 업은 아줌마가 명함 크기의 성화를 팔고 있다.
쇼핑 센터 같은 곳에는 화장품이며 옷이며 상품이 잘 구비되어 있다. 빈부 격차가 크다더니 이렇게 사는 사람도 있고 시골에서 몇 백년 전과 똑같은 삶을 사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오늘의 요리(Menu del dia) 를 시켰는데 실패, 남들은 맛있어 보이는 걸 먹고 있는데 난 왜 이런게 나오지? 7솔.
영어 진짜 안 통한다. 스페인어 공부가 절실하다.
아마도 산마르틴 광장.
리마에 여름에 오면 어떨지 모르겠다.  지금은 초봄이니  춥고 어둡고 칙칙한 느낌 뿐이다.
차들이 클랙션 소리를 엄청 울려대고 매연을 뿜어대며 다니기에 거리를 오래 걷는 것도 고역.

버스를 타고 돌아왔는데 내릴 때 2솔을 내니 거스름돈을 안 주고 차가 휙 가버린다. 쩨쩨한 차장놈, 그거 얼마나 한다고.
어쨌든 기분은 안 좋다. 어디나 낯선 이방인을 벗겨 먹으려는사람이 있게 마련이지만.
다시 미라 플로레스 지구에 돌아와 론니 책의 지도를 복사하고(책을 들고 다니기는 무거워 복사한 지도를 보고 다닌다), 인터넷 까페를 찾아 갔다.
거리에 초록색 조끼를 입고 달러와 유로를 바꿔주는 환전상이 많다. 암달러상을 양성화시킨 것 같다.
현금지급기에서도 달러와 솔이 같이 나오고 일상 생활에서도 두 화폐가 무리 없이 같이 쓰인다.
미국 경제에 종속되어 있다는 얘긴가?
인터넷은 빠른 편, 우리나라 만큼은 안 돼도. 한 시간에 1.5솔 정도인데(1솔=300원) 확실히 3솔인데가 빠르다.
저녁은 집에 가서 라면 끓여 먹을까 하다가 피자헛에서 세트 메뉴를 먹었다.
뿌려먹으라고 고춧가루가 나온다, 치즈 가루가 아니다!!! 꼭 한 입 베어먹고 사진 찍을 생각이 난다.
뿌려 먹다가 목에 걸려 기침 나와서 혼났다. 왜 이러지? 매운 나라에서 온 사람이.
피자는 만든지 오래된 것을 데워주고 곁들임으로 감자도 아니고 또 빵을 튀긴 것이 나오기에 별로.
역시 미국식 패스트푸드는 먹지 말아야 한다. 12솔이나 줬는데.

용감하게 밤길을 걸어 돌아왔다. 길을 알면 똑바로 목적지를 향해 빨리 걸을 수 있으니 별 문제는 안 된다.
사람들이 나에게 스페인어로 말을 거는건 내가 여기 사람들처럼 생겨서 그런걸까?
그렇게 까매지진 않은 것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