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12. 17. 09:44

D+286 071226 시카고 아트 인스티튜트, 내가 미국에 온 이유

10인용 도미토리에서 누군가 떠드는 소리에 깼다. 시계를 보니 5시 반.
일본 애들 두 명이 짐을 챙기며 큰 소리로 떠들고 있다. 조금 참아보려 했는데 도저히 안 되겠다.
-좀 조용히 해줄래요? 당신들 빼고 다 자고 있쟎아요.
일본 애들이 배려심이 많은 줄 알았는데 물론 안 그런 애들도 있는 것이다.
새벽에 잠을 설쳤더니 아침 식사 시간도 놓쳤다. 9시까지라고 그랬는데 9시 10분에 내려가니 다 치워지고 없었다.
어제 만났던 도박꾼 앤드류가 동양 남자랑 이야기하고 있더니 코리안이라고 소개한다.
스타벅스에서 5년간 일했고 법대에 가기 위해 그만두었다는 한국 청년, 스타 벅스가 어떻고 카리부 커피가 어떻고 한참을 이야기한다. 스타벅스는 커피 원두를 70% 정도 값을 더 주고 사들인단다. 정말로?

오늘은 사실상 시카고에 온 이유, 시카고 아트 인스티튜트(Art Institute of Chicago )에 가야 한다.

위치도 시내 한가운데, 겉모습도 당당하다.
미국 작품이 전시되어 있는 지하부터 시작했다. 내가 보고 싶어했던 에드워드 호퍼의 <Nighthawk>는 지금 워싱턴에 가 있단다. 
미국에는 여기 저기 미술관을 둘러보러 온 것, 결국 워싱턴도 가야 하겠다.  
조지아 오키프 <Cow's skull with calico roses>
메리 카셋 <On a Balcony> 화사한 봄빛, 그림에서 봐도 몸까지 따뜻해지는.
Alason Skinner Clark <Coffee House> 작가 자신이 기증한 것, 그런데 어디가 커피 하우스라는 걸까?
귀스타브 카유보트 <Paris Street ; Rainy day> 2층 제일 한가운데 있었다. 이 그림이 여기 있는줄 몰랐다.
뚤루즈 로트렉 <At the Moulin Rouge>
폴 세잔 <The Bay of Marseilles, Seen from L'Estaque> 사과나 풍경을 같은 스타일로 그릴 수 있다.
Gaston La Touche <Pardon In Brittany> 브리타뉴 지방의 용서, 라니 무슨 의미일까?
브라크 <Antwerp>, 다양한 색깔을 사용하면서도 전반적으로 통일을 유지하는 것, 여러 상황에 있어도 나만의 고유함을 잃지 않는 것, 같은 맥락인 것 같다.
Amadeo de Souza-Cardoso <The leap of the Rabbit> 포르투갈 작가, 토끼라기보다는 물고기 같다.
마르크 샤갈 <The Praying Jew> 샤갈의 환상적인 그림 밑에는 이런 이미지가 깔려 있던 것.
몬드리안 <Farm near Duivendrecht> 직선, 원 등올 이루어진 몬드리안의 추상화는 여기서부터 시작했다.
마티스 <Interior at nice>, 좋군요.

5시, 문닫는 시간에 나왔다. 오래오래 머물고 싶은 미술관이었다. 미국에 와서 가장 즐거웠던 하루였다.
서브웨이에서 샌드위치 하나 먹고 호스텔로 돌아왔다.
방 창 밖으로 겹겹이 불켜진 빌딩이 보인다. 오래된 고가전철 루프(loop)가 보였던가, 말았던가...
내일은 닥터 초이가 사는 콜럼버스에 간다. 거기서 연말을 보내고 뉴욕, 보스턴, 샌프란시스코를 거쳐 한국으로 돌아갈 예정.
원래 미국에 온 이유는 집에 가는 길인데다, 친구들도 좀 만나고, 미술관을 방문하기 위한 것이었으니 투덜대지 말고 미술관 열심히 다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