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9. 4. 21:22

D+41 070425 wed Stone town 돌아다니기, 잔지바르 떠나기

잔지바르를 떠나는 날인데 날씨가 좋다.
진짜 아쉬웠다. 하루쯤 더 맘잡고 태웠어야 하는데 말이다.
상근과 에밀리오에게 인사하러갔다. 상근은 심카드를 바꾸어가면서 나라마다 쓸 수 있는 핸드폰을 갖고 있어서 전화번호를 알려주었다.
내 다음 목적지 모시에 도착하면 전화해 달란다,
킬리만자로 등반은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 못하고 여기까지 왔으니 보기라도 해야 한다고 모시에 오겠단다.
그럼 그때 봐.
바다를 뒤로 하고 스톤 타운으로 가는 달라달라를 타러 갔다.
이 곳 달라달라는 봉고차도 아니고 트럭 뒷 칸에 천으로 지붕을 만들어 단 것이다.
차장이 내 배낭을 지붕에 올려주었다. 트럭 가에 길게 만들어 단 의자에 앉으니 앞의 바구니에서 뭔가 푸드덕 소리가 난다.
닭 몇 마리, 그리고 엄청난 파리떼들. 두 시간 같이 가겠구나. 투어리스트는 오직 나 하나.
사람이 없을 때는 그런대로 괜찮았는데 가면서 사람이 많이 타니 좁고 흔들리고 죽을 지경이다.
그래도 사람들이 참 착한게 애기를 안은 아주머니가 타면(그 긴 옷을 치렁치렁하게)애기를 다른 사람들이 다 안아주고 앉을 자리가 없으면 남자들이 일어나 뒤에 매달려 가는 것이다. 애기도 울지도 않고 낯도 안 가린다. 웬지 가슴이 찡해졌다.
시골길을 달리며 사람들이 내리고 타는데 지붕 위에는 바나나며 생선 몇 박스까지 실린다. 으, 배낭에서 생선 냄새 나겠네.
비가 오기 시작. 차양을 내리니 더 답답하다. 배낭 젖겠구나,걱정만 하고 있는데 차장이 배낭을 내려 안으로 넣어준다.
배낭도 무겁고 차 안에 자리도 없는데...다시 한 번 감동.
1500실링, 여행자 셔틀을 타면 5000실링, 돈이 문제가 아니라 이 사람들의 생활을 직접 느낄 수 있다는게 좋았다.
그런데...내리니 너무너무 피곤하다. 온 몸은 땀으로 젖었다.
배낭을 맡아주기로 한 헤븐 게스트 하우스를 찾아가야 하는데 배낭은 무겁고 길은 전혀 알 수가 없다.
어떤 사람에게 물어보니 돈을 달란다. 혼자 찾아가고 만다, 내가.
겨우 찾을 수 있었다. 스톤타운의 자랑인 골목길, 진짜 길 찾을 때는 어려워.

배는 9시에 떠나니 그때까지 스톤타운 돌아다니기.
시장, 꼭 우리나라 남대문 시장 골목 같다. 약국에서 항진균제를 하나 샀다. 발에 땀이 차니 무좀이 생기고 있다.
약국 아저씨(약사?) 한국에서 온 약이라고 다른 연고를 사란다. 그건 항생제라구요!
우체국을 찾아 엽서를 부치고 도서관 발견.
'중앙'도서관이다.
가방은 맡기고 들어가야지.
Korea 라고 씌여진 책 발견. 내용, 기억이 안 나.
지난 번 왔을 때 본 병원에도 들어가보았다. 힐끗 들여다 본 병실에 환자가 10명쯤 누워있다.
무슨 환자냐고 지나가는 간호사에게 물으니 결핵환자란다. 여기도 결핵이 많은가보다.
더 둘러보고 싶었지만 웬지 미안한 생각이 들어서 나왔다.
사진을 찍는 것도 꺼려진다. 루사카 버스 터미널에서 어떤 아주머니에게 주의를 들은 이후 사진을 찍는 것이 현지 사람들의 생활을 모욕하는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생각하면 좀 아쉽다.)
저녁이 오고 있다.
점심도 굶고 배가 고프다.
론니에 나온 La Fenice 란 식당이 보이길래 들어갔다. 진짜 이탈리안 음식이 나온다고 소개되어 있었다.
우갈리를 벗어나고 싶어 시킨 생선구이와 감자튀김. 뭔가 부족. 샐러드도 좀 시켜줘야하나? 부족한 칼로리는 감자튀김으로 보충.
10000실링, 아,깝,다. 현지인 식당을 찾아가 우갈리를 먹었어야 했다.
론니에 나온 식당은 그렇지 않은 곳도 있지만 대체적으로 비싸고 서양인들의 입맛에 맞는 음식이 많다.
아직 이르지만 돌아다니기도 지쳐 헤븐 게스트하우스로 돌아갔다.
샤워를 좀 할 수 있냐고 물으니 그러란다. 무뚝뚝해 보여도 역시 친절한 아저씨군.
나올때 주머니에 있는 잔돈 1200실링 주니 무척 고마워하며 따라나와 택시가 기다리고 있을 법한 곳을 알려준다.
택시를 타고 부두로 향했다. 잔지바르 골목길 다시 볼 수 있으려나?
부두에서 전에 같이 씨푸드를 먹었던 일본인 나우를 만났다. 제일 싸다는 아지자 배를 타고 간단다.
나도 그거 탈까 했는데 도착시간이 일정치 않다해서 안 탔었다.
잠비아에서 말라위 거쳐왔다고 해서 말라위는 어떠나고 하니 다시 가고 싶지는 않단다.
내가 타고 갈 배가 먼저 문이 열려서 작별 인사를 했다. 아프리카 대륙 어디에선가 또 만날 수 있으려나?

올 때랑 똑같은 배, 올 때는 세 시간이 걸렸지만 갈 때는 밤 9시에 출발해서 새벽 6시에 닿는단다.
바다 한 가운데서 가만히 서 있다 가는 것이다. 밤에 도착해서 어찌할 바를 모르는 여행자를 위한 배려인가? 알 수가 없다.
7시 반에 배에 탔는데 VIP 룸에는 바닥에 매트가 깔려 있고 벌써 조명이 어두컴컴하다. 아, 이 긴 밤을 어찌해야 할 것인가?
그런데 낯익은 얼굴이 들어온다. 능귀에서 내 옆방에 묵었던 더취(dutch) 커플이다.
음, 우선 안심이 된다. 그런데 또 두 명의 더취커플이 온 것이다. 결국 네 명이 네덜란드 말로 대화에 열중.
나는 어두운 조명에 눈을 비벼가며 일기를 쓰고 제일 좋은 구석자리에 침낭을 펴고 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