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5. 18. 14:33

금요일 저녁의 송이버섯국

금요일 오전에 회의를 하고 나서  닥터 S가 저녁에 버섯국을 만들거라고 한다. 어제 시엥쾅에서 닥터 K가 버섯을 보내줬다고.

- 닥터 K가 왔어?

- 아니, 닥터 K 어머니가 오셨는데 거기에 보내줬어.

옆에 있던 닥터 P가

- 우리집에 와서 만들면 어때? 같이 맥주나 한 잔 하고

그래서 급조된 금요일 저녁 모임.

난 뭐 가져갈 것이 없나 찬장과 냉장고를 탈탈 뒤져봤지만 요새 너무 없이 살다보니 아무것도 없어서 맥주 여섯 병 사갖고 갔다.  

이게 바로 그 문제의 버섯, 아, 송이버섯이었구나. 다시 송이버섯의 계절이 돌아온 것이다.

버섯을 손질하고 있는 S와 또 뭔가를 준비하고 있는 P,

그동안 나는 P의 남편과 맥주를 마시고...안주는 해바라기씨와 루앙남타에서 가져왔다는 해초(사실은 강에서 채취한 것).

한참이나 기다려서 완성된 송이버섯국.

와, 이거 맛있다. 향긋한 송이버섯향이 그대로 느껴지면서 걸쭉하고 구수한 국물맛이 최고.

- S, 도대체 뭘 넣어서 만든거야?

- 파덱(생선 젓갈), 마당에서 뽑은 허브, 버섯...

- 뺑누아(미원)는?

- 뺑누아는 안 넣었어.

- 어디서 이런 거 만드는 거 배웠어?

- 엄마가 만드는 거 옆에서 보고 배웠지.

버섯 수프와 스프링롤로 맛잇는 저녁 식사.

디저트는 마당의 망고나무에서 딴 망고와 역시 마당에서 딴 코코넛 쥬스.

P는 이 집을 10년 전에 지었는데 그 때 망고나무 세 그루를 심었단다. 지금은 완전 아름드리 나무로 자라 망고가 너무 많이 열려 출근할 때마다 가져가 사람들에게 나누어준단다.

그래서 얻어온 망고. 이 정도면 일주일 내내 과일 걱정은 안 해도 되겠다.

나도 마당에 망고나무 키우고 싶다.

 

토요일 아점은 오징어 볶음. 아래층 M양이 한국으로 돌아가면서 냉동실에 남겨둔 오징어를 갖고와 파프리카, 양파 넣어 볶았는데 내가 만들었지만 너무 맛있었다. 국물이 안 생기게 하려면 센 불에 빠르게 볶아야 한다고 해서 그렇게 했더니 불맛이 났다.

자신감 상승으로 일요일 아점은 김치볶음밥을 만들었는데, 그럼 그렇지, 맛없었다. 난 '김치볶음밥을 잘 만드는 여자'는 아닌가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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