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11. 30. 11:35

홈메이드 김밥과 카푸치노

날씨도 선선해지고 의욕도 상승하여 다시 요리모드 돌입중. 제목과 달리 생선요리로 시작.

아래층 M양이 태국갔다오면서 사다준 생선인데 혼자 먹을 엄두가 안 나 냉동실에서 몇 달을 잠자고 있었다. 틸라피아라는 민물생선으로 추측됨.

이번에 친구가 와서 기회를 놓치지 않고 양파를 넣고 생선찜을 만들었는데 생선살에 양념이 잘 안 배어 싱거웠다. 양파랑 같이 먹으니 그럭저럭 먹을만했다.

토마토 스파게티 한 병을 사서 먹다먹다 지쳐 김치볶음을 넣어 변형시켜보았는데 좀 짰다.

새콤달콤한 단무지와 곁들여 먹으니 짠 맛이 중화되어 괜찮았다.

전에 세계 여행할 때 느끼한 음식을 먹을 때마다 생각났던 음식이 단무지였다. 이번에 반찬가게에서 '치자맛 단무지'를 팔기에 반가워서 얼른 사온 것.

김밥용으로 길게 잘라져 있고 유통기한이 다 되어 가는 김밥 김도 있어서 내 인생 최초로 김밥을 만들게 되었다.

그리고 김밥에 꽂혀서 단무지가 떨어질 때까지 매일 말았다.

이건 한 세 번째쯤 말은 것. 김밥 마는 게 생각처럼 쉽지 않다. 그런데 어떤 재료를 넣어도 단무지만 있으면 맛있다는 사실.

김밥에 밥이 생각보다 많이 들어간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김밥을 싸면 두 끼 분량의 밥을 한 번에 먹게 된다.

자르면 속이 빠져나올까봐 통째로 베어 먹거나 호일에 싸서 도시락으로 싸가다가,

한 번 잘라보았더니 그런대로 모양이 유지가 된다. 이건 맛살과 치즈를 넣어 만든 것.

M양이 갖다준 마늘쫑 볶음과 치즈를 넣었다. 아직 요령이 부족해 속재료며 밥이 헐렁해 보이는데 점점 나아질 것을 기대한다. 

작게 자를 자신이 없어 큼지막하게 썰었는데 학창시절에 엄마가 자주 싸주신 김밥이 생각났다. 

무엇보다 김밥이 너무 커서 한 입에 가득 넣고 씹으면서 남들이 소풍 갈때마다 싸오던 한 입에 쏙 들어가는 작은 김밥이 부러웠는데 출근하느라 바쁜 엄마가 김밥을 잘게 썰 시간이 없었을 것이라는 게 갑자기 깨달아졌다.

오뎅이 더 많이 들어가는 떡볶이, 동그란 오뎅이 맛이 별로라 다음에는 네모난 오뎅으로 돌아가야겠다.

언제 만들었는지 기억이 안 나는 간장 떡볶이, 이 때는 통깨에 꽂혀서 음식마다 꺠를 듬뿍 뿌렸다.

이건 아마 한국에서 돌아온 직후, 미역줄기를 공수해다 볶은 것과 김치찌개.

식판에 반찬 4종 세트, 김밥에도 등장했더 M양의 마늘쫑 건새우볶음과 가지나물(너무 푹 쪄서 흐물흐물했다), 통조림연어김치볶음(연어통조림인데 모양,맛이 참치랑 비슷하면서 더 맛이 없어 실망함).

반찬이 네 가지 이상 되는 경우가 거의 없어 사 올 때의 야심과 달리 식판을 잘 안 쓰게 된다

식후에는 홈메이드 카푸치노. 어떤 블로그에서 레시피를 보고 만들었다.

데운 우유를 보온병에 알루미늄 호일볼과 같이 넣고 흔들면 우유거품이 생기고 그걸 드립커피 위에 따르니 진짜 카푸치노 맛이 났다. 드립커피를 집에서 내리기 시작하면서 카페에 가면 카푸치노만 시켰는데 이제 뭘 시켜야 돈이 안 아까울까?

카푸치노 속의 호일볼은 빼고 먹어야 한다.

요새 흔한 과일은 중국에서 들여오는 작은 귤. 귤을 따오는 게 아니라 가지채 꺾어온다.손가락 두 마디만한 작은 귤인데 단맛과 신맛이 꽉 찬 맛이 난다. 요즘 음식점에서 오렌지 쥬스를 시키면 이 귤을 갈아서 쥬스를 만들어준다.

바람 시원하고 햇볕은 따스한(사실 좀 뜨겁기는 하지만)라오스의 좋은 계절이 다시 시작되었다. 그런데 밤에는 꽤 쌀쌀하여서 어젯밤엔 침낭 속에 들어가 따뜻하게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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