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10. 15. 17:14

여기는 남삐 마을

그렇게 도착한 남삐 마을

우리를 반겨주는 건 수많은 소떼와 맨발의 마을 아이.

마을 라이방(이장)의 안내로 언덕 위로 올라갔다.

마을 전경이 한 눈에 들어오는 이 곳은,

초등학교. 허리를 굽혀 들어가야 하는 낮은 처마의 목조 건물로 벽은 뚫려 있다. 저학년은 여기서 수업을 받고 고학년은 아까 지나온 마을로 학교를 다닌다고.

아마도 폭탄 껍데기로 만들었을 학교 종. 미군이 떨어뜨린 폭탄 잔해를 이용해 냄비, 숟가락 등 각종 생활용품을 만들어 이용한다고. 폭탄이 제대로 제거 안 된 탄피라면 위험하긴 할 것이다.

 

라오스 사람, 특히 이 마을 주민인 몽족은 수줍음을 많이 타 우리가 말을 걸어도 눈을 마주치지도 않는다. 언어도 달라 라오스어를 하는 몇 명의 주민 외에는 의사소통도 안 된다.

그래도 호기심 많은 아이들이 우리를 구경하러 왔다.

하늘은 어느새 어두워져 비가 내릴 것 같다. 저녁을 준비하러 돌아가는 걸까?

 

이 마을은 20여 가족이 모여서 살아가는 곳으로 전기와 화장실이 없다. 수도는 지하수를 이용한 공동 수도가 세 군데쯤 있다. 소, 돼지, 닭, 칠면조, 염소 등 가축은 굉장히 많다. 촬영팀이 원하는 오지마을 컨셉에 딱 맞아 떨어지므로 며칠 머무르며 촬영을 하기로 했다.

이장님과 논의를 해서 우선 촬영은 가능하다는 허락을 받았다. 오늘 저녁 식사는 닭을 잡아 준비해 주면 비용을 지불하기로 하였다.

구름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더니,

마구마구 비가 퍼붓기 시작한다.

밭에 갔다가 바나나 잎으로 비를 가리며 집에 돌아가는 모자.

엄마는 옥수수, 딸은 떌감을 가지고 귀가.

30분쯤 퍼붓고 비는 그쳤다. 아까 산 보라색 운동화를 신을 일이 없을까 했는데 비 온 후 땅이 온통 진흙탕이 되어 없으면 큰일날 뻔했다. 소똥과 진흙의 하모니랄까...

비 그친 후 저녁 노을.

전기가 없으니 불빛 하나 없고 오로지 노을 뿐.

날이 어두워지자 준비해간 발전기를 돌려 형광등에 불빛을 밝혔다. 아, 전기가 이렇게 좋은 것이었구나.

그런데 오늘밤은 어디서 자야하지? 저녁은 언제 준비되는 걸까, 슬슬 배가 고파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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