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8. 30. 18:23

다시 라오스에서 살아가기

이사를 했다. 비엔티안의 아파트란 아파트는 다 둘러보았더니 나중에는 어디에 어떤 집이 얼마인지, 부동산 중개인처럼 알게 되었다. 

트렁크 두 개 들고 들어온 라오스였는데 2년 동안 살면서 짐이 늘어서 사륜구동 짐칸을 가득 채웠다. 3층을 계단으로 짐을 옮기느라 M양과 T군이 많이 고생했다. 짐만 옮기고 한국에 2주 다녀오고 짐 정리하는데 거의 일주일 걸렸다.

이사한 집의 창문 풍경은 더 가까이 보인다. 서쪽이라 지는 해가 들어 좀 덥다.

멀리 보이는 건 동창 팰리스 호텔, 창문 바로 아래는 부잣집 앞마당이다. 도둑은 그 집으로 가고 우리집엔 안 오겠지?

부엌장이 오픈되어 있어 편한데 먼지가 좀 끼는 듯. 전기레인지가 한 구 뿐이라 요리할 때는 시간차를 잘 고려해야 한다.

빨래를 넣기 위한 작은 베란다로 내다보이는 동네 모습도 평화롭다. 절이 있어서 가끔 북소리가 난다.

이 쪽이 북쪽이라 빨래는 햇볕을 충분히 못 받는다.

직장을 시내로 옮겼더니 점심 메뉴 선정이 다채로워졌다. 덥고 밖에 나가기 귀찮아 도시락으로 복귀하고 싶은데 부엌이 없이 밀폐된 사무공간이라 메뉴 선정이 어렵다.

몇몇 비엔티안의 레스토랑은 점심 메뉴를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한다. 이건 요즘 뜨는 식당  Al Capone 점심메뉴 두번째 코스 스파게티.

일행이 시킨 건 피자.

감동받은 디저트. 사람이 무척 많아 거의 한 시간 반 걸려서 식사를 했는데 하나도 소홀히 안 하고 완벽한 디저트를 내와서 감동했다.

프랑스 문화원에 딸린 카페에 가서 햄버거도 먹었다.

동료가 먹은 건 오리고기였던가?

란쌍 대로에 있는데 안으로 들어가면 찻소리도 안 들리고 세상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느낌을 주는 프랑스 문화원이었다.

한국 신닷뷔페 쪽에 바닐라 카페라는 곳이 새로 생겼다기에 토요일 오전에 가보았다.

높은 천장에 장식도 예사롭지 않다.

나오는 음식이 Cafe Le Banneton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들으니 같은 주인이었다.

샌드위치는 그저 그랬다.

퇴근길에 제철 과일을 파는 트럭을 자주 본다.

커다란 참외 같다고 생각했는데,

잘라보니 메론이었다. 아직 과일 고르는 내공이 부족해 맛이 없었다.

 

이사온 초기에 인터넷이 잘 안 되어서 와이 파이 되는 카페를 전전했다.

집 가까운 곳에 있는 Naked Espresso의 카페 라떼. 아메리카노(여기 이름으로는 Long Black, 호주 스타일이다)는 평범한 컵에 주는데 카페라떼 컵은 특이하다.

시내에 있는 트루 카페도 몇 번 갔는데 드라마(?)를 찍고 있는 걸 보았다. 외국 남자와 라오스 여자의 사랑 이야기?

집들이는 아니고 나가기 귀찮아서 밖에서 만나자는 지인을 집으로 오라고 했을 때. 유기농 마켓에서 사 온 상추 무침과 가지 볶음, 두부는 k마트에서 산 것. 가지볶음이 진짜 진짜 맛있었다는...

상추와 오이를 듬뿍 넣은 비빔국수도 한 번 만들어봤는데 역시 팔도 비빔면과는 다른 맛이다.

차이나 타운에 만두 먹으러 갔다.

그림만 보고 생선 요리를 시켰더니 한참 후에 이렇게 엄청난 요리가 나왔다. 기름에 담근 듯했는데 매운 고추가 많이 들어 있어 느끼한 맛은 덜했다.

참쌀 탕수육은 맛있었고,

만두는 두 번쨰여서 그런지, 엄청난 요리 뒤에 나와서 그런지 지난번보다는 감동이 덜했다.

남은 만두 응용요리, 비빔 만두.

가지볶음에 탄력받아 만든 피망 볶음, 역시 맛있었다.

직장을 옮겨서 새로운 사람을 많이 만나고 새로운 곳에도 많이 가게 되었다. 그게 꼭 좋지는 않다.

유명한데 한 번도 안 가보았던 버뼨냥(아무 문제없다는 뜻의 라오스말, 내가 세번쨰로 배운 라오스말, 첫번쨰는 싸바이디-안녕하세요, 두번쨰는 컵짜이-감사합니다) 에서 내려다본 어두운 메콩강과 야시장 모습. 서양 애들이 라오스 여자 꼬시러 오는 데라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초저녁에 가니 아직 그런 분위기는 아니고 열린 공간에 바람도 불고 강도 내려다보이고 좋았다.

새로운 사람들은 아니고 올드 멤버들이 모여서 간 곳은 새로 생긴 한국식 치킨집 King Box.

간장양념, 앙념통닭, 프라이드 치킨과 라오스 맥주를 마시니 이것이 바로 불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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