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5. 12. 21:23

D+1 070316 fri 출발,청킹 맨션의 하룻밤, 인천-홍콩

10시 20분 비행기로 한국을 떠난다. 누가 등떠밀어 가는것도 아니면서, 그토록 원한 일이었으면서, 왜 눈물이 나는지 모르겠다.
일상적인 떠남으로 생각하려 애썼으나 결국 이것은 일탈의 떠남인 것이다. 익숙한 세계로부터의 탈출...
나에게도 '먼 북소리' 가 들렸다고, 그래서 가지 않으면 안 되었다고, 하루끼처럼 책을 몇 권이나 쓰지는 못한다 해도 이 여행은
내 인생의 전환점이 될거라고, 그렇게 생각하고, 이제 떠난다.
새옷, 새 배낭, 결의로 차 있는 듯한 모습.
딸이 무슨 일을 하건 항상 응원해 주시는 부모님, 그분들이 아니셨다면 이런 결심을 절대 하지 못했으리라.
이 여권에 얼마나 많은 스탬프를 찍게 될까?
언제나 마음을 설레게 하는 공항풍경.
원월드 티켓의 첫번째 비행, 캐세이 퍼시픽을 타고 4시간만에 홍콩에 도착하였다.
공항에서 김이 펄펄 나는 음식을 팔다니 역시 중국답다.
공항버스를 타고 시내로 향했다. 공기는 후덥지근하고 웬지 코가 맵고 공기는 우리나라보다 나쁜 것 같다.
city fly 버스, 내가 탄 것은 A21 버스.
우리는 버스 밑에 짐을 싣게 되어있는데 여긴 버스안에 이런 칸막이가 설치되어 있다.
시내로 들어가기 전 고층 아파트 풍경.
미리 인터넷으로 예약해 둔 청킹 맨션의 Taiwan hotel 을 찾아갔다.
인터넷으로 예약할때 같은 청킹 맨션 주소의 숙소가 여러 개 있어 도대체 어떤 시스템인가 했더니만
이런 큰 건물에 여러 개의 작은 숙소들이 따닥따닥 들어앉아 있는 구조였던 것이다.
그래도 간판이 다른 호텔에 비해서 크다는데 위안을 삼고 올라가 보았더니.
내 짧은 키에도 꽉 차는 침대, 여는 것은 꿈도 못 꿀 창문, 베개와 이불에서는 퀴퀴한 냄새가 나고.
감옥에 가본 적은 없지만 아마 이런 분위기가 아닐까? 가슴이 답답해지고 벽이 사방에서 조여오는 것 같다.
인터넷에 침대 싸이즈가 적혀 있었는데 그게 바로 이걸 의미했던 거구나. 덩치 큰 사람은 도저히 이 침대에서 잘 수 없으리라.
주인 아주머니는 친절하였다. 홍콩의 숙소가 원래 이런가보다. 으~

방에 있을 수도 없고 배도 고파서 나왔다.
서울의 종로를 연상케하는 복잡한 거리다. 사람도 많고 차도 많고 매연도 심하고 음, 웬지 홍콩은 내 스탈이 아닌 것 같다.
지하철역에서 홍콩 여행의 필수라는 octopus card 를 구입하고 거리를 좀 걸어봤다.
뭔가 홍콩적인 것을 먹어야 하는 걸까? 글쎄다, 처음 눈에 띄는 가게에 들어가 그림으로 되어 있는 메뉴중 익숙해보인는 이름을 골랐다.
Tuna toast 와 Ice tea. 홍콩에서의 첫번째 식사, 세계일주 여행의 첫번째 식사는 성공적이었다. 맛있어.
야경이 멋있다는 빅토리아 피크에 올라가기로 했다. 이층버스를 타고 스타페리를 타러 갔다
이층버스에서는 언제나 앞자리에 앉기.
스타페리 위에서 본 홍콩섬 전경. 여행 내내 나를 쫓아다니던 삼성 광고판, 여기서부터 시작.
무슬림 아주머니들, 참 이때는 별게 다 신기했구만.
오픈되어 있는 버스를 타고 빅토리아 피크 케이블카 타는데까지 갔다.
중국 천진에 출장갔다가 돌아가는 길에 홍콩에 들렀다는 한국 아저씨가 찍어준 사진.
빅토리아 피크에서 홍콩 풍경
해가 질때까지 기다렸다.
점점 해가 지고 건물에 불이 켜진다. 오, 야경은 멋졌다.
홍콩이 가장 집약적이고 효율적인 도시의 모델이라는 소리를 어디서 들은것도 같은데, 확실히 모든게 촘촘하다.
다시 페리를 타고 돌아왔다. 복잡하고 덜 현대적인 구룡반도, 침사추이로.
참, 한끼 한끼 해결하는 것도 쉽지 않군. 일본 패스트푸드 체인점인 요시노야에 갔다.
우리나라 푸드코트 같은 분위기.
국밥과 쇠고기 볶음, 소다, 28홍콩 달러, 우리돈으로 3500원 정도. 역시 일본음식답게 나중에는 무지 느끼했다.
조금더 거리를 헤매다 숙소로 들어왔다.
얼굴이 가부잡잡하고 긴 옷을 입은 인도인 같은 사람들이 끊임없이 드나드는 건물이다.
나 같은 동양 여자는 도대체 어디에 묵는 거야?
어쨌든 여행 첫날의 하루가 이렇게 저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