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6. 20. 19:10

D+147 070809 쿠무 미술관(Kumu art museum), 탈린

9시에 일어나서 아침 먹으러 갔더니 사람들이 꾸역꾸역 들어온다.
복도에 지나다니는 사람들도 별로 없는데 많은 사람들이 묵고 있나보다.
그런데 화장실은 단 세 개, 그게 문제다. 막히고 지저분하고 난리도 아니다.
수오멘리나의 깨끗하고 조용한 호스텔이 조금 그리웠다.

오늘은 어딜 가볼까? 우선 처리해야 할 일이 몇 가지 있다.
ATM가서 돈을 뽑고 아폴로(Apollo)서점 이층 인터넷 까페에 가서 인터넷을 했다. 1분에 1크룬, 한시간이면 5400원, 지금까지 인터넷 요금 중 가장 비싸다. 물가 비싼 영국도 한 시간에 2파운드였었다.
상트 페테르부르크 가는 버스표도 샀다. 밤차가 없어 모레 아침 버스, 국경을 넘으니 낮에 가는 게 나을 수도 있겠다.
오늘도 날씨는 좋다.
에스토니아도 유럽 연합의 한 국가, 통화는 아직 따로 쓰지만.
건물 외벽에 붙어 있던 고풍스러운 시계.
올드 타운의 모든 길을 시청 광장으로 통한다.
여전한 광장 풍경.
민속 의상을 입고 무엇인가 팔고 있다.
지나가다 보니 전시회 포스터가 있는데 그림이 멋지다. 론니에도 안 나온 미술관인데 한 번 가볼까?
올드 타운을 벗어나 Kadriorg park를 향해 동쪽으로 걸어간다.
중간에 만난 쇼핑센터, 재밌는 의자.
구도시와는 다르게 신시가지는 별 특징 없는 큰 길이 이어진다. 어디나 나를 따라오는 삼성 광고판.
스모 바.
카지노도 있다. 저 안에 진짜 있기는 있는 걸까?
물을 사러 키오스크에 들어갔는데 돈을 잘못 내니 아줌마가 화를 내며 물을 도로 냉장고에 넣는다.
러시아에 가까워지고 있구나, 가게 주인들이 뭘 팔 생각이 없는 것 같다.
두번째 키오스크에서 물을 샀으나 돈에 신경쓰느라 가스물을 사버렸다. 으~흔들어서 김빼고서라도 마셔야겠다.
공원으로 향하는 길에 들어섰다. 조용한 주택가, 오래전부터 쓰지 않은 듯한 레일이 길에 깔려 있다.
2킬로쯤 걸어 도착한 공원, 도시라면 이런 공간은 꼭 있어야 한다.
단체 관광을 나온 듯한 어르신들.
공원 여기저기 뮤지엄이 흩어져 있다.
궁전을 개조한 박물관.
잘 가꾸어진 꽃밭.
내 목적지는 여기, KUMU 미술관. 이 공원 Museum complex 의 중추 역할을 하는 곳. 입장료 학생할인 40크룬.
예사로운 건물이 아니다. 한 쪽 벽면은 원형으로 되어 있고 그걸 따라 계단이 나 있다.
짐을 보관하는 라커도 있고 화장실도 무지 깨끗하다. 음, 사소한데 감동받는군.
그리고 발견했다, 포스터에 나와있던 그림. <Flower Market>
이 작가의 특별전이 열리고 있었다. 탈린 출신인데 소비에트에 반대했다고 수용소도 갔다왔단다.
안내팜플렛에는  Modernist Despite Fate라고 표현되어 있었다.
큐비즘의 색채가 보이면서 따뜻하고 밝게 표현된 그림, 불행한 역사 안에서도 아름다움을 표현할 수 있다.

영구 전시 작품에서도 좋은 것이 꽤 있었다.
좀더 현대적인 탈린을 표현한 것 같고,
이건 구도시 풍경. 일그러진 집과 지팡이를 짚고 걷는 사람이 불행했던 역사를 나타내 주는 것 같다.
노란 햇빛은 스페인에서 볼 수 있는 건데, 생각했는데 역시나 톨레도 풍경.
내일 올라갈 Toompea Hill
계속 걸어다녀야 하기에 미술관 관람도 꽤 피곤한 일이다.
미술관 까페,
커피와 케잌 46크룬.
다시 힘내어 시작.
사회주의적 사실주의에 따른 그림도 꽤 있다.
지구와 달 사이, 외롭지만 자유로운 한 사람.
일기장 앞 표지로 하고 싶은 그림.
이 머리들은 다 뭘까? 모두 다르게 생겼다.
윗층에서 내려다본 모습.
비슷한 그림 어디선가 본 것 같은데...
문 닫을 시간(6시)이 다 되어 나왔다.예기치 않은 곳에서 좋은 그림들을 만나 마음이 무척 뿌듯하다.
외관도 멋지다.
에스토니아에 대해서 아는 거라고는 구소련 식민지였다는 거랑 올드 타운이 좋다는 것 뿐이었고, 어제 호스텔 때문에 인상이 안 좋았는데 이 미술관 때문에 꽤 괜찮은 동네였다고 기억하게 될 것 같다.
돌아가는 길, 아까 그 궁전 앞에 간이 의자가 놓여 있고 사람이 많다.
정원을 구경하며 기다려봤다.
쳄발로, 첼로, 등 네 명의 연주자가 나와 연주를 시작한다. 주변 분위기도 좋고 음악도 좋다.
여행하다 보면 이런 야외 공연을 자주 만나게 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만나본 적이 없다.
우리나라에는 그런 일이 없는 걸까, 내가 낮에 돌아다녀 본 적이 없어서 그런걸까? 후자라고 생각하고 싶다.

돌아갈 때는 다른 길을 선택해 바다를 볼 수 있었다.
저녁 해변을 즐기는 사람들.
자전거 타는 사람들, 조깅하는 사람들, 롤러 블레이드...다른 유럽과 다르지 않은 풍경이
이 사람들도 이렇게 사는 구나, 구소련 식민지일때도 이랬을까?
돌아오는 길엔 버스(15크룬)를 타고 Viru 쇼핑센터 앞에서 내렸다, Viru는 예전에 에스토니아, 라트비아등을 가리키던 말.
유럽 거리의 악사는 남미 인디오 음악이 대세인가?
너희는 어디서 왔니? 귀여운 청년들이었는데 노래는 별로.

내일은 Upper town에 올라갔다가 서점 둘러보고 공원에 가서 시간 죽이면 되겠다.
기대만큼 재밌는 도시는 아니지만(올드 타운은 한 시간만에 질려버렸다) 탈린도 괜찮은 곳인 것 같다는 결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