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7. 4. 00:36

D+157-165 마드리드에서 휴식, 티센 미술관

일주일동안 오빠 집에서 쉬기.
슬슬 지루해져서 티센 미술관에 가보기로 했다. 마드리드 오는 비행기안에서 고흐의 말년의 풍경화를 전시한다는 기사를 보았기 때문.
티센- 보르네미자(Thyssen-Bornemisza)미술관은 대부호였던 티센의 컬렉션을 바탕으로 만든 미술관.
프라도에서 고야, 벨라스케스도 봤고 레이나 소피아에서 피카소의 게르니카도 이미 다 봤으니 서양미술사를 총괄하는 컬렉션이 있다는 티센에 가자. 학생 할인 8유로.
반 고흐는 알겠고 Richard Estes 는 누굴까?
고흐전은 사람이 많아 시간대별로 입장한다.
여기부터 가보자.
어, 사진전인가? <Telephone Booths>
극사실주의, Photorealism 의 선구자라는 리처드 에스테.
주로 거울, 숍 윈도우, 자동차 등에 비친 이미지를 그대로 그린 그림이 많았다. 구부러지고 일그러진 형체들.
우리가 현실이라고 알고 있는 것 중 '진짜' 라는 것이 있을까? 
결국 내 망막의 일그러짐을 통해 보는 걸 진짜라고 믿고 있는 것뿐일지도.
처음 들어본 작가였는데 재밌었다. 그런데 어떻게 저렇게 똑같게 그릴수가 있지?
고흐는 역시 고흐다. 
너무 흔한 이미지가 되어 버렸지만 그의 그림에는 뭔가 깊은 곳을 건드리는 게 있다. 
그 느낌도 익숙한 이미지에 의해 주입된 것일지 몰라도. 
거의가 한 번도 보지 못한 그림이어서 좋았다.. <숲 속의 두 사람>
우리 둘이 이 험한 세상(솟아오른 나무들) 잘 헤쳐나가보자, 그런 의미가 아니었을까?

원래 티센의 전시품도 좋았다. 주로 스페인 작품이 전시되어 있는 프라도보다 더 대중적이 아닐까 하는 생각.
제일 맘에 든 것은 에곤 쉴레의 <강가의 마을>
쉴레는 그로테스크한 인물화를 많이 그렸는데 이런 풍경화는 처음 본 것 같다.
이런 색채의 조합이 맘에 든다. 비슷하면서도 변화를 추구하는. 같은 주제를 변화를 주어 반복하는 바로크 음악 같은 느낌.
샤갈 <회색 집> 러시아에 다녀오니 저 첨탑이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다.

6시가 넘어서 나왔다.
마드리드에서는 여행자가 아니라 정착민의 마음을 갖게 되서 막상 가 본 데가 별로 없다. 
미술관 나오며 찍은 건데 무슨 유명한 건물인가?
휴식하던 어느 날 아침, 나무를 베던 일꾼 아저씨들.
원래 마드리드에서 스페인어를 공부하려 했으나 맨날 축구 하일라이트나 보고 해리 포터 영어판 읽고 있으니, 이래서는 안 될 것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