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7. 22. 14:07

D+16(2) 오슬로 하루에 돌아보기-미술관 순례

오슬로 여행은 오슬로 패스(Oslo Pass)를 구입하는 것부터 시작된다. 24시간 동안 시내 교통을 자유롭게 이용하고 30개의 박물관에 입장할 수 있는 패스가 290NOK. 관광안내소와 호텔 등에서 구입할 수 있는데 우리가 묵고 있는 앙커 아파트에서는 팔지 않아 자매 호텔 앙커 호스텔까지 걸어갔다.

일요일 아침이라 시내가 조용하다. 어젯밤 어수선했던 중앙역 주변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오슬로 패스 구입하고 제일 먼저 찾아간 곳은 뭉크 미술관(Munchmuseet)다.

뭉크의 그림과 자연을 연관시키는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다.

<Spring Work in the Skerries, 1910>

겨울이 막 지나고 아직은 황량한 대지가 어두운 색조에서 그대로 느껴진다.  이거 사진 하나 찍고서 사진촬영 금지라는 걸 알았다.

뭉크의 절규를 여기에서 보았나, 안 보았나 기억이 안 난다. 뭉크 미술관은 너무 상업적이랄까, 별로 느낌이 좋지는 않았다.

뭉크 작품이 더 많다는 국립미술관으로 이동하기로 했다.

 

국립미술관을 찾아가는데 오늘 공사중으로 그 앞 옆이 폐쇄되었단다. 우리가 역을 지나친 건가? 반대쪽으로 건너가 같은 곳을 왕복한 후에 친절하게 생긴 노르웨이 청년에게 물어봐서 겨우 이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이 청년은 엠네스티에서 일하고 있고 부인이 한국 여자란다. 한국 여자들이 서양 남자 보는 눈은 비슷한 듯, 많은 사람들 중에 이 사람이 제일 친절해 보였었다.   

한 정거장 더 가서 내려 걸어가는 중, 잘 가꾸어진 화단이 화사하다. 

화창한 여름날을 즐기는 사람들이 노천 카페에 가득하다.

아, 분위기 좋다. 어제 저녁에 느낀 오슬로에 대한 우중충한 인상이 싹 사라졌다.

시원한 분수를 지나 간 곳은,

노르웨이 국립미술관(Nasjonalgalleriet).

Christian Krohg <Struggle for Survival>, 1889

노르웨이는 1960년대에 석유가 발견되기 전에는 유럽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였다고 한다. 피요르드의 척박한 환경을 보니 충분히 이해가 가는 일이다.  그 이전의 힘겨운 삶을 나타내는 그림이 그 때를 잊지 말자는 듯 미술관 초입에 걸려 있었다.

바로 이 사진의 주인공이 그린 그림이다. 

Thomas Fearnley <THe Grindelwaldgletscher>, 1838

180년 전의 빙하는 훨씬 장엄하고 깨끗한 빛깔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 Grindelwald는 스위스 인터라켄 주변의 지명인데 혹시 거기를 그린 걸까?

Laurits Andersen Ring <In the Month of June>, 1899

바로 지금, 유월의 모습이다. 길고 긴 겨울을 지내고 맞는 짧은 여름은 얼마나 싱그러운가?

Christian Skredsvig <Youth Festivity in Eggedal>, 1895

혼자 있는 것도, 여럿이 술래잡기(딱 그렇게 보인다)를 하는 것도, 모두 즐겁다.

Adolph Tidemand og Hans Gude <Bridal Procession on the Hardangerfjord>

트롤퉁가 올라가려다 못 가고 오다에서 올라온 곳이 하르당게 피요르드이다. 신부는 배를 타고 멀리 떨어진 마을로 시집가나보다.

Oda Krohg <A Japanese Lantern>, 1886

일본 조명으로 밝히는 백야의 밤. 이걸 그린 사람이 비행기 꼬리날개의 Christian Krogh의 부인이다. 

Harriet Backer <Blue Interior>, 1883

베르메르의 실내화 같은 단아한 그림이다.

Harald Sohlberg <Summer Night>, 1899

그 동안 보고온 노르웨이의 풍경을 미술관에서 복습하고 있다. 바로 지금처럼 여명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여름밤의 색감이 잘 표현되어 있다.

한 나라를 여행하고 미술관에 가서 그 나라를 묘사한 그림을 보면 여행이 완결된 느낌을 갖게 된다.

다음은 익숙한 작가의 작품들.

세잔 <Still Life>, 1890

어느 미술관이나 한 점씩은 소장하고 있는 세잔의 정물화.

뭉크 <Rue Lafayetter>, 1891

뭉크도 이런 상큼한 그림을 그린 적이 있다.

뭉크 <Death in the Sickroom>, 1893

어렸을 때부터 죽음과 질병을 가까이서 겪어 음울한 화풍을 지내게 된 뭉크의 대표적인 그림이 아닐까 한다.  

갑작스러운 불행을 겪어내는 방식은 사람마다 다르다. 하지만 결국은 모두들 이겨내고 말 것이다.

뭉크 <사춘기>, 1894-1895

부끄러우면서도 당당한, 어른이 되는 입구에 서 있는 소녀.

이것으로 뭉크 미술관보다 훨씬 나은 컬렉션의 국립미술관 관람을 끝냈다. 

나오면서 살짝 엿본 미술관 레스토랑, 고풍스러운 분위기가 맘에 들지만 하루에 오슬로를 둘러봐야 하니 마음이 바빠서 패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