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8. 10. 21:37

D+208 071009 우유니 탐색, 나의 쿠바 친구.

9시에 깼다. 위층에서 물소리가 아주 크게 나서 더 잘 수가 없었다.
옆침대의 루이스는 계속 자고 있다. 젊어서 그런거냐?
조심스럽게 일어나 세수를 하고 빨랫감을 챙겨 나왔다. 지금 란드리 안 하면 신을 양말도 없게 생겼다.

새로 생긴 도시인지 길도 아주 넓고 한 블록도 길다.
어젯밤에 그렇게 춥더니 햇빛이 나니 따뜻하다, 덥기까지 하다.
론니에 나온 데 가서 란드리를 맡기고 길에서 3B짜리 쥬스도 한 잔하고 호텔 앞 포장마차에서 감자 요리를 먹었다.
이거 상당히 맛있다. 2.5B. 으꺤 감자 안에 햄, 계란, 야채를 넣어 튀긴 것. 양도 아침 식사로 적당, 내일도 먹어야지,ㅎㅎ
호텔로 돌아오니 루이스는 아직도 자고 있다. 대단한 놈이네. 어차피 우유니 투어를 알아봐야 하기에 일기를 쓰며 깰 때까지 기다렸다. 결국 얘가 일어난 시간은 11시 반이었다.
루이스의 볼리비아 비자가 3일후 만료되기에 그것도 알아봐야 한다.
우유니 중심가 풍경, 이 주변에 투어 회사와 투어리스트 레스토랑이 몰려 있다.
구석진 곳에 있는 레스토랑에 가서 점심을 먹었다. 먹는 동안은 줄곧 쿠바 얘기.

쿠바에서는 집을 사고 팔 수가 없다. 이사하기를 원하면 그 지역의 사람과 집을 바꿔야 한다.
경제가 안 좋아서 민박과 레스토랑 허가를 내 주기 시작했는데 지금은 다시 금지해 새로운 곳이 생기지 않는다.
48년동안 피델 카스트로가 통치했고 지금은 몸이 안 좋아 동생에게 권력을 넘겼다.
피델은 카리스마로 통치했고 동생은 카리스마가 그만 못해서 뭔가를 노력해 보려고 한다.
쿠바에서는 소나 말을 가진 사람이 맘대로 도축할 수가 없다.
만약 냉장고에 고기가 있는데 그걸 산 영수증을 제시하지 못하면 불법적으로 산 것으로 간주해 감옥에 간다.
며칠이나? 몇 년 이야. 며칠이면 그런 일을 많이 할 것 아니겠어?

루이스 비자를 알아보러 갔는데 지금 연장은 못하고 늦은 날짜만큼 돈을 내면 된다는 얘기였다.
하지만 비자, 국경 통과 하는 문제는 한 사람 말을 그대로 믿을 수 없다는 게 문제, 나중에 딴소리 할 가능성 충분하다.
어쨌든 다른 대안은 없으니 그 말을 믿는 수 밖에.

우유니 투어 회사를 추천해 준다는 Rank라는 곳에 갔다.
소금이 깔려 있는 게 예사롭지 않다.
테이블도 의자도 모두 소금.
그런데 투어 회사에서 불평을 많이 해서 지금은 추천하지 않는단다.

몇 군데 들러봤다. 여정은 거의 비슷하고 차이가 나는 건 가이드, 차량, 음식, 숙소인 것 같았다.
나는 영어 가이드가 필요하기 때문에 두 개 정도를 제치고 나중에 간 곳에 한국인이 추천한 방명록도 있어서 거기로 했다.
2박 3일 투어, 75불, 나는 이후 칠레로 넘어가고 루이스는 다시 우유니로 돌아올 계획.
중요한 일을 다 마쳤으니 루이스는 배낭을 사러 가고 나는 빨래를 찾고 환전을 조금 하고 호텔로 돌아왔다.
또 길에서 먹은 감자튀김, 이 동네 길에서 파는 음식은 다 맛있다. 

호텔에 돌아가 쉬다 다시 루이스를 만나 저녁을 먹으러 갔다.
로컬 레스토랑에서 라마 스테이크, 뭐 비프 스테이크랑 별 다른 건 없다. 10B에 스테이크, 샐러드, 밥까지 잘 먹었다.
스페인말 하는 친구랑 같이 다니니 아주 편하고 좋다.

또 쿠바 얘기.
의사들도 한 달에 15달러 밖에 못 번다.
그래도 음식은 나라에서 배급하고 전기며 수도등 기본적인 것은 아주 싸다. 교육의 기회도 평등.
문제는 굷어 죽는 사람은 없지만 사람들이 뭔가를 자꾸 더 요구하는데 그걸 충족시킬 수 가 없다는 것.
그렇지, 밥만 먹고 살 수는 없겠지.

-그래서, 넌 돌아가고 싶어?
-글쎄...쿠바의 풍경, 날씨, 문화는 좋아해. 하지만 결혼해도 살 집이 없고 지금 이렇게 풍요로운 곳이 있다는 걸 알았는데 쉽지는 않을 거야. 이제 미국 국적을 취득할 수 있어. 아직은 망설이고 있는데 여행을 하면서 미국 국적을 갖고 싶어졌어. 여행하기가 좀 힘든 게 아니거든.

어느 극단도 해결책은 아닐 것이다.
기본적인 살 권리를 충분히 보장해 주고 노력한 만큼의 성과 역시 보장해 주는 사회, 적절한 사회주의와 자본주의의 조화가 이루어지면 좋을텐데 그런 제도를 유지하는 게 쉽지는 않을 것 같다.
어쩌다 쿠바애를 만나(여행의 자유가 없는 나라인데 말이다) 쿠바에 대해 많이 알게 되었다.
원래 멕시코 일정에서 쿠바를 들르려고 했으나 시간이 부족해 약간 망설이고 있는 상태.
-쿠바에 가서 네 얘기 하면 재워줘?
-그럼, 우리 친척들이 아직 살고 있는 걸, 가게 되면 연락해, 재워줄께. '
귀여운 놈...

이렇게 해서 볼리비아 일정이 거의 끝나간다. 너무 짧다, 겨우 열흘 정도를 지냈으니. 
가난한 나라지만 좋은 사람들도 만났고 사람들도 순박하고 좋은 곳이다. 떠나기가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