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9. 10. 10:08

D+239 071109 대평원을 달리다. 푸에르토이과수-부에노스아이레스 이동

잠결에 빗소리가 들리길래 꿈인가 했는데 진짜 비가 내리고 있다.
마른 빵만 주는 빈약한 아침 식사를 하고 짐을 다 쌀 때까지 멈추지 않고 오히려 더 세차게 내린다.
어제 그제 이과수 폭포 구경할 때 비가 안 와서 정말 다행이다.

부에노스아이레스 가는 버스는 오후 두 시 출발, 그 때까지는 이 마을에서 시간을 보내야 한다.
올 때는 비행기를 이용했는데 (200페소 쯤이었다) 돌아가는 건 비행기표가 더 비쌌고 대디가 버스 여행을 좋아하셔서 한 번은 버스를 타보기로 했던 것.
짐을 맡기는데 5달러라고 씌여 있었는데 다행히 공짜로 맡아준다.
마을의 진흙색 성당. 비오는 오늘의 분위기와 기막히게 어울린다.
시간 때우는 데 제일 좋은 곳은 인터넷 까페. 역시 게임하는 피씨방이 속도는 빠르다.
두 시간이나 인터넷을 하고 나오니 벌써 한 시. 터미널로 향했다.

떼르미날의 공중 전화를 이용해 부에노스아이레스 호텔 여기 저기 전화를 했다.
내일이 토요일이라 그런지 모두 방이 없다는데 Diplomat hotel 이란 곳에 210페소짜리 방이 있다. 
좀 비싸긴 하지만 다른 선택권이 없어 내일 가겠다고 구두로 예약을 했다.  
비오는 떼르미날.
비는 그치질 않고 두 시에 출발한다는 버스는 오지 않는다.
점심 먹을 곳도 마땅치 않아 사온 빵으로 대충 점심을 때웠다.
비가 오면 여행자는 괜히 처량한 기분에 젖게 된다.

버스는 두 시 사십분에 왔다. 우리가 탈 버스는 세미 까마(Semi cama), 반 침대라는 뜻인데 그냥 보통 고속버스다.
다행히 이과수에 도착한 이틀 전 표를 샀기에  이층 맨 앞자리를 고를 수 있었다. 
둘이 다니니 이게 좋은 점. 그 전에는 맨 앞자리 앉고 싶어도 옆에 누가 탈까 봐 끊임없이 고민해야 했던 것.
(중간 자리면 혼자 앉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있지만 맨 앞자리는 먼저 채워지므로 혼자 앉을 확률이 거의 없다)
버스는 끝없는 평원을 달리기 시작한다.
길은 왕복 2차선. 앞에 트럭이라도 달리고 있으면 위험하게 추월하지 않는 한 느리게 갈 수 밖에 없다.
부에노스 아이레스까지는 1332km, 비행기로 한 시간 반이 걸렸는데 버스로는 20시간이 걸린다. 시속 60km는 달려줘야 하는데... 
사고가 나서 뒤집혀진 트럭. 빗길 운전 조심. 
버스는 작은 마을에 들러 사람을 내려주고 태우고 검문소도 몇 번 통과하고 지루하게 달린다. 
점점 해가 져 간다.
휴게소에도 안 세워주고 밥도 안 주니 무척 지루하다. 맨 앞 자리 아니었으면 지루해 죽었을지도 모른다.
8시에 푸에르토이과수에서 300km 떨어져 있다는 포사다스(Posadas)에 도착.
차고 같은 데로 들어가더니 바퀴를 바꾸고 있다.
이런, 버스 정비를 하려면 손님을 휴게소에 내려주고서나 하던지, 거의 한 시간동안 바퀴 바꾸고 청소하고 다시 출발.
또 한참을 달리더니 11시에 저녁을 준다. 역시 아르헨티나 사람들 늦게 밥 먹는 건 여기서도 적용되는 구나.
한밤중에 세워준 휴게소에서 잠깐.
자다 깨다 창밖이 밝아와 완전히 눈 뜬 시각이 7시. 저녁에는 침엽수가 있는 언덕길을 달리고 있었는데 이제 전형적인 팜파스 평원을 달리고 있다.
부에노스 아이레스는 아직 멀었나?


*푸에르토이과수-부에노스아이레스 버스이동. 159페소, 20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