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9. 6. 22:07

D+42 070426 thu 다르에스살람-모시 이동

긴긴 밤을 어떻게 보내나 걱정했는데 그건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6시에 직원들이 와서 깨워서 겨우 일어났다. 사람들 이미 다 내리고 외국인들만 쿨쿨 자고 있었다.
택시를 타고 스칸디나비아 버스 터미널로 향했다.
지난 번 표 예매하러 왔을때 8시가 첫 차라더니 6시반에도 나이로비, 아루샤, 모시를 외치는 차가 있다.
어떻게 된 건지...?
화장실에 가서 세수하고 이를 닦았다.
배낭 여행자는 어디에서나 잘 수 있고 어느 상황에서나 최소한의 품위 유지를 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스칸디나비아 버스가 좋다더니 출발도 제 시간보다 30분 늦게 하고 좌석이 4줄로 좀 넓다 뿐이지 별로 좋지도 않다.
표를 일찍 끊어서 제일 앞자리, 내 옆에는 스위스 아줌마가 탔다.
탄자니아에서 40년가 일하신 수녀님과 또 다른 남자 한 명이 일행으로 사파리 하러 아루샤 간단다.
중간 중간 마을에 서면 물, 과자 등을 팔러 올라온다.
아프리카의 지평선.
뭔 일인지 중간에 버스가 섰다. 아마 엔진을 식히는 것인듯, 운전사가 물통을 들고 다닌다.
마르코폴로 버스, 브라질에서 만든. 화장실이 붙어 있다. 브라질도 땅덩어리가 큰 나라니 장거리 버스를 잘 만들겠지.
하릴 없이 시간을 죽이는 승객들과 같이 시간을 죽여주고 있는 마을 사람들.
길고 지루한 버스 여행이다. 오후 늦게 저기, 나의 다음 목적지, 킬리만자로가 보인다.
이 열대 속에서 꼭대기에 만년설을 간직한 5892 미터의 킬리만자로.
나에게는 헤밍웨이의 '킬리만자로의 눈'과 조용필의 '킬리만자로의 표범'으로 기억되는 산.
스위스 아줌마에게 저기 올라갈 거라고 그랬더니 못할 거라고 한다.
자기 친구 딸이 등반 전에 엄청난 트레이닝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고생을 많이 했단다.
등반자 중 50%만이 정상등정에 성공한다는, 산소 탱크 없이 올라갈 수 있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산.
정말? 나 괜한 욕심을 부리고 있는 걸까? 나도 트레이닝 하긴 했지. 석 달 동안 헬스 클럽 다녔쟎아.
40일동안 아프리카에서 더위에 지치고 잘 못 먹고 체력이 바닥난 상태라서 걱정이지만.
별 생각 없이 결정한 등반인데 막상 눈 앞에 닥치니 좀 걱정이 되긴 한다.
이 버스는 모시를 거쳐 아루샤까지 간다. 8시간 반 만에 나는 모시에서 내렸다. 스위스 아줌마는 'Good luck'을 빌어주었다.
할 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