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10. 5. 11:35

D+46 070430 mon 킬리만자로 첫째날, 만다라 헛, 7.9km, 고도 2720m

2720미터에 와있다. 여태까지 제일 높이 올라가 본 것이 1700미터였나, 1800미터였나, 머리가 많이 아프다.

사무실에서 빌린 등산 기어 등 짐을 정리하고 킬리만자로 등반의 입구인 마랑구 게이트에 도착한 시간이 10시 50분이다.
마랑구 게이트는 1980미터 높이이다. 차로 올라오면서 벌써 공기가 시원해지는 걸 느낄 수 있다.
공원 사무소에서 몇 가지 서류를 준비하고 등반을 시작한다.
킬리만자로는 등반객 단독으로 오르는 것이 금지되어 있고 가이드를 꼭 동반해야 한다. 나의 가이드는 존, 5일동안 잘 부탁해요.
그 외에 포터가 두 명, 요리사가 한 명, 그래서 나에게 딸린 사람이 네 명이다.
저 짐을 누가 다 들고 오르나? 저 허술한 대바구니는 뭐지?
내 배낭에서 짐을 많이 빼서 사무실에 맡겨놓긴 했는데 추울 거라고 등산복을 잔뜩 챙기는 바람에 도로 무거워졌다.
아픈 사람, 10살 이하의 어린이, 심장이나 폐에 문제가 있는 사람은 오르면 안 되고,
하루에 4-5리터의 물을 마시고, 고산병 증세가 있으면 바로 내려오고, 고도에 적응하기 위해 천천히 오르고 쓰레기를 버리지 말라는군.
오늘의 목표는 만다라 산장 까지 7.9km, 음, 별 것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데...
킬리만자로는 산소 탱크 없이 올라갈 수 있는 제일 높은 산으로 유명하지만 고도에 따라 식생이 뚜렷하게 달라지는 것도 특징이다.
우선은 열대 우림, 나무가 울창하다.
그늘이 져서 시원하고 경사도 그리 급하지 않아 할만하다. 반쯤 왔다, 남은 거리는 4.47km.
점심을 먹으러 잠깐 쉬는 사이 본 이상한 동물, 징그럽다.
존은 45세, 가이드 일을 한지는 8년 되었고 아들과 딸이 하나씩 있고 마랑구 빌리지에서 태어났단다.
그럼 가이드하기 전에는 무슨 일을 했는지 궁금했는데 물어볼 수는 없었다. 나보다 더 숨을 헉헉 몰아쉬는게 약간 걱정이 된다.
나는 달랑 물통과 레인코트만 든 배낭을 메고 있는데 존은 도시락, 큰 물통 등이 들어 있는 무거운 배낭을 지고 간다.
11시반 출발, 네 시간 걸어서 3시 반에 만다라 헛에 도착.
2720 미터에 와 있다.
이렇게 큰 건물은 포터들의 구역,
등반객은 이런 오두막에서 잔다. 하이 시즌일때는 꽉꽉 찬다는데 지금은 다행히 로우 시즌이어서 자리가 많이 남는다.
네 명이 들어가는 오두막인데 나는 캐나다인, 아만다와 같은 오두막을 쓰게 되었다.
안은 이렇게 되어 있다. 매트도 깔려 있고 그런대로 편안한 잠자리이다.
티타임이라고 차려 준다. 영국 식민지였던 역사가 있어 그런가보다.
첫날 산행을 끝내고, 아직은 상태가 좋아보이는군.
시간이 남아 875미터 떨어진 마운디 크레이터에 산책 나갔다. 화산으로 이루어진 산이라는 얘기다.
아까보다는 나무가 많이 작아졌다.
이게 분화구인가보다.
표지판만 있으면 사진 찍어주시는 센스.
돌아오는 길, 저 나무 위 북실북실한 하얀 털은 뭔가?
원숭이였다. 원숭이 여러번 봤지만 저런 흰 원숭이는 또 처음 보네.
많이 올라오긴 올라왔구나. 지금은 그냥 머리가 좀 아플 뿐인데 내일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