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7. 22. 18:23

<로마여행>드디어 천지창조, 최후의 심판

바티칸 미술관의 모든 길은 시스티나 성당으로 통한다.
새로운 교황이 선출됐다는 연기를 피우는 곳,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그림이 있는 곳.
어두운 계단을 몇 개 올라가니 나타나는 거대한 홀.
우선 놀란다, 거대한 인파에.
그리고 고개를 뒤로 돌리면 나타나는 최후의 심판, 책에서 수없이 보았던 그림을 눈 앞에 진짜로 마주하는 건 언제나 경이로운 일.
이렇게 생생할 거라고는 생각 못했다. 마치 얼마 전에 그린 그림 같다.
1500년대에 완성되어 이후 수백년간 재와 먼지에 파묻혀 제 색깔을 찾지 못하다가 1994년, 10년간의 복원사업을 마치고 짠, 하고 나타났을 때 많은 학자들과 미술사가들도 놀랐다고.
그리고 천지창조.
스스로 화가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미켈란젤로는 이 일을 맡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고 한다. 
교황은 재촉을 하고, 도와주려고 온 화가들도 마음에 안 들어 거의 혼자 작업하게 된 미켈란젤로는 참 고통스러워했다고 한다.
그래도 이런 그림을 남겼으니 어디선가 지금까지도 혼자 웃고 있을지 모른다.

좀 조용히 그림을 감상하고 싶었으나 이건 완전 시장통이다. 사진 촬영도 금지라는데 모르고 막 찍었다.
나중에 사진 찍지 말고 조용히 해달라는 안내 방송이 몇 번이나 몇 개 국어로 나왔다. 우리나라 말은 없었다.
누워있지 말라는 표지판도 있다. 천장에 있는 그림을 보려면 그게 적당한 자세일텐데 그럴만한 자리도 없다. 
잠깐 고개를 꺾어 천장을 보는 것도 힘든데 4년간 이 그림을 그린 미켈란젤로는 목디스크가 생겼을 것이 분명하다.
역시 유명한 그림은 실제로 보았다는 데 만족하고 자세한 설명이나 세부사항은 책으로 보는 게 좋다. 이제 나가보자.
나가는 길 도중 만난 피에트로 성당 돔 모습.
바티칸 시 모형, 바티칸 광장, 산 피에트로 성당, 바티칸 미술관은 오른쪽.
달팽이 모양의 계단을 내려가면 나가는 문.
그 새 사람이 많아졌다.
조금 늦었으면 줄 길게 설 뻔 했다.
바티칸 광장 들어가는 아치문.
바티칸 광장.
이상하다. 몇 년 전에 여기 왔을 때는 무척 넓고 멋있어보였던 광장이 지금은 그냥 그렇다.
성당까지 들어가 보기에는 너무 지친다. 몇 년 전에 돔에도 올라가봤으니 이번에는 그냥 가자.
나중에 생각해보니 미켈란젤로의 피에타가 저 성당 안에 있다는데 못 보고 와버렸다.
점심 시간, 길에서 피자를 먹고 있는 관광객들, 들어가보긴 했는데 너무 복잡해 주문이 쉽지 않을 것 같아 후퇴.
그래서 선택한 곳은 떼르미니역에 있는 셀프 서비스 식당.
이런 모양의 파스타는 처음 본다. 번데기를 연상시키는 모양, 이름이 뇨끼엘라였던가? 4.65유로.
아저씨가 치즈를 가리키길래 활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더니 이렇게 많이 뿌려주었다. 좀 느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