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3. 20. 20:30

하노이 3일차, 짱띠엔 백화점과 다시 하이랜드 카페

어제 먹은 음식 때문인지 새벽에 속이 안 좋아 잠을 설쳤다. 내 강철 위장을 흔들어놓다니 베트남 역시 강한 나라야.  

과일 조금 먹다가, 

안 먹기는 아쉬워 샌드위치를 시켜봤는데, 

속이 실한 샌드위치가 너무 맛있어서 다 먹어버렸다. 3일 동안 시킨 아침 식사 중 이게 제일 나았다. 

마지막날까지 흐린 날씨, 여전히 비는 내리고.

어젯밤에 화려했던 Ly Suoc거리를 다시 걷는다. 

주말이 지나고 나니 축제가 끝난 것처럼 거리가 조용하게 느껴진다.  

 

화려한 야경을 자랑하던 대성당도 비에 젖어가니 우중충해 보인다.  

어젯밤에 진짜 사람 많던 까페인데 아침이 되니 아무도 없다.  

다시 호안끼엠 호수. 

꽃밭 위의시계.

오늘 갈 곳은 짱띠엔 백화점, 하노이에서 제일 오래된 백화점이란다. 시내를 다니는 버스는 꽤 새 것으로 보였다. 

세련된 백화점 앞에도 전통 모자를 쓰고 채소를 싣고 가는 자전거가 보인다.

베트남의 명물, 오토바이 행렬.

백화점에 들어가니 루이 뷔똥등 고가 브랜드숍이 있고,

은은한 금색의 인테리어가 돋보인다.

근데 생각보다 물건은 별로 없고 월요일 오전이라는 걸 감안하고서라도 사람도 별로 없었다는.

한국 화장품 브랜드는 여기서도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파리 바게뜨도 역시.

모든 층을 한 바퀴 둘러보고 화장실만 이용하고 나왔다.

1911년에 파리 오페라 하우스를 모방해서 지었다는 대극장. 근데 프랑스보다는 베트남 건축처럼 보인다. 

그냥 찾아가 보고 싶었던 하노이의 스타벅스 프레스점. 안은 굉장히 아늑하고 조용해서 괜히 머쓱해서 구경하다 나왔다.

그래서 오늘도 간 곳은 하이랜드 카페. 오페라 하우스 옆의 야외에 자리해 있다.

큰 나무를 중심으로 널찍히 자리한 테이블이 시원하다.

근데 비에 젖은 의자가 많아 겨우 자리를 찾아 앉아 시킨 카페 수어다 뜨거운 커피.

하노이에서 유명하다는 바게뜨 샌드위치를 못 먹어봐서 여기서 시켜보았다. 비엔티안의 카페에서 먹는 것이랑 비슷한 맛이 낫다. 라오스 사람들이 좋아하는 우리집 앞 가게 맛은 이렇게 대중적인 맛이 아니다. 맵고, 짜고, 약간 비리고. 진짜 하노이 사람들이 먹는 바게뜨 맛이 궁금하다. 

오페라 하우스 앞은 인기있는 결혼 사진 장소.

이제 호텔로 돌아가는 길.

비슷하면서도 다른 모습의 발코니가 재미있다.

인력거(?)를 타고 가는 관광객들.

호안끼엠 호수를 돌아 첫 날 왔던 로터리에 다시 왔다. 이제 돌아갈 시간.

 

베트남에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Made in Vietnam' 간판.

여기도,

저기도,

어디나 메이드 인 베트남을 자랑스럽게 내세우고 있다.

베트남이 중국을 제치고 제조업의 강국이 될 것이라는 얘기도 있던데 그 말이 실감났다.

그리고 구석구석 퍼져 있던 한국 문화와 상품들. 이건 편의점 스타일의 K마트였다. 

다시 호텔에 부탁해둔 택시를 타고 공항으로 향한다.

라오스에는 이런 다리 비슷한 것도 없는데...

새로 문을 연 하노이 공항. 

규모가 작은 인천공항 같다. 

베트남에서 비누는 사퐁, 라오스에서는 사부, 프랑스말은 사봉. 비누는 프랑스 사람들이 처음 들여온 것이 분명하다. 

큰 비행기 사이로 나를 태우고 갈 라오항공 비행기가 졸졸 오고 있다. 

3일 내내 낮게 깔린 구름 아래서 지냈다. 맑은 날의 하노이가 궁금하니 언제 한 번 다시 와야겠다. 

구름을 뚫고 오르니 나타나는 파란 하늘. 

비엔티안에 내리니 훅 끼쳐오는 열기가 따뜻하게 느껴졌다. 근데 택시 타고 집에 오자마자 에어콘을 틀어야했다. 피서 약발이 너무 짧다. 

피서와 쇼핑이 목표였기에 하노이에서 사 온 것들. 

휴지는 한국말 씌여 있길래 질이 좋을 것 같고 마침 세일한다길래 사 봤음. 가방을 거의 비워 왔길래 넉넉할 줄 알았는데 구겨 넣느라고 고생했다. 오래 보관할 수 있는 우유도 8개에 1800원 정도인 줄 알고 샀는데 나중에 보니 4개에 그 가격이었다. 그럼 라오스랑 비슷한 가격인데 괜히 무겁게 들고 왔다.한국산 케라시스 삼푸 린스 셋트. 베트남 커피 몇 종류. 엄청 쌌던 초콜렛(진짜 카카오는 거의 들어있지 않는 맛과 질감이었다.)하노이까지 가서 슈퍼에서 장 봐 왔군. 

사향 커피안 Weasel과 그 반 가격도 안되는 Dalat과 Moka를 사 왔다. 우선 Dalat 커피를 마셔봤는데 향기는 좋은데 맛은 별로, 결국 카페라떼용으로만 마시기로 했다. 

청각장애자들이 손으로 만들었다는 두 장의 카드는 남은 동을 쓰기 위해 산 것인데 맘에 든다. 


라오스에서는 길에서 싸움이 나거나 소매치기 같은 일이 일어나면 '베트남 사람일거야'라고 말하곤 한다. 시엥쾅의 베트남 식당에서 가끔 본 노동자들도 좋게 말하면 남성적으로 보이고 나쁘게 말하면 사나워 보였다. 그런데 잠깐이었지만 막상 가보니 역동적이고 그러면서도 미소를 잃지 않는 나라인 것 같다. 급격한 발전 속에서도 원래의 모습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언젠가 기차를 타고 베트남 일주를 한 번 해 보고 싶어졌는데 언제쯤 가능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