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6. 10. 23:30
D+139 070801 일상적인 일, 쿠사다시
2009. 6. 10. 23:30 in 2007세계일주/터어키,그리스
아침에 일어나니 뭔가 이상했다. 벌레의 기운이 느껴졌다. 진짜인 것 같다, 벌레.
데니즈(리셉션 가이)에게 얘기했더니 지금 방이 꽉 차서 바꿔줄 순 없고 청소를 다시 해주고 뭔가 방법을 찾아보겠단다.
음, 그 자세는 좋아, 그런데 방법을 찾을 수 있을까?
아침 먹으러 가는길.
숙소 마당 모습, 저기 계단을 올라가면 또 작은 마당이 나오고 아침은 거기서 뷔페식으로 서빙된다.
터어키에서 수박은 자주 먹었는데 메론이 나오는 건 처음이다. 거의 메론만으로 아침 식사 끝.
아침을 먹다가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온 드미트리를 만났다. 러시아 배낭여행객은 처음 만나본다.
내가 상트에 간다니 전화 번호 적어주었다. 러시아, 웬지 두려운데 전화번호 하나쯤 있으면 좋지.
수영장도 있다. 왜 수영장은 안 찍고 풀베드만 찍었지? 담쟁이 덩굴을 찍고 싶었던 걸까?
내가 봐도 왜 찍었는지 모르겠는 사진도 꽤 있다.
쿠사다시에서는 에페스 유적을 봐야 하는데 이제 유적은 질려서 패스~
해변에 가려다가 피곤하기도 하고 수영복 말릴 데도 없을 것 같아 그냥 시내에서 놀기로 했다.
리셉션 가이 데니스(Deniz), 데니스가 터어키 말로 바다라는 뜻이라고 자기 한국 이름이 바다란다.
독일에서 독일 역사를 공부했고(왜? 자기도 왜 그랬는지 잘 모르겠단다.) 일본을 좋아해 일본어를 할 줄 알고 한국말도 조금 한다. 일본에 터어키 레스토랑을 내는 게 꿈이라는 친절하고 유쾌한 청년이다.
오래 전부터 머리를 자르고 싶어서 어디가면 되냐고 물어봤다.
그동안 이발소는 많이 봤는데 무슬림 국가이다 보니 미용실은 찾기가 좀 어려웠던 것이다.
유니섹스 이발관이 있다고 같이 가주겠단다. 머리 예쁜데 왜 자르냐고? 무겁고 덥고 말리기 힘드니까 그렇지.
거울에 비춰보니 좀 아깝기는 한데 그냥 잘라주세요.
중후한 이발사 아저씨.
귀여운 이발사 보조 소년.
머리를 자르고 다시 숙소에 돌아와 뭐 재밌는 할 게 없냐고 물어보니 오늘 수요일이나 시장이 열린단다.
대단한 노천 시장이다. 티셔츠 3장 사고 돌아왔다. 옷이 모두 품이 좁고 몸에 딱 맞게 만들어져 있어 고르기가 좀 어려웠다.
오랜만에 집에 전화했다. 페티예에서 노느라고 인터넷도 못하고 전화도 못했는데 한국 사람들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인질로 잡혔단다. 부모님이 덩달아 걱정을 많이 하신 모양이다.
나는 평화롭게 여행하고 있는데 그런 일이 있었구나. 지금까지 여행을 생각해 보면 위험한 줄 알았던 나라들이 그렇지 않은 적이 많았는데 아프간은 정말 위험한가 보다.
우체국에 가서 그동안 읽은 세 권의 책을 한국으로 부쳤다.
이제는 쓸모가 없어진 중동 론니 플래닛, 이집트 소설 'The Yacoubian Building', 터키에서 산 사진집.
가지고 다니기는 무겁고 버리기는 아까웠기 때문이다.
데니스가 오토바이로 태워다주고 부치는 것도 도와줬다. 부치는 가격이 30리라.
30리라나 주고 책을 부치는 게 이해가 안 간단다. 나도 그렇지만 버리긴 싫은 걸.
엄청나게 큰 크루즈가 정박해 있는 쿠사다시 항구 모습.
덥고 이제 할 일도 없어 숙소 라운지에서 빈둥대고 있으니 어떤 아저씨가 와서 말을 건다.
옆집 사는 아저씬데 놀러온 것, 이름은 베니, 친구들은 퍽킹 베니라고 부른단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고.
독일, 홀랜드, 영국 등에서 살았고 레스토랑도 경영했는데 지금은 그냥 놀고 있다는 아저씨, 농담도 잘하고 진짜 재밌다.
가끔 데니스도 끼어서 수다 떨고 있는데 한 타이완 여자가 도착, 방이 없는지 주인 아저씨가 내 방 같이 쓰라고 한다.
그럼 깎아 줘야죠. 내키지 않아하며 5리라 깎아 준단다.
그런데 조금 있으니 또 한 타이완 여자와 남자가 오는 것이다. 커플은 아니고 그냥 같이 여행하게 된 사이.
방이 없다고 원래 내 방을 타이완 남자 주고 여자 세 명이 쓰는 방으로 옮기란다.
그럼 또 깎아 줘야죠. 주인 아저씨 완강히 안 깎아 준다.
주인 아저씨는 내가 에페스 투어도 안 하고 다른 투어도 안 하니 별로 맘에 안 드는 눈치, 안 친절하다.
나도 뿔이 나서 짐 안 옮기고 한참을 버티고 있었다. 베니랑 마셨던 맥주 기운까지 빌려서.
돈이 문제가 아니라 나한테 양해를 구해야지 명령하면 안 되죠.
결국 아저씨가 나에게 사과하고 짐 좀 옮겨 줄 수 있겠냐고 부드럽게 부탁해서 짐을 옮겼다.
옮기고 보니 이 방이 에어콘도 있고 더 좋네. 버틸 건 버텨서 원하는 걸 얻어내야 한다. 돈은 못 깎았지만.
밤이 되자 베니가 와인을 샀다.
타이완에서 온 수청은 영어 이름이 슈렉에 나온 피오나(낮의 피오나가 아니라 밤의 피오나를 닮았다).
생물 선생님으로 방학을 이용해 여행을 많이 하는데 타이완과 수교가 되어 있지 않은 나라가 많아 비자 문제가 어렵단다.
터어키에 오는데도 비자 비용을 100불이 넘게 들었다고.
중국이 세계의 강국이 되어갈수록 타이완이 힘들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와인을 좀 많이 마시고 '나 원래 안 이래' 그랬더니 베니가 그렇게 변명할 필요 없단다.
-그냥 인생을 즐기면 되는 거야. 영국, 독일에서는 매일 바쁘게 살고 차 뭐 타나 이런거 얘기했는데 그게 뭐 중요해?
터어키에서는 여유롭게 인생을 즐길 수 있지.
가슴에 와닿는 말이다. 항상 난 원래 안 이랬는데, 자기 변명 비슷한 걸 했던 것 같다.
지금의 내 모습이 진짜 내 모습인데 말이다.
데니즈(리셉션 가이)에게 얘기했더니 지금 방이 꽉 차서 바꿔줄 순 없고 청소를 다시 해주고 뭔가 방법을 찾아보겠단다.
음, 그 자세는 좋아, 그런데 방법을 찾을 수 있을까?
아침 먹으러 가는길.
숙소 마당 모습, 저기 계단을 올라가면 또 작은 마당이 나오고 아침은 거기서 뷔페식으로 서빙된다.
터어키에서 수박은 자주 먹었는데 메론이 나오는 건 처음이다. 거의 메론만으로 아침 식사 끝.
아침을 먹다가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온 드미트리를 만났다. 러시아 배낭여행객은 처음 만나본다.
내가 상트에 간다니 전화 번호 적어주었다. 러시아, 웬지 두려운데 전화번호 하나쯤 있으면 좋지.
수영장도 있다. 왜 수영장은 안 찍고 풀베드만 찍었지? 담쟁이 덩굴을 찍고 싶었던 걸까?
내가 봐도 왜 찍었는지 모르겠는 사진도 꽤 있다.
쿠사다시에서는 에페스 유적을 봐야 하는데 이제 유적은 질려서 패스~
해변에 가려다가 피곤하기도 하고 수영복 말릴 데도 없을 것 같아 그냥 시내에서 놀기로 했다.
리셉션 가이 데니스(Deniz), 데니스가 터어키 말로 바다라는 뜻이라고 자기 한국 이름이 바다란다.
독일에서 독일 역사를 공부했고(왜? 자기도 왜 그랬는지 잘 모르겠단다.) 일본을 좋아해 일본어를 할 줄 알고 한국말도 조금 한다. 일본에 터어키 레스토랑을 내는 게 꿈이라는 친절하고 유쾌한 청년이다.
오래 전부터 머리를 자르고 싶어서 어디가면 되냐고 물어봤다.
그동안 이발소는 많이 봤는데 무슬림 국가이다 보니 미용실은 찾기가 좀 어려웠던 것이다.
유니섹스 이발관이 있다고 같이 가주겠단다. 머리 예쁜데 왜 자르냐고? 무겁고 덥고 말리기 힘드니까 그렇지.
거울에 비춰보니 좀 아깝기는 한데 그냥 잘라주세요.
중후한 이발사 아저씨.
귀여운 이발사 보조 소년.
머리를 자르고 다시 숙소에 돌아와 뭐 재밌는 할 게 없냐고 물어보니 오늘 수요일이나 시장이 열린단다.
대단한 노천 시장이다. 티셔츠 3장 사고 돌아왔다. 옷이 모두 품이 좁고 몸에 딱 맞게 만들어져 있어 고르기가 좀 어려웠다.
오랜만에 집에 전화했다. 페티예에서 노느라고 인터넷도 못하고 전화도 못했는데 한국 사람들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인질로 잡혔단다. 부모님이 덩달아 걱정을 많이 하신 모양이다.
나는 평화롭게 여행하고 있는데 그런 일이 있었구나. 지금까지 여행을 생각해 보면 위험한 줄 알았던 나라들이 그렇지 않은 적이 많았는데 아프간은 정말 위험한가 보다.
우체국에 가서 그동안 읽은 세 권의 책을 한국으로 부쳤다.
이제는 쓸모가 없어진 중동 론니 플래닛, 이집트 소설 'The Yacoubian Building', 터키에서 산 사진집.
가지고 다니기는 무겁고 버리기는 아까웠기 때문이다.
데니스가 오토바이로 태워다주고 부치는 것도 도와줬다. 부치는 가격이 30리라.
30리라나 주고 책을 부치는 게 이해가 안 간단다. 나도 그렇지만 버리긴 싫은 걸.
엄청나게 큰 크루즈가 정박해 있는 쿠사다시 항구 모습.
덥고 이제 할 일도 없어 숙소 라운지에서 빈둥대고 있으니 어떤 아저씨가 와서 말을 건다.
옆집 사는 아저씬데 놀러온 것, 이름은 베니, 친구들은 퍽킹 베니라고 부른단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고.
독일, 홀랜드, 영국 등에서 살았고 레스토랑도 경영했는데 지금은 그냥 놀고 있다는 아저씨, 농담도 잘하고 진짜 재밌다.
가끔 데니스도 끼어서 수다 떨고 있는데 한 타이완 여자가 도착, 방이 없는지 주인 아저씨가 내 방 같이 쓰라고 한다.
그럼 깎아 줘야죠. 내키지 않아하며 5리라 깎아 준단다.
그런데 조금 있으니 또 한 타이완 여자와 남자가 오는 것이다. 커플은 아니고 그냥 같이 여행하게 된 사이.
방이 없다고 원래 내 방을 타이완 남자 주고 여자 세 명이 쓰는 방으로 옮기란다.
그럼 또 깎아 줘야죠. 주인 아저씨 완강히 안 깎아 준다.
주인 아저씨는 내가 에페스 투어도 안 하고 다른 투어도 안 하니 별로 맘에 안 드는 눈치, 안 친절하다.
나도 뿔이 나서 짐 안 옮기고 한참을 버티고 있었다. 베니랑 마셨던 맥주 기운까지 빌려서.
돈이 문제가 아니라 나한테 양해를 구해야지 명령하면 안 되죠.
결국 아저씨가 나에게 사과하고 짐 좀 옮겨 줄 수 있겠냐고 부드럽게 부탁해서 짐을 옮겼다.
옮기고 보니 이 방이 에어콘도 있고 더 좋네. 버틸 건 버텨서 원하는 걸 얻어내야 한다. 돈은 못 깎았지만.
밤이 되자 베니가 와인을 샀다.
타이완에서 온 수청은 영어 이름이 슈렉에 나온 피오나(낮의 피오나가 아니라 밤의 피오나를 닮았다).
생물 선생님으로 방학을 이용해 여행을 많이 하는데 타이완과 수교가 되어 있지 않은 나라가 많아 비자 문제가 어렵단다.
터어키에 오는데도 비자 비용을 100불이 넘게 들었다고.
중국이 세계의 강국이 되어갈수록 타이완이 힘들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와인을 좀 많이 마시고 '나 원래 안 이래' 그랬더니 베니가 그렇게 변명할 필요 없단다.
-그냥 인생을 즐기면 되는 거야. 영국, 독일에서는 매일 바쁘게 살고 차 뭐 타나 이런거 얘기했는데 그게 뭐 중요해?
터어키에서는 여유롭게 인생을 즐길 수 있지.
가슴에 와닿는 말이다. 항상 난 원래 안 이랬는데, 자기 변명 비슷한 걸 했던 것 같다.
지금의 내 모습이 진짜 내 모습인데 말이다.
'2007세계일주 > 터어키,그리스' 카테고리의 다른 글
D+141 070803 쿠사다시-사모스-아테네 이동 (7) | 2009.06.14 |
---|---|
D+140 070802 쿠사다시에서 빈둥대기 (10) | 2009.06.11 |
D+138 070731 페티예-쿠사다시 이동, sezgin guesthous에 묵다 (12) | 2009.06.09 |
D+137 070730 페티예 보트(Gulet) 크루즈, 12 island 투어 (6) | 2009.06.08 |
D+136 070729 울루 데니즈(Oludeniz)에 가다 (6) | 2009.06.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