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7월-12월 읽은 책
7월
마종기<우리 얼마나 함께>
외국에 사는 시인의 '우리는 몇 번이나 더 만나고 헤어질 것인가'라는 싯귀가 요즘 자꾸 떠오른다. 평균 수명의 반을 살아버린 나는 앞으로 세월이 빨리빨리 흘러 더 이상의 기대도, 희망도 남지 않은 나이가 되었으면 싶다.
Colin Cotterill<The Coroner's Lunch>
라오스를 무대로 한 최초의 영어소설이라는 해설을 어디에선가 보았다. 70년대의 라오스를 배경으로 시체 검시관이 사건을 해결하는 시리즈인데 그 당시 라오스의 상황을 알고 싶다면(사실인지는 제쳐두고) 읽어볼만하다. 미스터리물을 원한다면 글쎄...마호솟 병원이니 하는 지명이 나오는 게 신기하긴 하다. 다른 시리즈를 읽을 것 같지는 않다.
이현욱,구본준<두 남자의 집짓기>
비엔티안에 있는 한국 책나눔터에서 빌어온 책.
건축가과 건축담당기자니 보통 사람들보다는 훨씬 쉽기는 했을 것이다. 그들의 예산에 30% 정도는 더해야 비슷한 집을 지을 수 있을 것 같다. 평생 두 채의 집을 짓고 두 번째 집이 지어지는 과정을 일일이 사진으로 남기신 아버지가 생각났다.
8월
Marjane Satrapi<Persepolis>
아파트 휴게실에서 집어온 책. 돈 많고 깨인 부모를 만나 다른 대부분의 이란 여성들과 달리 원하는대로 살 수 있었던 것은 아닌가 하는 꼬인 생각.
히가시노 게이고<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너무 착해서 재미없었다.
9월
에쿠니 가오리 외<치즈랑 소금이랑 콩이랑>
다정하고 맛있는 이야기들. 한국에 갈 때며 도서관에 들러 이런 채을 잔뜩 읽어줘야 한다.
편혜영<서쪽 숲에 갔다>
범인이 드러나지 않는, 무늬만 스릴러를 빌어온 이런 책이 싫다.
조정래<정글만리1,2,3>
소설이라기보단 현재 중국의 풍속사를 읽는 기분이었다. 월급쟁이는 평생 알 수 없는 사업가의 세계가 점점 궁금해진다. 넓디 넓은 중국은 언제 다 가 보나?
10월
Henning Mankell<The Troubled Man>
내가 제일 좋아하는 그의 작품 Italian Shoes와 비슷한 분위기. 추리소설 부분에 집중을 안 하고 스웨덴, 독일, 덴마트, 라트비아로 이어지는 왈란더의 여행에 관심이 더 갔다. 이제 더 이상 왈란더를 만날 수 없다는 것이 아쉽지만 한 편으로는 안도가 되었다. 더 이상 그의 회한을 쫓아다니지 않아도 되기에...
David Nicolls<One Day>
지난 20년의 세월과 몇몇 얼굴이 떠오른다. 남자는 뒤늦게 철이 들고 여자는 현실에 순응해 간다. 티비에서 영화의 끝 장면을 보아 결말을 알고 있었는데도 막판에 눈물을 펑펑 쏟고야 말았다.
11월
이원복<먼나라 이웃나라 중국2>
정글만리에 이어서 중국의 현대사에 대해 조금은 알게 되었다.
Arnaldur Indridason<Arctic Chill>
동양의 여인은 어디나 진출하는 듯, 아이슬란드로 이주한 태국 여성에 관한 이야기. 태국 날씨에 비하면 거긴 너무 추울 것 같다.
내가 사라지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에 끌리는 이유는 뭘까? 예전에는 파트릭 모디아노의 소설에 나오는 뿌리를 잃고 끊임없이 떠도는 캐릭터에도 빠져들었던 적이 있는데 같은 이유?
12월
Alexander McCallSmith<Sunshine on Scotland Street>
우리 Bertie 7살 좀 되게 해주세요.
은근한 중독성으로 7번째인지 8번째인지 헷갈리지만 어쨌든 책 나올 때마다 사게 되는 Scotland Street 시리즈.
Jonas Jonasson<The 100-year-old man who climbed out the window and disappeared>
스웨덴에는 탐정소설만 있는 줄 알았더니만 다른 책도 있다. 처음에는 재밌었는데 잘 모르는 역사가 나오니 조금 지루해졌다. 출장 가서 너무 추울 때 이불속에서 읽은 책이라 이 책이 떠오를 때마다 추위가 기억날 것 같다.
지난 6개월의 독서를 돌아보면 좀 진지한 책을 읽어야 하는데 술술 넘어가는 책만 읽은 것 같다는 것.
또 술술 넘어간다는 것은 종이장을 넘겨야 그 맛이 나므로 전자책에 대한 관심이 떨어지고 있다. 한국에서 오는 방문자가 많아 책을 부탁하기 쉬웠던 것도 하나의 이유고 다 읽고 나면 간직할수도, 남에게 줄 수도, 헌책방에 넘길 수도 있는 손에 잡히는 책이 더 책답다는 나의 고루한 생각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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