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8. 7. 09:21

D+205 071006 라파즈 걷기, 라파즈-포토시 이동

어제 너무 늦게 들어와 아홉시 넘어서까지 자버렸다. 11시에 체크 아웃이라 서둘렀다.
주인 아저씨에게 인사하고 싶었는데 안 계시다, 어제 나 문 열어주느라고 잠 못자서 지금 주무시나?
Hostel Austria, 도미토리 가격으로 싱글룸도 쓰고 아저씨도 친절하고 좋았던 곳이다.

짐을 맡기고 나와서 걸어본다.

분지에 위치한 도시라 완만한 언덕길이 많은 도시다.
도시 중심부에 있는  산 프란시스코 성당(Iglesia de San Francisco)
1500년대 스페인의 식민지화가 시작된 이후 바로 지어졌다는데 그렇게 오래된 건물 느낌은 아니다.
날씨가 좋아서 그러나 리마 대성당보다는 훨씬 깨끗해 보인다.
산 프란시스코 교회 앞에서 바라본 도시 모습, 낮은 곳에는 고층빌딩도 있는데 산기슭을 올라갈수록 좁은 집들이 서 있다.
이 곳에서 사가르나가(sagarnaga)거리를 올라가면 큰 시장 골목이다. 꼭 우리나라 남대문 시장 같다.
옷가게가 늘어서 있는 골목이 있는 가 하면, 전자 상가도 있고 야채며 과일등 없는 것이 없다.
점심 때가 되자 여기도 음식배달해 먹는지 접시를 든 사람들이 왔다갔다 하고 있다.

방향 없이 헤메다가 두꺼운 바지를 하나 샀다. 우유니가 그렇게 춥다하니 준비가 필요하다.
다시 란자 시장(Mercado Lanza)쪽으로 내려와 정말 파파 할머니가 팔고 계시는 발토시도 샀다.
할머니, 여기까지 걸어나오기도 힘들 것 같은데 물건까지 팔고 있다.
길거리 노점에서  CD 플리에어, MP3 플레이어 같은 것도 파는데 Sony 어쩌구 다 써있다.
진짜냐고 물으니 중국산이란다. CD 플레이어가 200B(26000원),너무 싼 거 아닌가?
꽃가게, 과일 쥬스를 파는 노점도 늘어서 있다.
토요일, 성장을 하고 결혼식에라도 가는 듯한 아주머니, 모자는 필수(모자는 볼링 햇(Bowling hat)이라고도 불린다)
쇼핑도 했겠다, 지나가며 살테냐(만두 같은 것)도 두 개나 사먹어 배도 불러 좀 쉬려고 무리요 광장으로 돌아왔다.
오늘도 여전한 광장 풍경.
결혼식 야외 촬영이라도 하나보다.

다시 날이 흐려지고 추워져 추위도 녹일 겸, 시간도 때울 겸 옆에 있는 국립 미술관에 갔다.
10볼리비아노.
중정이 있는 스페인다운 건물이다.
한가운데는 언제나 분수.
종교화는 썰렁했는데 2층의 현대 미술품에는 인상깊은 게 몇 개 있었다.
너무나 볼리비아적인 그림.
잉카 문명의 신인 <Pachamama>
여긴 마추피추다. 와이나피추의 둥근 봉우리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어디서 보면 이렇게 보였을까?
Septiembre,구월.
오래된 건물 옆으로 현대적인 건물이 이어져 있고 거기에서는 사진전이 열리고 있었다.
인간의 몸을 캔버스로 사용해 그림을 그리고 찍은 사진전.
포르투갈의 서점에서 이런 사진집을 본 적이 있다. 데미무어도 모델이었다는.
신기하고 재미있었는데 아무래도 누드에 그림을 그린 것이다보니 예술적인 면에 집중하기 어려웠다.
작업과정을 비디오로 찍은 것도 상영되고 있었는데 어쩔 수 없는 동양 여자라 오래 앉아 있기는 민망했다.
예술적인 면에 있어서는 남아메리카가 우리보다 훨씬 진보적인 것 같다.

호스텔에 돌아가 짐을 챙겨 터미널까지 택시를 탔다. 토요일 오후라 그런지 차가 막힌다. 클랙션 빵빵 울리고 괜히 재밌네.
라파즈 터미널에 도착한 시간은 6시. 내가 표를 산 버스회사는  Universario.
아저씨가 짐을 두라는 곳에 가보니 손님이 모두 볼리비아 아줌마들이다. 이건 완전 로컬 버스를 타겠구나.
에라, 모르겠다, 별일이냐 있겠냐.
가방을 두고 물을 사러 나왔는데 어, 낯익은 얼굴이 보인다.
그렇게 어제 만났던 멕시코 친구들, 나챠와 비키를 다시 만났다. 코차밤바 가는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어제 제대로 작별 인사도 못하고 헤어진 것 같아 많이 아쉬웠는데 무척 반가웠다. 그쪽도 그런 것 같았다.
나챠 아줌마는 어젯밤 자면서 생각했단다, 나를 도와줘야 하는데...라고.
내가 자기 딸 같은데 자기 딸이 여행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누가 도와주면 좋을 것 같단다.
여행하다 도움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연락하란다.
오늘 쇼핑했다는 볼리비안 모자를 쓰고 같이 사진을 찍었다.
30분쯤 같이 있다 헤어지는데 거의 눈물이 날 뻔했다. 나챠 아줌마도 눈물이 글썽글썽하다. 
40년전의 꿈, 체 게바라를 찾아 볼리비아까지 온 나차, 꼭 체 게바라 만나고 돌아가시길 마음으로 빌었다.

버스 타러 가니 내 배낭이 없다. 내 가방 실은 거 맞아요? 일하는 사람에게 물어보니 사무실 가서 물어보란다.
사무실에 가서 물어보니 기다리란다. 배낭 잃어버렸다는 얘기 하도 많이 들어서 마음이 불안해지기 시작.
누가 나오더니 짐칸을 열어 보여준다. 내 주황색 배낭이 얌전히 들어가 있다. 괜히 의심해서 미안, 하지만 항상 조심해야지.
버스는 2층인데 1층은 모두 짐칸이다. 뭐 이렇게 짐이 많은지.
버스 계단이 무척 높아 나도 올라가기 힘들다, 할머니들은 더 힘드시겠다.
올라가니 쾌쾌한 냄새가 난다. 볼리비아 버스가 다 그런지 이게 싼 버스라 그런건지 모르겠다.
내 자리, 파노라믹 자리긴 하다. 그런데 밑에 구멍이 뚫려 있다. 발이 빠질 염려도 있고 뭔가 떨어뜨리면 큰일나겠다.
옆자리 비워달라고 부탁했건만 버스가 꽉 찼으니 어쩔 수 없다. 어떤 남자가 내 옆에 앉았다.

버스는 7시에 라파즈를 빠져나갔다.
라파즈, 볼 것도 별로 없고 도둑, 강도가 많은 위험한 도시라는 얘기만 들었는데 한국 음식도 먹고, 친절한 호스텔에서 묵고, 폴크로레 공연도 보고,  멕시코 친구들도 만나고, 나에게는 좋은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아, 사진 전시회도 좋았다.


* Hostal Austria, 론니에 나온 숙소, 도미토리 27B. 일본인이 많이 오는 곳, 아저씨 친절하다. 아침식사 불포함, 부엌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