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1. 7. 09:20

D+306 080115 우리는 세 번 만났다, 뉴헤이븐-보스턴 이동

난 9시에 깼는데 루이스는 계속 자고 있다. 얘 잘 자는 건 우유니에서 겪어서 익히 알고 있었지만 정말 잘 잔다.
씻고 짐 다 쌌는데도 안 일어난다. 10시 반에 수업이 있다고 했고 내가 보스턴 가는 버스도 11시 반인데...
10시에 깨웠다. 인터넷 하다가 새벽 4시에 잤다고.
-내가 자면서 너 밀지 않았어?
-너랑 벽 사이에 끼여서 자느라고 힘들었다구.
아침 식사는 피어슨 칼리지 지하 식당. 오늘도 친군데 같이 먹어도 되죠, 에 무사 통과.
베이글에 와플, 과일, 오트밀, 각종 씨리얼에 아침 식사도 장난이 아니다. 배불리 먹고 사과 두 개를 챙겨 나왔다.
택시를 잡아야 하는데 들어오는 택시는 당연히 없고 루이스는 휴대 전화가 없어(어디서 잊어버렸다고 한다) 지나가는 사람에게 부탁해 택시를 불렀다.
택시 기다리며 한 장, 택시는 11시 15분에 왔다. 버스 시간에 늦을 것 같다.
이제 정말 헤어져야 할 시간, 우리가 만난 시간이 다 합쳐봐야 일주일도 안 되는데 오랫동안 알았던 친구인 것 같은 루이스.
오늘 헤어지면 언제 또 볼 수 있을까? 5년후? 10년후? 거의 눈물이 날 뻔했다.
-네가 원하는 일 꼭 이루길 바랄께.
마이 쿠반 가이, 루이스, 다시 만날 때까지 안녕~

버스는 11시 25분에 터미널에 닿았고 버스는 11시 45분이 되어서야 왔다. 여기도 좌석표가 지정 안 되어 줄을 서서 기다려야 했다. 다른 곳에서 출발해 이 곳을 경유하는 버스였다. 
이름을 잘 모르는 소도시들에 정차하며 버스는 북쪽으로 달린다.  
온통 눈꽃이 핀 나무들, 버스는 오후 네 시에 보스턴에 도착했다.

오래된 도시라 그런지 지하철이 기차처럼 생겼고 엘리베이터도 없다. 이른 퇴근을 하는 사람들로 만원인 전철에 큰 짐을 들고 타기가 꽤 힘들었다. 보도에 턱도 많아 걷기도 힘들고. 뉴욕에는 그래도 경사면이 다 있었는데.
미리 예약해 둔 Boston HI hostel에 도착, HI 카드가 없어 3불을 더 내야 해서 43불이라는 엄청난 가격에 6인용 도미토리에 들어갔다. 시카고 HI hostel 은 HI 카드가 없다고 더 받지는 않았다.

저녁으로 라면을 끓여 먹고 식당에 있는데 여기도 한국 사람이 참 많다. 식당에 있는 사람 중 80%가 랩탑을 들여다보고 있고. 음, 그렇군. 요새는 랩탑이 없으면 안 되는 거구나. 모두 자기의 컴퓨터를 들여다 보고 있으니 말을 걸 사람도 없고. 어차피 저장되어 있는 영화나 보려면 뭐하러 여행을 다니는지, 그냥 집에서 봐도 되지 않나?
잠깐 밖에 나가 보았다. 눈이 많이 쌓여 있고 무척 춥다. 여태껏 지나온 도시 중 가장 추운 것 같다.
조금 둘러보다 들어와 담요를 두 개 덮고 누워 있었다. 앞 침대에는 칠레에서 천문학 학회에 참석하러 왔다가 잠깐 여행하고 있다는 여자애가 있다. 그래, 내가 칠레에 갔다 왔었지, 뉴욕에 간다길래 이것 저것 정보를 알려 주었다.
새벽에 윗침대에서 랩탑이 내 다리 위로 떨어졌다. 깜짝 놀라서 잠에서 깼다.
이런, 한국 여자애인 것 같았는데 영어로 좀 조심하라고 얘기하고 올려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