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7. 13. 10:43

D+15(2) 올레순 둘러보기

트롤스티겐에서 내려와 안달스네스를 거쳐 올레순까지 이르는 120km는 평이한 길이었다. 몇 개의 터널을 지나고 바닷길, 산길을 달려 올레순(Alesund) 도착.

산, 빙하, 해협만 보다가 갑자기 도시로 들어오니 인구 4만여명의 작은 도시가 무척 크게 느껴졌고 주차장을 찾느라고 시내를 몇 번 돌아야 했다.

올레순은 1904년에 도시가 전부 불타버려서 이 때 유행했던 아르누보 스타일로 도시 전체가 다시 지어졌다고 한다.

평화로운 수로와 집이 잘 어우러졌다.

아르누보 스타일은 꽃이나 식물 모양의 곡선을 사용하고 장식적인 경향이 강하다고 한다. 

보이는 건물에는 1905년이라고 건축년도가 씌여있다.

로댕 스타일인 것 같은데 누구를 표현한 건지는 모르겠다.

이 집은 1906년 건축.

418개의 계단을 올라가 Aksla 언덕에 가면 도시 전경이 잘 보인다는데 아마 오른쪽 산꼭대기인 것 같다. 걸어올라갈 자신이 없어 안 갔는데 관광안내소에서 그 위에서 찍은 사진을 보고 올라갈 걸 싶었다. 떄는 이미 늦었고...

시내 중심가에 소방차가 모여 있어 불이 난 걸까 생각했는데,

분위기가 한가하다.

이 동네 응급전화번호는 113, 앰뷸런스는 노란색.

소방서 창립 150주년 기념 행사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사다리차 시범도 보이고,

소방선은 60년 되었나보다.

노르웨이 음식 먹으러 들어간 분위기 좋은 카페. 여기도 뭔가 아르누보 스타일?

연어 오픈 샌드위치와 카페 라떼 한 잔이 110NOK. 이 당시(2014년 6월) 환율로는 2만원 정도였는데 지금 찾아보니 만 오천원 정도. 노르웨이 크로나가 그 새 많이 내렸다.

소방차들도 행사를 마치고 소방서로 돌아가고 우리도 주유소에서 기름을 꽉 채운 후 올레순 공항으로 향했다.

해저로 뚫었다는 터널 두 개를 지났는데 그래서 그런지 쭉 내려갔다 올라가는 터널이었다.

공항은 이층 짜리 작은 건물, 읽을 때마다 비아그라로 잘못 읽게 되는 비그라 공항.

무사히 달려준 렌트카와 사진 한 장. 주차장에 세워놓고 공항 안 사무실로 가 열쇠를 반납하면 끝이다. 

'Everything OK?' 한 마디 뿐, 차를 검사하지도 않는다. 역시 신뢰의 나라 노르웨이.

또 한 가지 인상깊었던 것은 아무리 외진 동네의 작은 가게라도 신용카드를 사용할 수 있었다는 것. 단 한 번 현금을 요구한 곳은 올덴의 숙소였다. 올해에는 스위스에 다녀왔는데 여긴 의외로 신용카드를 안 받는다는 곳이 많았다.

공항 대기장의 식탁이 맘에 든다.

비행기 창 너머로 우리가 헤매고 다닌 눈 덮인 산과 피요르드가 나타나더니,

곧 따뜻해 보이는 모습으로 바뀌고 한 시간 만에 오슬로 공항에 도착했다.

타고온 SAS 항공은 덴마크, 스웨덴, 노르웨이 연합항공.

꼬리 날개에 유명인물을 그려놓은 비행기는 저가 항공 노르웨지안 항공.

얼마 전에 중국 작가 위화의 책에서 '위대한 작가는 많지만 하늘을 날아다니는 작가는 입센 뿐이다' 라는 구절을 읽고 이 사진이 떠올랐었다. 이 작가도 노르웨지안 항공을 타 봤던 것이다. 이 사람이 입센인 줄 알았는데 다시 찾아보니 Christian Krohg라는 화가였다. 

 

오슬로 공항에서 중앙역까지는 Flybussen 공항 버스를 타고 갔다. 도착하니 밤 9시였는데 토요일 저녁이라 그런지 중앙역에 사람은 많고 길은 모르겠고 Oslo pass 파는 곳을 찾지 못했다. 1회용 버스표를 사고 예약해 둔 앙커 아파트까지 30번 시내 버스 타고 가는데 사람이 많아 짐을 들고 가느라 무척 고생했다.

난 도시 체질이 아닌가봐, 사람 없고 아름다운 자연만 존재했던 피요르드가 그리워졌다. 사실은 짐 안 들고 다녀도 되는 렌트카 여행이 그리웠는지도 모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