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2. 18. 22:51

D+90 070613 카이로의 첫날밤, 마드리드-카이로

다시 떠나는 날이다.
짐 챙기고 갈비찜과 콩나물 무침, 오징어채 볶음을 마지막 점심으로 먹고 공항으로 갔다.
가족들에게 웃으면서 작별 인사를 한다 미르 아르에게 손을 흔들고 게이트를 빠져나왔다.
사실 가기 싫은 마음도 좀 있다. 배낭은 14kg이고 카이로는 지금 무지, 무지 덥단다.

다시 시작하는 여행, 카이로부터 시작이다.
바하라스 공항 신청사, 안에도 노란 기둥,
바깥도 노란 기둥, 스페인다운 색깔이다.
앞으로 많이 이용하게 될 이베리아 항공, 지난 더블린-마드리드 비행때 기내식도 안 줘서 실망했었는데 이번에는...?
비행기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은 언제나 마음을 흥분시킨다.
다행히 기내식이 나온다. 닭고기 빠에야, 안 싱싱한 샐러드, 치즈케잌까지.
돼지고기는 들어 있지 않단다. 이슬람교 국가로 간다는 게 실감나기 시작.
네 시간 반의 비행이 끝날 무렵, 카이로에는 이미 밤이 찾아와 있었다.
낯선 도시에 밤에 도착하는 건 피하고 싶은 일이지만 어쩔 수 없는 때가 있다.
공항 비자피 15불을 내고 입국 수속대를 빠져나오니 플랭카드를 갖고 마중나온 사람들이며 택시기사에 그야말로 혼돈이다.
택시 기사들이 잡는다.
60파운드라구요? 35파운드라고 들었다구요. 두 명 더 올 때까지 기다리라구요? 그럴 순 없죠.
어디서 들은 정보, 길 건너서 주차장 가로지르라고 그러던데...그런데 지금은 밤이고 길을 찾을 수가 없다.
내가 머뭇거리고 있으니 경찰 두 명이 다가온다. 싼 택시를 찾는다고 하니 얼마면 되겠냐고 한다.
35P라고 하자 지나가는 택시를 잡아 물어보더니 25P라고 타란다. 오우, 땡큐죠.

카이로의 첫인상은 꼭 방콕 같다.
고가도로를 달리고 길가에 불빛도 별로 없고 후끈하고 매캐한 공기가 느껴진다.
기사 아저씨, 영어를 못하신다. 중심가인  Midan Tahir 라고 했는데 내 발음이 영 안 좋은 듯 싶기도 하고...
Ismalia Hotel 에 가려고 했는데 아저씨가 영 헤매길래 Sun hotel이 보이지 그냥 내려달라고 했다.
기사 아저씨 영 걱정스러운 눈치다. 이스말리아 호텔을 못 찾아줘서. 내가 여기에 묵어도 된다고 해도 걱정스러운 눈치.
무슨 티켓 값 포함해서 30파운드란다. 그래, 이 정도면 싸게 왔지, 기분 좋게 30파운드 줬다.(1파운드=164원)
Sun hotel 더블룸 70P, 비싸다, 비싸. 리셉션에서 농담하며 한참 깎아달라고 졸랐는데 60P까지 밖에 못 깎았다.
욕실도 안 딸려 있는데 너무 비싼 거 아닌가 모르겠다. 내일 아침 딴 데 알아봐야겠다.
그런데 모기가 있다!!! 네트도 없는데 이런이런...
카이로의 첫날밤, 막상 떠나오니 또 의욕이 생긴다. 재밌을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