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대볶음, 늙은 호박 요리, 그리고 올림픽
어느 새 요리가 취미가 되어버렸다, 특기는 아직 아닌 것 같고.
백 양이 비엔티안을 방문했을 때 고구마 라떼를 만들어달라고 해서 샀던 고구마. 색깔은 맛없어 보이는 보라색인데 밤맛이 나서 라떼로도 먹고 삶아서도 먹어다. 파파야와 같이 싸갔던 어느날 점심, 건강식.
건강식을 먹다 보면 온 몸이 불량식품을 원하기에 유통기한이 지난 비빔면을 끓였다. 양심적으로 냉장고에 남아있던 양배추를 면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잔뜩 썰어넣었는데 역시 맛이 없어서 억지로 먹었다.
M양의 가족이 한국에서 공수해다 준 진공 순대.
라오스에도 진짜 내장이 들어간 듯한 순대 비슷한 것이 있는데 나는 순수 당면만 들어간 싸구려(?) 순대가 더 좋다.
잘려진 순대만 먹어봐서 실제 순대를 찜통에 쪄서 자르려고 했더니 약간 징그러웠다.
냉장고에 남은 채소를 잔뜩 넣고 떡국 떡도 넣어 순대볶음을 만들었는데 내가 만든 것이라고는 믿기지 않게 맛있었다. 남은 걸 도시락으로 싸갔는데 떡은 식으니 딱딱해서 맛이 없었고 순대는 여전히 맛있었다.
짜고 매운 순대볶음 맛을 중화시키기 위한 패션푸룻 사이다. M양이 추천해 준 레시피대로 라오스 산 소다수에 패션푸룻을 긁어넣어 만들었다. 라오스 산 소다수는 3000kip(500원).
페리에는 안 마셔보았지만 뭐 소다수가 그게 그거겠지, 상큼하게 시원한 맛이다.
집 앞 채소 가게에서 평소에 못 보던 걸 보고 갑자기 도전정신이 솟아올라 사오긴 했는데...
이렇게 큰 늙은 호박 반 통으로 무얼 하지? 찹쌀은 언제나 있으니 호박죽을 만들자.
호박을 찜기에 찌고 찹쌀을 갈아서,
팔빠지게 저어 호박죽을 만들었다. 오로지 호박맛 밖에 안 나는 걸쭉한 호박죽.
고샘은 한 입 먹어보고 설탕이 더 들어가야 한다고 했지만 그냥 담백한 맛으로 먹었다.
남은 호박을 채썰어 부친 늙은 호박전, 요즘 같이 살고 있는 S양께서 노릇하게 부쳐 주었다. 난 기름을 너무 아껴서인지 이렇게 부쳐지지 않는다. 은근한 단 맛, 고소한 부침가루 맛이 어우려져 진짜 맛있었다.
바야흐로 동계 올림픽 시즌, 여기서 볼 수 있는 한국 채널은 YTN 월드와 KBS 월드, 올림픽 중계를 볼 수 없다는 건 이해하는데...
뉴스에서도 올림픽 장면을 볼 수 없다. KBS도,
YTN도.
소리는 나오니 아나운서의 설명을 들으며 장면을 상상할 수 밖에 없다. 어쩌다가 화면을 늦게 끊어 쇼트트랙 출발 장면이나 김연아 선수 옷자락이라도 보게 되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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