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11. 5. 10:08

라면으로 저녁을 대접하다

어제 세 시간 반 걸려 퐁사반으로 나왔다. 도착하자마자 시장에 들러 과일과 물과 먹을 것을 잔뜩 사서 차에 실었다. 슈퍼에서 한국 라면도 발견해서 한 박스 사고 촬영팀을 위한 특별 선물 비어라오 한 박스도 실었다. 저녁으로 인도 음식을 먹고 호텔에서 뜨거운 물로 샤워하고 잘 잤다. 전에는 아무것도 없는 읍내라고 생각했던 퐁사반이 산에 갔다 내려오니 큰 도시처럼 느껴졌다.  

아침에도 어제 못 다한 장을 보느라 시장에 들렀는데 남삣 마을 아이들의 허름한 옷차림이 못내 맘에 걸렸던 정부장님이 사비를 털어 바지 100벌을 샀다.  

 아스팔트 길이 거의 끝나가는데 참, 발전기에 필요한 석유 사는 걸 깜박할 뻔했다.

 길가의 작은 석유 가게, 드럼통에 담겨 있는 석유를 펌프로 퍼올려 판다.

다시 비포장길로 접어들었다. 마치 퀼트를 이어붙인 것 같은 풍경.

마을에 도착하니 일행들이 뛸듯이 우리를 반긴다. 우리를 반긴다기보다는 보급품을 반기는 것이겠지. 

퐁사반에서 가져온 여러 가지 음식으로 점심을 먹는 중, 같이 나갔던 닥터 케이가 쌀밥, 반찬, 이것저것 음식을 많이 사왔다.

우리가 밥 먹는 걸 구경하는 마을 사람들. 이제 얼굴이 기억나는 사람도 몇 명 있고 일행과 많이 친해진 것 같다.

산전진찰하러 가는 의료팀.

오늘도 동물농장은 여전하다.

바로 어제 새벽 아기를 낳은 집, 산후 진찰하는 걸 찍으러 갔다.

 

퐁사반에서는 4WD렌트하기 힘들어 비엔티안에서부터 두 대를 렌트해 갔다. 차를 마을에 세워놓고 움직이지 않으니 렌트카 기사들은 할 일이 없었는데 통역도 하고 술상무도 하고 여러 가지로 많이 도움이 되었다.

그런데 저기서 불 피워놓고 뭐하는 거지?

이게 뭡니까? 돼지 껍질 말린 거라는데 특별히 주문을 해서 닥터 케이가 퐁사반에서 사온 것이라고.

미스터 폰이 한 번 먹어보라고 주는데 질감은 쫄깃한데 노린내가 많이 나서 못 먹겠다. 이 동네에서는 맛있는 간식인 듯.

 

계속 마을 사람들이 식사를 준비해 줘서 저녁은 우리가 대접하기로 했다. 메뉴는 한국 라면.

모닥불을 피웠는데 한국 사람이 피운 건 불이 잘 안 탄다. 높이를 높여서 공기가 잘 들어가야 한다나 뭐래나. 물이 끓기를 기다리다 지쳐 그냥 라면을 넣어버렸다. 이 분들 라오스의 고급 공무원들이신데 다 같이 야생으로 돌아갔다.

물이 나중에 끓기 시작해 라면이 퉁퉁 불었지만  냄새는 향긋하다. 그런데 생각보다 마을 사람들이 많이 와서 그 분들 다 드시고 우리는 남은 국물을 먹을 수 밖에 없었다. 그래도 맛있다고 해 주셔서 고마웠다.

저녁을 먹고 마을 전통 악기 연주를 들었다.

단순해 보이는 악기의 구슬픈 음악이 산골 마을에 울려퍼졌다.

이 마을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은 어떤 꿈을 갖고 살아갈까? 아이들에게 '커서 뭐가 될래?'하면 무슨 대답이 나올까?

여기가 명당 자리, 카메라에 걸릴까봐 도망다니다 헤드라이트를 켠 차에 오르니 일등석이 따로 없다.

 

준비 없었던 지난 밤과 달리 오늘은 공동 수도에 가서 세수도 하고 이도 닦고 잠자러 갔다. 땅바닥이  덜 딱딱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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