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3. 23. 20:25

D+10 노르웨이 스타방게르(Stavanger) 도착

주로 도시를 돌아보았던 스웨덴, 코펜하겐 여행을 마치고 이제 노르웨이로 향한다. 노르웨이에서는 렌트카로 피요르드를 따라 자연을 즐기며 여행할 예정이다.   

코펜하겐 공항에서 비행기를 타야 하는데 기차는 여전히 파업 중이어서  어제와 같은 코스로 버스를 타고 외레순 다리를 건넌다. 무거운 짐 들고 기차 탔다 버스 탔다 다시 기차 타려니 좀 힘들었다.

코펜하겐 공항은 무척 활기찼다. 공항이라기보다는 큰 쇼핑몰에 들어온 기분? 심지어 H&M도 출국장 내에 있다. 

코펜하겐에서 스타방게르까지는 스칸디나비아 에어라인 SAS를 탔다. 스웨덴/노르웨이/덴마크의 합작 항공사. 아, 그래서 노르웨지안 항공은 저가 항공이고 핀에어는 핀란드 국적 항공사구나.

나름 국제선인데도 저가항공 수준의 요금에 커피 한 잔은 무료, 사면체 모양으로 포장되어 있던 밀크는 나중에 먹으려고 챙겨놨으나 결국 안 먹었다 

드디어 산과 물이 만나는 곳이 많은 피요르드 지형이 창 밖에 나타나고, 

1시간 10분만에 스타방게르 공항에 도착하였다. 

짐을 찾고 AVIS 렌트카 사무소로 가서 미리 예약한 차를 픽업하였다.  처음에 1500불짜리 영수증을 주었다가 아니라고 하니 1100불짜리로 다시 주었다. 6일 사용에 픽업과 드롭이 다른 곳이다 보니 리턴 요금이 500불 정도나 되어 비쌌다.

설명해 주는 사람도 없고 그냥 주차장에 가서 알아서 차를 가지고 가야 한다. 보유하고 있는 차 중 제일 싼 것으로 윤이 예약한 것인데 Ford Focus, 나는 잘 모르는데 미국에서는 많이 타는 차라고 한다.

우리는 둘 다 15년 이상 경력의 운전자인데 나는 라오스에 살기 시작한 이후로 운전을 안 해서 윤이 주로 운전을 하기로 했었다. 근데 운전선에 앉은 윤이 페달이 두 개 밖에 없다는 것이다. 분명히 수동 차량을 빌렸기에 클러치, 브레이크, 엑셀이 있어야 하는데 무슨 소리? 내가 앉아 보니 엑셀 페달이 저 안에 있어서 잘 안 보였던 것. 결국 이 때부터 반납 때까지 운전은 내가 하게 되었다는...

 

네비게이션이 내장되어 있는 차인데 도대체 위치가 잡히지 않고 라이트는 어딨는지, 백미러는 어떻게 조정하는지 도저히 알 수가 없다.

-넌 미국에 사는데 미국차도 모르냐

-이 차는 설명서도 없고 뭐 이러냐, 뭔가 다른데

그래, 네가 10년 넘게 도요타를 몰고 있으니 내가 이해하마. 나중에 설명서를 콘솔 박스 깊숙한 곳에서 찾아내긴 했다. 

주차장에서부터 헤매다 조심조심 나오니 자동차단기에서 돈을 내라고 한다. 어, 이거 내야하는거야, 또 우물쭈물하고 있으니 옆 레인 차에 타고 있던 운전자가 카드를 넣어 주었다. 렌트카 회사 사람인데 우리 차가 너무 늦게 나와서 그렇단다.

네비게이션도 안 되고 제대로 된 지도도 없고 무조건 표지판 스타방게르만 보고 달렸다.

시내에 들어서도 일방통행이 많고 차가 못 들어가는 길도 있어 한참 헤매다가 겨우 예약한 Park inn by Radisson Stavanger  호텔에 도착하니 저절로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우여곡절끝에 도착한 호텔방, 앞으로 4일간은 캠핑장 오두막에서 지낼 거여서 이런 현대적인 방은 오늘이 마지막이다.

창 밖으로 보이는 스타방게르 모습.

숨을 좀 돌리고 가장 시급한 문제, 지도를 사러 가기로 했다. 공항이나 호텔에서 얻을 수 있는 무료 팜플렛과 지도가 많지만 막상 길이 자세히 나와 있는 것이 없었다.

걸어나가면서 본 푸른 하늘과 어우러진 주택가 모습.

그런데 노르웨이도 오늘 (6/9)이 휴일이어서 모든 가게가 문을 다 닫았다.

주유소는 문을 열어서 들어갔더니 지도와 우리가 갖고 있는 버너와 맞는 가스를 살 수 있었다. 숙소에 취사 시설이 있겠지만 혹시나 하여 윤이 캠핑을 좋아하는 동료에게서 버너와 냄비를 빌려왔다.

주유소에서 일하는 청년은 카자흐스탄에서 전기를 공부하러 왔다는데 여기가 너무너무 추워서 싫다고 한다. 우리가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드라마 '주몽'을 좋아한다고 아는 척을 했다.

이런 동네에 살면 어떨까,

너무 심심할까?

또 단 한 군데 열려 있던 문닫기 직전의 슈퍼에 들어갔다.

오리온 쵸코파이는 여기까지 진출했다. 3000원 정도여서 한 상자 샀다.

언젠가 인간극장에 나와서 유명해진 Mr.Lee 라면. 한국 남자가 노르웨이에 가서 라면 사업을 해서 성공했다는 스토리였던 걸로 기억이 난다. 그런데 라면은 농심에서 만든 것 같았다. 여기는 인건비며 물가가 비싸니 농심에 외주를 주는 게 나았을 수도 있겠다. 이것도 맛 보려고 하나 샀다.

내일 아침 페리 타고 갈 터미널도 알아볼 겸 차를 몰고 나갔다.

시내도 너무 조용하고 지나다니는 사람도 별로 없다. 론니에는 'livelist urban culture'가 있는 곳이라는데 도대체 그건 어디 있는걸까?

페리 터미널 위치를 확인하고 호텔방에 돌아와 컵라면으로 저녁을 먹었다.

내일부터 5일간 가야할 길. 미리 숙소를 캠핑장에 같이 있는 방갈로 비슷한 히테(Hytte)로 예약을 해 두어서 대충 여정은 정해져 있다. 오랜만에 눈 덮인 산과 빙하를 볼 생각에 벌써부터 마음이 설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