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7. 5. 00:19
D+166 070828 빌바오(Bilbao)에 가다
2009. 7. 5. 00:19 in 2007세계일주/두번째스페인, 포르투갈
학교 다닐 떄 지리시간을 좋아했다. 얼대 우림, 사바나, 사막, 지중해성 등 기후대를 외우고 쌀, 사탕수수, 밀 등 농산지를 지도에 표시하고...
그래서 아직까지 빌바오는 주요 철강 산지로 기억에 남아있는데 요즘은 그것보다 구겐하임 미술관으로 더 유명하다.
한 번 가볼까? 가이드북도 없고 숙소도 예약 안 하고 3-4일 정도의 짧은 여정이니 마실 가는 기분으로 배낭도 가볍게 집을 나섰다.
Avenida America 지하철역에 있는 버스 터미널에서 빌바오 가는 버스를 탔다. 25.4유로.
지난 번 그라나다는 15.4유로였고 세비야에서 올 때도 18유로였는데 왜 이리 비쌀까? 7시간 걸린 세비야보다 시간도 더 적게 걸린다는데.
내 자리가 41번이었는데 그 자리에 흑인이 앉아있다.
-그게 내 자리인데 네가 앉아있으니 상관 없어.
하고 옆자리 42번에 앉았다.
-오, 너 영어하는구나. 스페인에서 영어 하는 사람 만나니 반가운걸.
나이지리아에서 온 빈센트, 대학에서 철학과 논리학을 공부했다는데 지금 여기서는 뭐하는지 불분명.
오랜만에 딱딱 떨어지는 아프리칸 영어를 들어니 잘 이해가 안 된다.
휴게실까지 두 시간을 쿨쿨 자버렸다. 오늘도 내가 탄 버스는 Continental-auto.
스페인은 셀프 서비스가 별로 없어 콜라 한 잔도 바텐더에게 주문해야 한다. 외국인에게는 쉽지 않은 일.
내가 오로지 구겐하임을 보러 빌바오에 간다니 빈센트는 그 주변은 많이 가봤어도 안에는 들어가 본 적이 없단다.
하긴 나도 서울의 국립 박물관 같은데 안 가봤으니 말이다.
인터넷에서 적어온 호스텔 주소를 보여주고 어디쯤인지 아냐고 했더니 친구에게 전화해서 물어봐준다.
같이 가주겠단다. 고맙네.
버스에서 내리니 새로운 도시, 얼떨떨하다.
빈센트를 따라 지하철 타러 갔다. 나는 이 도시에 지하철이 있는지도 몰랐다. 우리나라와는 다르게 천장이 높고 선로 위로 건너는 다리가 있다. 지하철이 오는 게 보이면 뛰어내려가면 되겠다.
빈센트가 갖고 있던 표로 나를 들어보내주었다. 그 담에 자기가 들어오려고 했더니 삑 소리가 나서 가서 사와야했다.
어쨌든 땡큐.
버스 터미널 옆의 San mames역에서 출발, 3정거장 가서 Avando 역에서 내렸다.
빈센트가 기차역을 지나 앞장서서 걸어간다. 어딘지 모르니 따라가긴 하는데 동네가 웬지 험악해 보인다.
길에 서성대는 흑인이 많고 가게들도 허름하다. 인터넷 호스텔 안내에 안 좋은 지역에 있다는 얘기는 써 있었는데...
-미안한데 지금 어디로 가는거야?
-너 데려다 주러 가는건데?
-어, 그래?
허름한 집들 사이로 갑자기 현대식 건물이 나타난다. 여기다.
원래 대학 기숙사로 쓰이는 곳인가 보다. 들어가 물어보니 친절한 아가씨가 방 있다고 한다.
어, 잠시라도 빈센트를 믿지 못했던 게 미안. 빈센트는 친구네 집에 가방을 두고 오겠다며 이따 다시 만나자고 한다.
내가 전화 없다고 하니 그럴리가 없단다. 여기 살면 그럴 리가 없겠지만 나는 여행자인걸.
내가 전화하기로 했다.
방에 들어가니 이거 장난 아니게 좋다. 화장실도 물론 딸려 있고,
책상,
침대 겸 소파, 스탠드까지 있다.
씽크대에 전자렌지까지 있다. 안내에 보니 청소도 가끔 해주고 타월도 갈아준단다.
공짜 인터넷 시설도 있고 헬스장에 셀프 세탁기도 있다.
이 정도면 사설 기숙사로 최고다. 35유로. 한 달 살려면 좀 비싸기는 하겠지만 며칠 묵기로는 30유로짜리 도미토리보다 백배 낫다.
인터넷 좀 하고 나가봤다. 시내로 나가는 길도 분위기는 좀 안 좋았으니 중심가까지는 걸어서 금방이다.
백화점 El cortez Ingles 와 서점 Fnac과 옷가게 Zara 가 있는 스페인다운 시내.
빈센트에게 전화했는데 온다고 하고 30분 지나도 안 오고 결국 두 번이나 전화를 더 해야했다.
나중에 생각해보니 아프리칸 타임이었던 것 같다. 시간에 지배당하지 않고 나름대로의 시간에 맞추기.
친구 한 명과 같이 왔다. 이름은 이노센트. 이노센트(Innocent무죄)? 길티(Guilty유죄)가 아니라?
구겐하임까지 걸어가보기로 했다.
근데 이거 좀...흑인 한 명과 걷는 건 괜찮지만 두 명과 걷는 건 좀 그렇다. 왠지 갱단의 일원이 된 기분이랄까?
아, 난 어쩔 수 없이 인종차별적인 편견에 사로잡힌 사람이란 말인가?
더구나 얘네 둘이 얘기하는 걸 하나도 못 알아듣겠다. 아프리칸 잉글리쉬.
구겐하임까지 강을 따라 걸어가는데 보행자 전용 다리도 있고 흐린 날씨에 분위기가 있는 길이다. 꽤 멀긴 하다.
철강산업이 쇠퇴하며 도시는 쇠락해가고 있었는데 어떻게 하면 도시를 되살릴 있을까 고민한 주정부가 구겐하임 미술관을 유치했다. 강가의 슬럼화되어가던 공장 지구에 세워진 구겐하임 미술관은 많은 관광객을 끌어들이며 산업도시를 문화도시로 탈바꿈시켰다.
원래 있던 고가도로 옆에 세워졌다.
고가도로와 미술관을 연결해 자칫 거추장스러워 보일뻔한 고가도로도 미술관의 한 부분이 되었다.
오늘은 미술관이 한 눈에 들어오지는 않는다. 내일 다시 올 거니까.
루이즈 부르즈와의 거미 조각이 우선 우리를 반긴다. 저 거미 조각 리움에서도 봤던 건데.
강철로 만든 배 모양의 미술관, 프랭크 게리의 야심작. 밤에는 물 속에서 불꽃도 나온다.ㅎㅎ
미술관을 보고 나니 기분이 좀 좋아졌다.
웃고 있는 사람이 빈센트, 체크 무늬가 이노센트.
빌바오에 나이지리아 사람들이 많이 있단다. 일자리를 찾아 온 것일까?
이 청년들은 결국 좋은 사람들이었는데 내가 괜히 편견에 사로잡혀 오해했다. 혹시 돈을 달라면 어쩌나 걱정했던 것이다.
얘네들은 나를 친구로 생각했을 뿐인데...
거미 앞에서 한 장.
이노센트는 버스를 타러 가고 빈센트는 나를 호스텔까지 바래다 주었다.
이 동네가 좀 험한 것 같다고 했더니 마약을 거래하는 지역이란다. 마약하고는 아무 상관이 없으므로 나를 건드리지는 않을 거라고. 그래도 밤에는 돌아다니지 말아야겠다.
- 빈센트 고마워, 바래다줘서.
마음 속으로 얘기했다. 순수한 마음을 오해해서 미안해, 나는 아직 멀었다, 멀었어.
그래서 아직까지 빌바오는 주요 철강 산지로 기억에 남아있는데 요즘은 그것보다 구겐하임 미술관으로 더 유명하다.
한 번 가볼까? 가이드북도 없고 숙소도 예약 안 하고 3-4일 정도의 짧은 여정이니 마실 가는 기분으로 배낭도 가볍게 집을 나섰다.
Avenida America 지하철역에 있는 버스 터미널에서 빌바오 가는 버스를 탔다. 25.4유로.
지난 번 그라나다는 15.4유로였고 세비야에서 올 때도 18유로였는데 왜 이리 비쌀까? 7시간 걸린 세비야보다 시간도 더 적게 걸린다는데.
내 자리가 41번이었는데 그 자리에 흑인이 앉아있다.
-그게 내 자리인데 네가 앉아있으니 상관 없어.
하고 옆자리 42번에 앉았다.
-오, 너 영어하는구나. 스페인에서 영어 하는 사람 만나니 반가운걸.
나이지리아에서 온 빈센트, 대학에서 철학과 논리학을 공부했다는데 지금 여기서는 뭐하는지 불분명.
오랜만에 딱딱 떨어지는 아프리칸 영어를 들어니 잘 이해가 안 된다.
휴게실까지 두 시간을 쿨쿨 자버렸다. 오늘도 내가 탄 버스는 Continental-auto.
스페인은 셀프 서비스가 별로 없어 콜라 한 잔도 바텐더에게 주문해야 한다. 외국인에게는 쉽지 않은 일.
내가 오로지 구겐하임을 보러 빌바오에 간다니 빈센트는 그 주변은 많이 가봤어도 안에는 들어가 본 적이 없단다.
하긴 나도 서울의 국립 박물관 같은데 안 가봤으니 말이다.
인터넷에서 적어온 호스텔 주소를 보여주고 어디쯤인지 아냐고 했더니 친구에게 전화해서 물어봐준다.
같이 가주겠단다. 고맙네.
버스에서 내리니 새로운 도시, 얼떨떨하다.
빈센트를 따라 지하철 타러 갔다. 나는 이 도시에 지하철이 있는지도 몰랐다. 우리나라와는 다르게 천장이 높고 선로 위로 건너는 다리가 있다. 지하철이 오는 게 보이면 뛰어내려가면 되겠다.
빈센트가 갖고 있던 표로 나를 들어보내주었다. 그 담에 자기가 들어오려고 했더니 삑 소리가 나서 가서 사와야했다.
어쨌든 땡큐.
버스 터미널 옆의 San mames역에서 출발, 3정거장 가서 Avando 역에서 내렸다.
빈센트가 기차역을 지나 앞장서서 걸어간다. 어딘지 모르니 따라가긴 하는데 동네가 웬지 험악해 보인다.
길에 서성대는 흑인이 많고 가게들도 허름하다. 인터넷 호스텔 안내에 안 좋은 지역에 있다는 얘기는 써 있었는데...
-미안한데 지금 어디로 가는거야?
-너 데려다 주러 가는건데?
-어, 그래?
허름한 집들 사이로 갑자기 현대식 건물이 나타난다. 여기다.
원래 대학 기숙사로 쓰이는 곳인가 보다. 들어가 물어보니 친절한 아가씨가 방 있다고 한다.
어, 잠시라도 빈센트를 믿지 못했던 게 미안. 빈센트는 친구네 집에 가방을 두고 오겠다며 이따 다시 만나자고 한다.
내가 전화 없다고 하니 그럴리가 없단다. 여기 살면 그럴 리가 없겠지만 나는 여행자인걸.
내가 전화하기로 했다.
방에 들어가니 이거 장난 아니게 좋다. 화장실도 물론 딸려 있고,
책상,
침대 겸 소파, 스탠드까지 있다.
씽크대에 전자렌지까지 있다. 안내에 보니 청소도 가끔 해주고 타월도 갈아준단다.
공짜 인터넷 시설도 있고 헬스장에 셀프 세탁기도 있다.
이 정도면 사설 기숙사로 최고다. 35유로. 한 달 살려면 좀 비싸기는 하겠지만 며칠 묵기로는 30유로짜리 도미토리보다 백배 낫다.
인터넷 좀 하고 나가봤다. 시내로 나가는 길도 분위기는 좀 안 좋았으니 중심가까지는 걸어서 금방이다.
백화점 El cortez Ingles 와 서점 Fnac과 옷가게 Zara 가 있는 스페인다운 시내.
빈센트에게 전화했는데 온다고 하고 30분 지나도 안 오고 결국 두 번이나 전화를 더 해야했다.
나중에 생각해보니 아프리칸 타임이었던 것 같다. 시간에 지배당하지 않고 나름대로의 시간에 맞추기.
친구 한 명과 같이 왔다. 이름은 이노센트. 이노센트(Innocent무죄)? 길티(Guilty유죄)가 아니라?
구겐하임까지 걸어가보기로 했다.
근데 이거 좀...흑인 한 명과 걷는 건 괜찮지만 두 명과 걷는 건 좀 그렇다. 왠지 갱단의 일원이 된 기분이랄까?
아, 난 어쩔 수 없이 인종차별적인 편견에 사로잡힌 사람이란 말인가?
더구나 얘네 둘이 얘기하는 걸 하나도 못 알아듣겠다. 아프리칸 잉글리쉬.
구겐하임까지 강을 따라 걸어가는데 보행자 전용 다리도 있고 흐린 날씨에 분위기가 있는 길이다. 꽤 멀긴 하다.
철강산업이 쇠퇴하며 도시는 쇠락해가고 있었는데 어떻게 하면 도시를 되살릴 있을까 고민한 주정부가 구겐하임 미술관을 유치했다. 강가의 슬럼화되어가던 공장 지구에 세워진 구겐하임 미술관은 많은 관광객을 끌어들이며 산업도시를 문화도시로 탈바꿈시켰다.
원래 있던 고가도로 옆에 세워졌다.
고가도로와 미술관을 연결해 자칫 거추장스러워 보일뻔한 고가도로도 미술관의 한 부분이 되었다.
오늘은 미술관이 한 눈에 들어오지는 않는다. 내일 다시 올 거니까.
루이즈 부르즈와의 거미 조각이 우선 우리를 반긴다. 저 거미 조각 리움에서도 봤던 건데.
강철로 만든 배 모양의 미술관, 프랭크 게리의 야심작. 밤에는 물 속에서 불꽃도 나온다.ㅎㅎ
미술관을 보고 나니 기분이 좀 좋아졌다.
웃고 있는 사람이 빈센트, 체크 무늬가 이노센트.
빌바오에 나이지리아 사람들이 많이 있단다. 일자리를 찾아 온 것일까?
이 청년들은 결국 좋은 사람들이었는데 내가 괜히 편견에 사로잡혀 오해했다. 혹시 돈을 달라면 어쩌나 걱정했던 것이다.
얘네들은 나를 친구로 생각했을 뿐인데...
거미 앞에서 한 장.
이노센트는 버스를 타러 가고 빈센트는 나를 호스텔까지 바래다 주었다.
이 동네가 좀 험한 것 같다고 했더니 마약을 거래하는 지역이란다. 마약하고는 아무 상관이 없으므로 나를 건드리지는 않을 거라고. 그래도 밤에는 돌아다니지 말아야겠다.
- 빈센트 고마워, 바래다줘서.
마음 속으로 얘기했다. 순수한 마음을 오해해서 미안해, 나는 아직 멀었다, 멀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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