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5. 17. 21:38

D+2 070317 sat 여기저기 물결무늬, 마카오

어젯밤에는 폐쇄 공포증으로 잠을 잘 자지 못했다.
몇 번 씩 깨면서 십만원 정도의 손해를 감수하고(예약한 방 값과 새로 들어갈 방 값) 다른 곳으로 옮길까를 심각히 고려하였으나 오전 7시에 눈을 뜨자 그 생각은 없어졌다.
어찌어찌 준비하고 나오니 8시, 비가 내리고 있었다.
마카오에 가려면 차이나 페리 터미널에 가서 배를 타야 한다. 버스를 타고 갈까 하다가 걸어갔는데 생각보다 금방이었다.
휴일이라 비싸다. 홍콩-마카오 152홍콩 달러, 마카오-홍콩 155 홍콩 달러, 왜 요금이 틀린거야? 모르겠다.
세상에는 이해 못할 일들이 많다.
A 석이 창가자리다. 내 얼굴보고 좋은 자리 준 것인가 해서 괜히 기분이 좋았다. ㅎㅎ
여기도 국경이라 여권에 도장 찍어주고 출입국 카드도 다시 작성한다. 여권 한 면이 홍콩, 마카오 출입국도장으로 다 차버렸다.
날이 흐려 배가 흔들리고 거의 멀미 날 지경이 되어 마카오에 도착하였다.
10A 버스를 타고 세나도 광장으로 향했다. 홍콩만큼은 아니지만 높고 좁은 건물이 가득 차 있다.
버스가 그 좁은 길을 어떻게 빠져나가는지 신기할 정도이다.
고가도로를 돌고 일방통행료를 수없이 거쳐 세나도 광장 도착.
사진으로 볼때는 꽤 넓은 줄 알았는데 막상 와보니 '애개 이게 뭐야?'
바닥의 물결무늬만 특이하였다.
여기는 포르투갈, 리스본, 똑, 같, 다.
포르투갈의 식민지였던 역사가 이 보도에 나타나있었던 것이다.
St Paul 의 폐허로 향했다.
St paule church 는 신앙을 위해 조국을 버린 일본인들의 헌금으로 건립되었다가 1835년 화재로 소실되었단다.
왠지 이 앞벽만 남은 성당이 노란색일거라고 생각했었는데...
뒤에서 이렇게 받쳐주고,
서 있는게 신기하다.
성당 가는 길 골목골목마다 팔던 육포로 추정되는 음식, 어떤 맛일까?
1626년 예수회 선교사들이 지었다는 몬테요새로 향했다. St paule church 에서 뒷길로 올라가면 가깝다.
응? 대포가 어디를 향하고 있는거야? 무엇으로부터 지키자는 대포인지?
3문만 바다를 향해 있고 19문은 중국대륙을 향해 있단다.
포르투갈인들이 마카오를 점령하기 위해 불법으로 세운 것이란다.
홍콩에서 가까운 거리인데 비교할 수 없는 허름한 풍경이다.
카지노의 도시이니 낮에는 별 볼 것이 없는 것 같다.
배가 고파져서 학교 앞 분식집 비슷한 곳을 찾아들어갔다. 3000~4000원의 메뉴

밥먹으러 온 고등학생.
포루투갈식 볶음밥, 뭐가 포르투갈식인지, 올리브 두개? 양은 무지 많았다.
또 어디 갈까? 해양박물관이라는데를 가보았다.
배의 모형도 있고 수족관의 고기도 예쁘고 바스코 다가마등의 항해 경로를 표시해 놓은 지도도 있고, 나름 괜찮은 곳이었다.
마당의 물결무늬도 예쁘고,
지친 여행자들이 쉬어갈 수 있고 푹신한 의자도 있고.
바로 그 앞이 도교 사원인 A Ma 사원이다.
많은 사람들이 향불을 붙이고 있다. 뭘 기원하는 걸까?
나도 여행의 시작에서 무사귀환까지를 기원하고 싶었으나 그냥 보는 것으로 그쳤지.
길쭉한 향도 꽂혀있고,
이런 동그랗게 말려 올라간 향도 있고, 모기향을 이렇게 만들면 어떨까?
딴 사람들이 주워가지 못하게 돈은 물 담긴 세수대야에 바친다.
마카오, 별 거 없구만, 생각하고 페리 터미널로 가는 10A 버스를 기다렸다.
30분이 지나도 안 온다. 초조한 마음으로 옆의 사람에게 물어보니 50분 정도 간격인 것 같단다.
페리 표를 미리 끊어놓았기 때문에 마음이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지도를 보니 버스는 시내를 거쳐가지만 여기서 바다를 따라가면 그리 멀지 않을 것 같다.
택시 탔다. 왕, 총알 택시, 정직한 택시, 터미널까지 38홍콩달러 나왔다.
참, 홍콩 달러와 마카오 파타카(MOP)는 1:1 환율이다. 홍콩 달러는 마카오에서 쓸 수 있지만 마카오 돈은 홍콩에서 쓸 수 없다.
이런 곳이 또 있었는데...어딜까요?
마카오 돈을 다 썼다고 생각했는데 택시 거스름돈으로 받은 11MOP 가 남아서 페리 터미널에서 마카오 가는 모녀와 교환 시도,
11MOP 주고 6홍콩 달러 받았다. 손해 봤다.
페리 터미널의 눈부시게 깨끗한 화장실.
페리 터미널의 구르메 익스프레스에서 쓰촨 DimDim noodle을 spicy 하게 먹었다.


땅콩 맛이 났다. 먹다 남겼다. spicy 한 땅콩이라니...!
어두워졌는데 방으로 돌아갈 수가 없다. 방에서 숨을 쉴 수가 없으니 말이다.
맥도날드에 가서 일기를 썼다. 나 말고도 이런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았다.
모두 나 같은 좁은 방으로 돌아가야 하는 것일까?
홍콩은 내 스타일은 아닌 것 같다. 이렇게 어수선하고 복잡한 거리는 한국에도 많다.
왼쪽 무릎과 고관절이 아프다. 여행 이틀째인데 벌써? 파스도 안 갖고 왔는데...
그래도 방에 들어오니 이렇게 침대 정리가 되어 있었다.
그래, 인터넷 호스텔 예약 사이트에서 이 호스텔이 나름 높은 점수를 받은 이유가 있었다.
오늘밤만 버티자, 홍콩은 아프리카 가기전 예행연습으로 머물기로 한 것이었다.
사람들이 연습 안 될 거라고 했는데 충분히 연습이 된 것 같다. 아프리카는 최소한 여기보다 방은 넓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