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11. 22. 10:09
D+273 071213 아띠뜰란 호수, 파나하첼-안티구아 이동
2009. 11. 22. 10:09 in 2007세계일주/멕시코,과테말라
호텔 로비에 공짜 인터넷이 있길래 미국내 비행기표를 두 시간 동안이나 연구해 예약했다. 원월드 티켓의 여정은 이미 예약이 되어 있지만 1년 이후의 스케줄은 예약이 안 들어가 정해져 있지 않았고 지인을 방문하기 위한 별도의 비행기표도 필요했던 것.
오랜만에 묵은 진짜 호텔방이라 오랜만에 거울샷을 찍어보았다.
호텔을 나서니 벌써 열 한 시, 네 시에 안티구아 가는 버스를 타야 하니 많은 곳은 못 둘러보겠다.
호수 주변에는 전통적인 삶을 영위하는 원주민 마을이 곳곳에 있고 배를 타고 그 마을들을 쭉 둘러보는 게 제대로 된 코스.
나는 제일 큰 마을이라는 산티아고 아띠뜰란(Santiago atitlan)에만 가보기로 했다.
1562m의 높이에 위치해 있는 호수, 동서로 18km,남북으로 8km, 최대 깊이는 300m나 된다.
15만년 전에 화산이 폭발하기 시작했고 8만5천년 전에 엄청난 화산 폭발로 마그마가 흘러내려 지반이 내려앉아 호수를 형성했다. 3000m가 넘는 화산들이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아름다운 호수.
호수 북동쪽에는 카치켈(Kaqchiquel)족이 살고 있고 남서쪽에는 쯔뚜질(Tz'utujil)족이 살고 있는데 마야 제국의 후손으로 많이 현대화 되긴 했지만 아직도 그들만의 문화를 영위하고 있다고.
강변에는 관광객을 위한 방갈로가 서 있고, 여러 종류의 배가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물은 그런대로 맑은 편.
산티아고 아띠뜰란으로 가는 슬로우 보트가 있다고 가이드북에 나와 있었는데 공용 선착장이란 건 보이지 않는다.
그냥 사람 많이 타고 있는 모터 보트가 산티아고 간다길래 올라탔다. 25께찰(Quetzal, 1Q=130원), 좀 비싸다.
출발, 여행객은 별로 보이지 않고 모두 현지인이다.
호수는 완전 대칭을 이루고 있는 화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호수 자체도 큰 분화구 같은 느낌을 주었다.
구름으로 둘러싸인 주변 산꼭대기, 푸른 물, 가이드북에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호수 중 하나라고 나와 있었는데 그 정도는 아니었지만 나름 멋있었다.
이 주변의 마을을 이어주는 길을 따라 호수 주변을 걷는게 멋진 풍경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이지만 강도의 위험이 크다고.
모터보트가 너무 빨리 달려 조금 무섭긴 했다. 뒤집힐 수 있다는 얘기를 어디선가 들었기 때문.
20분만에 산티아고에 닿았다. 슬로우 보트는 한 시간이 걸린다는데 역시 내가 타려던 보트는 이게 아니었던 것이다. 어쨌든 빨리 왔으니 됐다.
이 곳의 전통의상과 직물은 관광 상품으로 꽤 유명하다. 부두에서 이어지는 길에 노점이 늘어서 있다. 파나하첼 보다 훨씬 싼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는데 역시 나에게는 그림의 떡. 트럭을 개조한 중미의 치킨 버스라고 불리는 걸 처음 봤다. 탈 수 있는 기회는 아마 없을 것 같다.
사람들이 가는 곳을 따라가다 시장 식당에서 15께찰짜리 점심을 먹었다. 모두가 나를 쳐다보고 있다. 이럴 때는 접시를 싹싹 비워줘야 하는 부담감을 느끼게 된다.
또 걸어가다 만난 교회.
여자들은 정교한 수가 놓여진 의상을 입고 남자들도 흰 바지에 수놓인 웃옷을 입고 무릎을 꿇고 노래를 하고 있다.
교회 마당에 아이들이 몰려다니며 열쇠고리를 사지 않겠냐고 묻는다. 어떤 여자애가 막시몬(Maximon)을 보러가지 않겠냐고 묻는다.
막시몬은 과테말라 고원지대에서 숭배되는 인물(?)로 마야의 신, 스페인 정복자 페드로 드 알바라도, 예수의 제자 유다 등이 합쳐진 것으로 생각되며 과테말라 인들이 제물을 바치며 축복을 원하는 존재다. 축제 때는 행렬의 앞에 서고 평소에는 사람들의 보호를 받으며 경배하러 오는 사람을 맞는다고.
여행자가 그걸 보고 싶으면 동네 꼬마들을 따라 가면 된다.
-얼마면 되겠지?
-20께찰이요.
-그건 너무 하다. 5께찰로 하자.
-음...그래요, 5께찰.
우리가 흥정하고 있는 걸 본 다른 애들이 우루루 몰려온다. 1께찰, 1께찰을 외친다. 으, 이 광장에 여행자라고는 나 혼자 뿐. 처음 여자애가 급하게 1께찰이라고 다시 말한다.
여자애를 따라 골목골목을 돌아간다. 아저씨 두 명이 지키고 있는 당집 같은 곳, 들어갈때 1께찰을 팁으로 줘야 하고 사진은 금지.
나무로 만든 남자 인형이 누워 있고 주변에 촛불이 밝혀져 있는 어두운 방, 사람들이 놓고 간 담배, 음식, 술, 돈 등이 어지럽게 늘어져 있다. 딱 우리나라 서낭당 분위기. 술과 담배를 좋아한다는 막시몬, 나도 뭔가를 바쳐야 할 것 같아 1께찰을 놓아두었다.
지키고 있는 사람에게 카톨릭이냐고 물어보니 그렇단다. 참 기묘한 종교의 모습이다.
다시 광장으로 돌아왔다. 열쇠고리를 하나 사주고 사진 찍어도 되냐고 물어보았다.
이렇게 생긴게 전통 의상, 발은 맨발이거나 나무로 만든 샌들을 신고 있다. 11살이라는데 더 어려보인다.
사진을 찍고 있으니 광장 애들이 우루루 몰려든다. 무얼 팔려고 온 애들, 그냥 달려온 애들, 결국 도망치다시피 빠져나왔다.
가운데 손가락을 들어보이는 애도 있고 어떤 애는 내 가슴을 만지기까지 했다. 아, 이게 투어리즘의 나쁜 면이다.
돈 많아 보이는 관광객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갖고 있는 애들의 복수라고나 할까?
아니다. 어디나 모여 있는 애들은 조심할 필요가 있다. 오래 전 프랑스 니스에서도 중학생쯤 되는 아이들에게 놀림을 당했던 적이 있는 것이다. 여기 애들이 키는 작아 어려 보이지만 실제로는 나이가 더 먹어서 그렇기도 하고.
어쨌든 기분이 상해서 파나하첼로 돌아가야겠다.
부두에서 한 시간이나 기다려 돌아오는 배를 탔다.
그래도 구름은 아름답다.
버스 시간이 남아 호수가 내려다보이는 까페에서 까푸치노 한 장, 과테말라 커피가 유명하다더니 확실히 맛있다.
안티구아 가는 미니버스에는 나와 남자애 두 명을 데리고 탄 아버지 뿐이었다.
기사 아저씨가 어찌나 차를 험하게 운전하는지 안전벨트를 매고 싶은 생각까지 들었다. 물론 찾을 수가 없었지만.
무척 꼬불꼬불한 산길을 한참이나 달리더니 평지의 잘 포장된 도로가 나타난다. 한시름 놓았다.
세 시간 달린다는 거리를 두 시간 반 만에 달려 안티구아에 도착.
벌써 캄캄해졌다. 첫 번째 숙소를 허탕치고 두 번째 들어간 데서 200께찰을 150꼐찰로 깎아 묵기로 했다. 2만원이니 과테말라 물가 치고는 꽤 비싸지만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
낯선 도시에 밤에 도착하니 길 찾기가 어렵다. 아름다운 식민 도시라는데 다른 곳보다 어둡다는 인상을 주는 곳이다.
저녁은 먹어야겠기에 찾아다니다 오랜만에 중국집에 갔다.
옆 테이블에 동양 사람 단체가 있었는데 알고보니 필리핀 사람들이다. 필리핀 사람들이 의외로 우리나라 사람하고 닮은 것 같다.
새우 볶음 과 맥주를 시켰는데 맥주를 두 명이나 준다. 하나는 공짜(gratis)라고, 이걸 어떻게 다 먹지?
과테말라 맥주 갈로(gallo, 수탉, 보스 그런 뜻), 맛도 그런대로 괜찮아 혼자 두 병을 거의 다 마셨다는...
호텔을 나서니 벌써 열 한 시, 네 시에 안티구아 가는 버스를 타야 하니 많은 곳은 못 둘러보겠다.
호수 주변에는 전통적인 삶을 영위하는 원주민 마을이 곳곳에 있고 배를 타고 그 마을들을 쭉 둘러보는 게 제대로 된 코스.
나는 제일 큰 마을이라는 산티아고 아띠뜰란(Santiago atitlan)에만 가보기로 했다.
1562m의 높이에 위치해 있는 호수, 동서로 18km,남북으로 8km, 최대 깊이는 300m나 된다.
15만년 전에 화산이 폭발하기 시작했고 8만5천년 전에 엄청난 화산 폭발로 마그마가 흘러내려 지반이 내려앉아 호수를 형성했다. 3000m가 넘는 화산들이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아름다운 호수.
호수 북동쪽에는 카치켈(Kaqchiquel)족이 살고 있고 남서쪽에는 쯔뚜질(Tz'utujil)족이 살고 있는데 마야 제국의 후손으로 많이 현대화 되긴 했지만 아직도 그들만의 문화를 영위하고 있다고.
강변에는 관광객을 위한 방갈로가 서 있고, 여러 종류의 배가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물은 그런대로 맑은 편.
산티아고 아띠뜰란으로 가는 슬로우 보트가 있다고 가이드북에 나와 있었는데 공용 선착장이란 건 보이지 않는다.
그냥 사람 많이 타고 있는 모터 보트가 산티아고 간다길래 올라탔다. 25께찰(Quetzal, 1Q=130원), 좀 비싸다.
출발, 여행객은 별로 보이지 않고 모두 현지인이다.
호수는 완전 대칭을 이루고 있는 화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호수 자체도 큰 분화구 같은 느낌을 주었다.
구름으로 둘러싸인 주변 산꼭대기, 푸른 물, 가이드북에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호수 중 하나라고 나와 있었는데 그 정도는 아니었지만 나름 멋있었다.
이 주변의 마을을 이어주는 길을 따라 호수 주변을 걷는게 멋진 풍경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이지만 강도의 위험이 크다고.
모터보트가 너무 빨리 달려 조금 무섭긴 했다. 뒤집힐 수 있다는 얘기를 어디선가 들었기 때문.
20분만에 산티아고에 닿았다. 슬로우 보트는 한 시간이 걸린다는데 역시 내가 타려던 보트는 이게 아니었던 것이다. 어쨌든 빨리 왔으니 됐다.
이 곳의 전통의상과 직물은 관광 상품으로 꽤 유명하다. 부두에서 이어지는 길에 노점이 늘어서 있다. 파나하첼 보다 훨씬 싼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는데 역시 나에게는 그림의 떡. 트럭을 개조한 중미의 치킨 버스라고 불리는 걸 처음 봤다. 탈 수 있는 기회는 아마 없을 것 같다.
사람들이 가는 곳을 따라가다 시장 식당에서 15께찰짜리 점심을 먹었다. 모두가 나를 쳐다보고 있다. 이럴 때는 접시를 싹싹 비워줘야 하는 부담감을 느끼게 된다.
또 걸어가다 만난 교회.
여자들은 정교한 수가 놓여진 의상을 입고 남자들도 흰 바지에 수놓인 웃옷을 입고 무릎을 꿇고 노래를 하고 있다.
교회 마당에 아이들이 몰려다니며 열쇠고리를 사지 않겠냐고 묻는다. 어떤 여자애가 막시몬(Maximon)을 보러가지 않겠냐고 묻는다.
막시몬은 과테말라 고원지대에서 숭배되는 인물(?)로 마야의 신, 스페인 정복자 페드로 드 알바라도, 예수의 제자 유다 등이 합쳐진 것으로 생각되며 과테말라 인들이 제물을 바치며 축복을 원하는 존재다. 축제 때는 행렬의 앞에 서고 평소에는 사람들의 보호를 받으며 경배하러 오는 사람을 맞는다고.
여행자가 그걸 보고 싶으면 동네 꼬마들을 따라 가면 된다.
-얼마면 되겠지?
-20께찰이요.
-그건 너무 하다. 5께찰로 하자.
-음...그래요, 5께찰.
우리가 흥정하고 있는 걸 본 다른 애들이 우루루 몰려온다. 1께찰, 1께찰을 외친다. 으, 이 광장에 여행자라고는 나 혼자 뿐. 처음 여자애가 급하게 1께찰이라고 다시 말한다.
여자애를 따라 골목골목을 돌아간다. 아저씨 두 명이 지키고 있는 당집 같은 곳, 들어갈때 1께찰을 팁으로 줘야 하고 사진은 금지.
나무로 만든 남자 인형이 누워 있고 주변에 촛불이 밝혀져 있는 어두운 방, 사람들이 놓고 간 담배, 음식, 술, 돈 등이 어지럽게 늘어져 있다. 딱 우리나라 서낭당 분위기. 술과 담배를 좋아한다는 막시몬, 나도 뭔가를 바쳐야 할 것 같아 1께찰을 놓아두었다.
지키고 있는 사람에게 카톨릭이냐고 물어보니 그렇단다. 참 기묘한 종교의 모습이다.
다시 광장으로 돌아왔다. 열쇠고리를 하나 사주고 사진 찍어도 되냐고 물어보았다.
이렇게 생긴게 전통 의상, 발은 맨발이거나 나무로 만든 샌들을 신고 있다. 11살이라는데 더 어려보인다.
사진을 찍고 있으니 광장 애들이 우루루 몰려든다. 무얼 팔려고 온 애들, 그냥 달려온 애들, 결국 도망치다시피 빠져나왔다.
가운데 손가락을 들어보이는 애도 있고 어떤 애는 내 가슴을 만지기까지 했다. 아, 이게 투어리즘의 나쁜 면이다.
돈 많아 보이는 관광객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갖고 있는 애들의 복수라고나 할까?
아니다. 어디나 모여 있는 애들은 조심할 필요가 있다. 오래 전 프랑스 니스에서도 중학생쯤 되는 아이들에게 놀림을 당했던 적이 있는 것이다. 여기 애들이 키는 작아 어려 보이지만 실제로는 나이가 더 먹어서 그렇기도 하고.
어쨌든 기분이 상해서 파나하첼로 돌아가야겠다.
부두에서 한 시간이나 기다려 돌아오는 배를 탔다.
그래도 구름은 아름답다.
버스 시간이 남아 호수가 내려다보이는 까페에서 까푸치노 한 장, 과테말라 커피가 유명하다더니 확실히 맛있다.
안티구아 가는 미니버스에는 나와 남자애 두 명을 데리고 탄 아버지 뿐이었다.
기사 아저씨가 어찌나 차를 험하게 운전하는지 안전벨트를 매고 싶은 생각까지 들었다. 물론 찾을 수가 없었지만.
무척 꼬불꼬불한 산길을 한참이나 달리더니 평지의 잘 포장된 도로가 나타난다. 한시름 놓았다.
세 시간 달린다는 거리를 두 시간 반 만에 달려 안티구아에 도착.
벌써 캄캄해졌다. 첫 번째 숙소를 허탕치고 두 번째 들어간 데서 200께찰을 150꼐찰로 깎아 묵기로 했다. 2만원이니 과테말라 물가 치고는 꽤 비싸지만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
낯선 도시에 밤에 도착하니 길 찾기가 어렵다. 아름다운 식민 도시라는데 다른 곳보다 어둡다는 인상을 주는 곳이다.
저녁은 먹어야겠기에 찾아다니다 오랜만에 중국집에 갔다.
옆 테이블에 동양 사람 단체가 있었는데 알고보니 필리핀 사람들이다. 필리핀 사람들이 의외로 우리나라 사람하고 닮은 것 같다.
새우 볶음 과 맥주를 시켰는데 맥주를 두 명이나 준다. 하나는 공짜(gratis)라고, 이걸 어떻게 다 먹지?
과테말라 맥주 갈로(gallo, 수탉, 보스 그런 뜻), 맛도 그런대로 괜찮아 혼자 두 병을 거의 다 마셨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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