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11. 26. 21:05

D+275 071215 위험한 투어, 불타는 화산에 올라가다.

화산 투어는 오후 두 시 출발, 내일 띠깔 가는 버스표를 예매하고 이 곳 저 곳 걸어다녔다.
 무너지지 않은 성당.
생화와 화분이 놓여 있는 내부가 간소하고 아름답다.
걷다 보니 도시 외곽, 이 돌길은 몇 백년 전에도 똑같은 모습이었으리라.
셩벽에 기대 뭔가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 걸까?
노골적으로 카메라를 들이대고 있는 서양 여행자, 나는 왠지 미안해 가까이서는 사진을 못찍겠다.
이 건물은 언제 일어나 지진 때문에 무너진걸까?
같은 환태평양 지진대에 있어도 일본 같은 부자 나라는 지진에 대한 대비를 할 수 있겠지만  페루, 과테말라 같은 곳은 그럴 수 없으니 피해가 크겠다.  
빛바랜 성벽,
원래는 밝은 노란색이었겠지만 지금은 지저분해진 아치.
열대의 나무들이 자라고 있기도 하다.
해시계, 지금은 오후 한 시.
토요일이라 성당에서는 결혼식이 열리고 있었다.
크리스마스가 멀지 않았다.

서점에 들러 과테말라의 역사에 대한 사진집 등을 보았다.
군부 독재에 저항하는 세력(특히 마야 원주민)을 무자비하게 학살한 아픈 역사가 있는 나라다.
1992년에 노벨 평화상을 받은 리고베르따 멘추(Rigoberta Menchu Tum)가 과테말라 원주민이다.
지금 군정을 끝났지만 인권에 대해서는 아직 갈 길이 먼 나라 같다.

시장에 가 보니 과일, 고기, 각종 물건들, 없는 게 없다.
간이 식당도 여러 개 있었는데 대충 아줌마가 잡아끄는대로 들어갔다.
Chileno Rellanos라는 건데 칠레 음식이라는 얘기일까? 10께찰.
씨디 복제품을 파는 데가 몇 군데 있어서 그 동안 티비 뮤직 비디오에서 들었던 가수의 씨디를 골라보았다.
요즘 인기가 많은 Juanes, 옛날 가수 같은 Franco de Vita,의 앨범과 엔리께 이글레시아스의 'Alguien Soy yo'와 에로스 라마조띠, 리키 마틴의 듀엣곡이 들어있는 인기가요 씨디를 샀다.
지금 당장은 못 들어도 나중에 들을 수 있겠지.
사과, 바나나, 물과 빵을 사갖고 돌아왔는데 노란빛을 띄는 연두색 사과가 맛있다. 알고보니 미국산, 어쩐지 한 개 400원이라는 엄청난 가격이었다. 과테말라 사과도 있을텐데 꼭 미국 사과를 수입해야할까? (골든 딜리셔스라는 품종, 우리나라에서는 찾을 수가 없다)

투어는 중앙 광장에서 두 시에 출발했다. 각 여행사에서 미니버스를 타고 도착한 인원이 40명쯤, 큰 버스 하나에 꽉 찬다. 
버스는 꼬불꼬불 산 길을 달려 한 시간 반쯤 달려 빠까야(Pacaya)화산 입구에 닿았다. 안티구아에서 25km거리.
관광객을 상대로 한 강도가 자주 출몰하는 곳이라 믿을만한 여행사를 이용하라고 가이드북에 씌여 있었는데 가이드 서너 명, 운전기사까지 총을 갖고 있다.
말을 타라고 쫓아오는 동네 사람들, 스틱을 사라는 꼬마들, 아주 출발부터 정신을 쏙 빼놓는다.
볼깐 빠까야는 높이 2552m, 진짜 활화산이 어떤 모습일지 무척 궁금하다.
산길은 좀 험했다. 그룹을 놓칠세라 쫓아가다보니 나중에는 숨이 좀 찼다.
한 시간 정도 올라가니 구름 사이로 화산 봉우리가 보인다.
와, 진짜 마그마가 흘러내리고 있다.
TV, 영화에서 보던 광경이 바로 눈 앞에 있다.
여기가 끝이 아니다 능선을 따라 걸어 화산 바로 아래, 마그마가 흘러내리는 곳까지 간다.
마그마가 식어서 생긴 땅은 푸석푸석하고 밟으면 푹 꺼지기도 해 걷기가 힘들다. 그래도 될 수 있으면 마그마 가까이 가 본다.
유황 냄새가 코를 찌른고,
열기가 훅 끼쳐 오는 곳도 있다. 표면은 이미 식어 재가 되었지만 아래는 불타는 마그마가 있으니 꽤 위험하다.
이 사진 찍으러 다가가니 신발이 타는 냄새까지 난다.
지구는 아직 살아 움직이고 있다는 걸 또 한 번 깨달은 날이다.

점점 어두워진다. 밝을 때도 걷기 힘든 길을 어떻게 걸어서 돌아가나.
다행히 나는 가이드북에서 본 대로 손전등을 가져 왔다. 안 그러면 무척 걷기가 힘들다. 나도 한 번 발을 헛디뎌 손바닥이 까졌다.
'Muy Peligro, Muy Peligro' 위험한 투어, 정말 위험한 투어다. 이 곳에서 다친 사람은 없었던 걸까?
좀 일찍 내려가면 될 것 같은데 가이드들이 늦장을 부린다.
아마 밤에 빛나는 마그마를 보는 것도 투어의 한 부분이었던 것 같다.
가난한 나라에서 여행자의 안전은 모두 자기 책임이다. 물론 나미비아에서 퀴드바이크를 탈때 '모든 사고, 오토바이 고장은 내 책임입니다.'라는 서약서를 쓰는 것보다는 낫지만 투어 사무실에서 아무 정보도 듣지 못한 건 좀 너무했다.
그저 정보를 최대한 수집하고 스스로 조심하는 게 최고다.

버스에 같이 앉았던 우트라는 덩치 큰 독일 여자애는 고관절이 안 좋아서 잘 못 걷는다고 스틱을 가져왔었다. 그런데 손전등을 안 가져와 내가 계속 발 아래 불을 비춰줬다. 결국 못 따라오고 뒤에 처졌는데 나중에 보니 말을 타고 왔다.
그 말은 올라갈 때보다 내려올 때를 위해 우리를 줄곧 따라온 것이다.
돌아오는 버스에서 우트는 토했다. 빨렝께 이후 토하는 사람을 많이 본다. 길이 워낙 안 좋긴 하다. 나도 속이 좀 울렁댔다.
안티구아에 돌아와 중국 식당에서 완탕 수프를 사 먹고서야 속이 좀 가라앉았다.
내일 띠깔 유적지의 관문 플로레스까지 8시간을 어떻게 economico 버스를 타고 가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