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11. 29. 11:04

D+276 071216 로컬 버스는 힘들어, 안티구아-플로레스 이동

안티구아에서의 3일, 아침마다 개짖는 소리에 깨긴 했지만 그런대로 좋았던 호텔이었다.
설마 1754년부터 있던 건물이란 뜻? 오, 대단하군요.
떠나기가 싫다. 12월 21일 깐꾼-마이애미 비행편을 맞추기 위해 빨리빨리 이동해야 하는데 갈 길이 만만치 않다. 벨리즈 통과하는 문제도 그렇고.

여행사에서 띠깔 유적의 관문이라는 플로레스-산타엘레나(Flores- Santa Elena)까지 가는 버스표를 구입했는데 안티구아에서 출발한 미니버스는 과테말리시티 버스 터미널(Fuente del Norte terminal)까지만 가고 운전기사가 산타엘레나 가는 일반 버스표를 사다주는 시스템이다.매번 여행자 셔틀만 타고 다니는 것도 좋지 않기에 그리 나쁘지 않은 방법인 것 같다. 
미니 버스 안에서 본 과테말라 시티 모습은 수도 답게 무척 복잡한 곳이었다.

그런데 11시에 출발한다는 버스는 오지 않는다. 터미널은 우리나라 소도시에 어울리는 낡고 좁은 곳이었고 여행자는 거의 없었다. 무거운 배낭을 갖고 있었기에 자주 나가볼 수도 없고 초조하게 기다렸다.
11시 반에 온 버스는 손님이 차기를 기다려 12시에 출발했다. 좌석이 좁고 불편한데다 통로에까지 사람들이 들어찼다.
 갈 길이 먼데 중간중간 길에서 사람을 태우고 내린다. 장거리 버스가 꼭 시내 버스처럼 운행하고 있다.
차가 설 때마다 상인들이 먹을 것, 물을 갖고 올라와 팔고 내려간다.
음, 이건 볼리비아, 페루 버스보다 훨씬 힘들다. 아르헨티나, 브라질의 고급 장거리 버스에 익숙해져 있어 로컬 버스가 힘들다는 걸 잊고 있었다.

네 시 반 경 조금 큰 마을에 서는데 모랄레스(Morales)라는 곳이다.
지도를 찾아보니 과테말라 시티에서 곧장 산타 엘레나(A지점)로 올라가지않고 북동쪽 모랄레스까지 온 것. 아, 언제쯤 가나...
길이 없는지, 아니면 승객이 없는지 어쨌든 많이 돌아가는 것이다.
Lago de Izabal에서 서양 배낭 여행객들이 몇 명 내린다. 나 혼자 산타 엘레나까지 가는 모양이다. 날은 점점 어두워지고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한다.
길에는 가로등 하나 없이 컴컴한데 사람들이 어디에선가 나타나 타고 내린다. 정말 시내버스 역할까지 하는 장거리 버스다.
불안한 마음으로 잠들었다 깨니 산타 엘레나란다. 밤 8시쯤 도착.
산타 엘레나는  페뗀 잇자 호수(Lago de Peten Itza)가에 있는 마을로 여행객은 대부분 육지와 연결되어 있는 섬, 플로레스(Flores)에 묵는다. 버스는 산타 엘레나까지 있고 플로레스까지는 택시를 타고 가야 한다.

이렇게 생겼다고.

버스에서 내리니 택시 기사들이 호객행위를 한다. 플로레스까지 들어가긴 해야겠는데...
다행히 나 말고 딱 한 명의 배낭 여행객이 있었는데 같이 택시를 타고 플로레스까지 들어갈 수 있었다. 아주 무뚝뚝한 미국 애였는데(그런 여행자는 또 처음이었다) 그래도 아무도 없는 것보다는 나았다.
대충 호텔을 찾아 들어가닌 100께찰이란다. 안티구아에 비하면 시설도 정말 안 좋은데 싸지도 않다. 다 비슷한 것 같이 그냥 묵기로 하고 100께찰 내려고 하니 돈이 없다. 분명 100짜리가 하나 남아있었는데 말이다. 택시비 낼 때 흘린 걸까? 하룻밤 숙박비인데 아까워 죽겠다.

San Juan travel이 아직 문을 안 닫고 있기에 깐꾼까지 가는 방법을 알아보니 과테말라-멕시코는 연결이 안 되고(정글, 길이 없단다) 과테말라-벨리즈-멕시코로 가는 방법 뿐이라고. 그런데 미국 비자가 있으면 벨리지 비자비용을 안 내도 된단다.
정말요? US비자가 아니라 US citizen을 얘기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비자비용 50불을 내더라도 그렇게 갈 수 밖에 없겠다.
그래도 여기서 바로 멕시코 국경도시 Chetumal까지 가는 셔틀 버스가 있어 다행이다. 그렇게 이동하는 여행자가 많은 것 같다.
내일 띠깔 가는 셔틀과 모레 국경 넘는 버스를 예약하고 돌아왔다. 플로레스에는  ATM기계가 없고 환전소도 문을 닫아 달러로 내고 께찰로 거슬러받았다. 조금 손해 본 것 같다. 께찰이 얼마 없어 내일 하루 어떻게 살아야 되나 싶다. 

엊그제 ATM에서 비자 카드도 안 먹고 오늘 100께찰도 잃어버리고 이래저래 안 좋은 일이 자꾸 생기는 것 같다. 여행이 길어지니 긴장감도 점점 사라지고. 집에 가야할 때인지도 모르겠다. 9개월이 지났으니 그럴 때가 된 걸까?


*안티구아-과테말라 시티-산타 엘레나, 16달러, 여행자 셔틀과 로컬 버스의 조합.
*안티구아 호텔, Hotel Palcio Chico, 욕실 딸린 더블룸, 150께찰/day, 작고 깨끗한 호텔, 뒷쪽 방은 개짖는 소리가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