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8. 4. 00:26

D+33 070417 tue 버스터미널의 혼돈, 타자라를 타다.

밤에 잠을 설쳤다.
내 윗 침대를 어떤 뚱뚱한 아저씨가 차지하고 있었는데 그 아저씨가 뒤척일때마다 침대가 무너져내릴 것을 걱정해야 했고,
또 코고는 소리는 천장이 흔들릴 정도였다. 한가지 소리가 아니라 여러 소리, 음조로 인간이 내는 소리라는 걸 믿을수가 없을 정도.
새벽에는 오늘 비행기 탄다는 두 명의 영국 아가씨가 엄청 부시럭대며 짐을 챙겨서 나갔다.
피곤하다, 피곤해.
어제 호스텔 직원에게 버스터미널 가는 방법을 물으니 숙소 앞에 새벽에 떠나는 백패커스를 기다리고 있는 택시가 항상 있단다.
역시 그렇다. 만 콰차를 주고 새벽 거리를 달려 버스 터미널에 도착했다.
터미널은 어제와 마찬가지로 정신이 하나도 없이 복잡하다.
저 버스회사 유니폼을 입은 남자들이 배낭을 멘 나를 보자 마구 달려든다. 옷을 잡아끌고 배낭을 뺏으려는 사람도 있다.
'Don't touch me, don't touch me!' 나도 소리를 질러댔다. 표가 있다고 소리쳐도 막무가내다.
어떤 버스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어떤 사람이 카프리 음포시라고 따라오라길래 따라갔더니 내가 표를 산 회사 버스가 아니다.
이런, 어제 표를 산 티켓 박스가 어딘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겨우 모두를 따돌리고 방향감각을 총동원해서 어제 표를 산 euro-africa 회사의 버스를 찾을 수 있었다.
역시 버스는 좌석이 다섯 줄이고 자리가 무척 좁다. 그래도 버스 안에 있으니 안심이 된다.
유리창 밖, 저 끈질긴 삐끼들.
사진을 마구 찍고 있는데 어떤 뚱뚱한 아주머니가 '사진을 찍으려면 허가가 있어야 한다'고 근엄하게 말씀하신다. 순간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그렇다. 사진을 찍을 땐 꼭 사람들하게 물어보라고 가이드북에도 나와 있었다.
외국인이 우리나라의 부끄러운 면을 사진찍고 있으면 나도 기분이 좋을 것 같지는 않다.
미안하다고 말하고 사진기를 집어넣었다.

8시에 출발한다고 7시까지 오라더니 사람을 꽉꽉 채워 9시가 넘어 출발했다.
좁은 좌석에 나같이 작은 체구도 앉아있기 힘든데 큰 엉덩이의 흑인 아줌마들은 아기까지 안고 앉아서 간다.
불편을 견디는 능력, 험한 환경에서 살수록 그 능력이 큰 것 같다. 아니, 이들은 항상 그렇게 살아서 그것이 불편하다는 것을 모를 수도 있을 것 같다. 문명이 발달할수록 점점 편한 것을 찾게 되고 그것이 우리의 삶의 방식을 제한하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봤다.

3시간 달려 카프리 음포시에 도착, 기차역은 여기서 2km 정도 떨어져 있다.
택시 기사들이 호객행위를 한다. 어떤 택시를 타야 하나 고민하고 있는데 아까 그 뚱뚱한 아주머니가 어떤 젊은 남자를 따라가라 한다.
자기가 아는 사람이라 위험하지 않을 거라고 한다. 어느 마을에나 한 명씩 있는 경우바른 아주머니다.
텅빈 벌판에 덩그러니 서 있는 카프리 음포시역, 벌써 많은 배낭여행객이 도착해 있다.
아주 여러명이 그룹이 되어 다니는 사람들도 있다. 처음부터 조직된 그룹인지 오다가다 만난 사람들인지 모르겠네.
3시 30분,기차가 도착했다. 내 좌석을 찾아 앉았다.
원래 컴파트먼트는 남자,여자가 따로 되어 있고 한 칸을 통째로 예약할 때 혼성이 가능하단다.
그런데 갑자기 영국(액센트로 보아)애들이 우루루 몰려든다. 내 표와 좌석번호가 똑같다.
타자라 하우스에서 표를 파는 아저씨가 웬지 미덥지 않더니만, 컴퓨터 같은 건 물론 없고 수기로 일일이 좌석번호를 적고 있었다.
차장 아저씨 출현, 나보고 옆칸으로 가란다.
혼자다, 기차가 출발할 때까지 아무도 오지 않는다.
처음엔 좋았다 혼자 조용히 2박 3일 가는것도 나쁘지 않지. 그런데 문이 안 잠긴다. 불도 안 들어온다. 밤에는 어쩌지? 몸이 오싹해진다.
다시 차장 아저씨 기다렸다. 무서워요, 어떻게 좀 해줘요.
아저씨, 알았다고 나가더니 한참 있다 돌아온다. 다른 칸으로 옮기란다.
거기 누가 있는데요? 두 명의 남자, 한 명은 코리안이고 한 명은 화이트 가이란다. 정말?
가보니, 리빙스턴에서 만났던 상근군과 스웨덴 청년 에밀리오가 있다. 타자라 기차 탈 거라고 하더니 여기서 만났다.
상근군도 내가 이 기차 탄다고 해서 역에서 나를 찾았는데 찾을 수 없었단다.
반가웠고 한숨 놓았다. 이제 배낭여행하는 기분이 나네.
10년전 오빠랑 동생이랑 유럽 여행할 때 같은 기분.
창밖 풍경.
축구를 하고 있는 아이들.
기차를 구경하는 사람들.
우리나라 농촌 같은 풍경.
얼마나 기차가 자주 지나다니는 지 알 수 없지만(타자라 기차는 일주일에 두 번 있다)
기차 시간에 맞춰 음식을 팔러 온 주민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