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10. 6. 22:03

D+47 070501 tue 킬리만자로 둘째날, 호롱보 헛, 11.7km, 3720m

밤에는 정말 추웠다. 옷을 다 껴입고도 추워서 오돌오돌 떨며 잤다.
같은 오두막을 쓴 아만다는 설사병이 나서 밤새 들락날락했다. 타고난 내 소화능력에 감사해야지, 아직까지는 아무 일이 없다.
가져온 지사제(loperamide) 를 두 알 주니 나았다고 좋아한다.
아침에 내 포터 겸 웨이터가 와서 깨우고 씻으라고 뜨거운 물을 가져다 준다. 이거 웬 호강인 줄 모르겠군.
이런 대접 받아도 되나 싶다. 편하긴 한데 자기 할 일은 자기가 해야 한다는 죄책감 같은 것이...
오늘은 호롱보 헛까지 11.7km 4시간에서 5시간이 걸린단다. 8시 반에 출발했다.
머리 아픈 거 좀 나아졌음, 상쾌하게 출발~!
포터들도 짐을 챙기고 있다.
낮은 관목들이 자라고 있다. 이 곳을 무어 랜드(moor land)라고 부른다.
구름이 낮게 깔리고 빗방울이 좀 뿌렸다.
조금 더 올라가니 날이 개었다. 우기라 해도 높은 곳에는 비가오지 않는단다.
왼쪽이 킬리만자로의 최고봉 우후루 봉(Uhuru peak) 오른쪽이 므완자봉.
길은 끝도 없이 계속된다. 평지인데도 한걸음 한걸음 걷기가 쉽지 않다. 발이 점점 무거워지고 가슴이 답답해오고 있다.
그래도 목표가 앞에 있으니 걸어야 한다는 생각 뿐이다. 쉽게 가까워지지는 않는다.
포터들은 제대로 된 등산기어도 없이 저렇게 짐을 메고 나보다 훨씬 빨리 걸어간다. 대단하다.
존은 식물에 대해 많이 알고 있어 설명을 해주려고 노력한다. 그런데 내 귀에는 잘 들어오지 않는다. 숨쉬는 것만으로도 벅차다.
점심시간.
테이블이 설치되어 있다. 대개 4박5일 코스기 때문에 같은 멤버들과 계속 같이 가게 된다.
캐나다인 친구들, 각각 왔단다. 그 외 스페인에서 왔다는 남자가 한 명 있다.
요리사가 준비해 준 도시락, 식욕이 전혀 없다. 존이 더 먹어야 한다는데 조금밖에 먹을 수 없어 남은 건 존에게 주었다.
웬지 이 곳에 어울리지 않아보이는 나무.
므완자 봉, 신기하게 생겼네. 론니에는 한스 마이어봉(Hans meyer peak)이라고 나와있다. 처음으로 킬리만자로를 등반한 백인인가?
누구 멋대로 그런 이름을 붙였나? 존은 므완자 봉이라고 했다.
저 정도의 경사를 올라가는 건 무척 힘들다.
내려오고 있는 일본인 테란을 만났다. "You made it?" 그랬단다, 꼭대기까지 올라갔단다. 아주 멋지다고...그렇겠지..."You are great!"
아, 저기 오늘의 목적지가 보인다.
에고, 높은 곳에 있네.
더이상 웃을 기운이 남아있지 않아.
오후 두 시, 다섯 시간 반만에 오늘의 목적지에 도착했다.
3720미터에 와있다.
여긴 식당으로 사용되는 공동의 공간. 차를 마시며 보니 선전에서 왔다는 중국인 아저씨 두 명이 더 있다.
여기 오기 위해 중국에서 3000미터 산을 오르며 연습했단다. 하나도 힘들어보이지 않는 얼굴이다. 나는?
오늘은 혼자 오두막을 차지할 수 있다.
이제 발밑에는 구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