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4. 6. 23:39

D+114 070707 사해(Dead sea)에서는 누구나 물에 뜬다.

사해(Dead sea), 수영을 못해도 떠 있을 수 있다는 세상에서 제일 짠 호수, 진짜 그런지 보러가자.
지구에서 가장 낮은 지대, 증발량이 많아 점점 염도가 높아졌다는 호수, 더워서 일찍 떠나야 한다는데 어쩌다 보니 또 늦어졌다.
사해에 가는 대중교통수단은 없고 중간까지 가서 히치를 하라는데...
론니에 나온대로 마다바(Madaba) 버스 터미널에 가서 Suweimeh가는 버스를 물어보니 없고 Shuneh가서 갈아타란다.
진짠가? 모르겠네. 어쨌든 타고 보자. 미니버스안에는 영어 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
Dead sea, Dead sea 하니 고개는 끄덕거린다.

어제와 비슷한 언덕길을 달려 갈림길 앞에서 세워준다.
사해는 직진해야 하는데 이 버스는 오른쪽으로 간다는 것이다.
택시가 오더니 3디나르 부른다. 2부르니 그냥 가버린다. 역시, 네고가 잘 안 통하는 동네다.
큰 길까지 나와서 히치 시도, 잘 안 잡힌다.
자존심을 꺾고 돌아가서  아까 그 택시 타야 하나 하는데 다른 택시가 와서 서고 2디나르란다.

사해 주변은 증기 때문에 온통 뿌옇다. 건너편 이스라엘 땅이 희미하게 건너다 보인다.
사해 주변에 고급 리조트도 많다고 하는데 퍼블릭 비치인 암만 비치에 도착, 입장료 5 주고 들어갔다.

그런대로 잘 꾸며 놓았다.
파라솔 하나 빌리는데 0.5디나르.
사람들이 서 있는 건가, 떠있는 건가?
떠있는 거 맞다.
텔레비젼에서 본 익숙한 모습, 얼굴과 발을 내 놓고 떠 있는 모습.
나도 들어가봐야겠다.
물에 발을 들여놓으니 우선 드는 느낌, 뜨뜻하다. 염도가 높아 그런지 물도 맑지 않고 바닥도 돌투성이다.
그런데...발을 땅에서 떼니...뜬다. 아무 움직임 없이 가만히 있어도 뜬다.
신기하군.
머리를 이렇게 들고 있을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너무 짜기 때문. 입에 닿기만 해도 짜고 눈가에 닿기만 해도 쓰라리다.
모든 사람들이 취하고 있는 자세는 그럴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파도가 세서 누워서 책은 못 읽을 것 같다. 머리에 힘을 주고 있어야 하기에 오래 떠있기도 힘들고.
진흙이 유명하단다. 나도 바르려고 시도했지만 고운 진흙이 아니라 피부가 긁혀서 아프다.
혹시 벌레가 있을까봐  사해에 온 건데 벌레가 죽었는지는 모르겠고 상처났던 곳이 무지무지 아파서 바로 철수.
샤워장의 소금기 없는 물이 어찌나 반갑던지...!
음, 사해, 한 번 와서 몸을 담궈봤다는데 의미가 있지 다시 오고 싶지는 않은 곳이다.
햇볕이 강해지고 있다.

집에 가자!
큰 길에 나왔는데 차가 없다.
걸어서 암만까지 갈 수 있을까?
터덜터덜 걷고 있으니 어떤 택시가 뒤에 와서 선다.
아까 주차장에서 손님을 기다리고 있어 미안하다고 했던 택시.
이스라엘 여행자가 두 명 타고 있는데 같은 방향은 아니지만 나를 돕고 싶다고 타란다.
택시도 히치할 수 있구나.
가다가 미니 버스가 보이니 기사가 택시를 옆에 붙이고 암만 가냐고 물어본다. 자리 없어서 안 된다네.
아까 올 때 버스 내렸던 삼거리에서 내려주더니 여긴 차가 많을 거라고 한다.
정말 고마웠다. 바로 버스가 와서 암만으로 무사히 돌아올 수 있었다.
대중교통이 잘 발달 안 해서 그런지 히치가 쉽다. 주민들이 길에서 그냥 손을 들고 서 있는 모습도 보았다.
히치하면서 성추행 당했다는 얘기도 있던데 조심은 해야겠지만 히치해서 돌아다니는 것도 재밌다.

숙소에 돌아오니 은주가 맛있는 걸 발견했다고 한다.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기까지 하는데 얼마나 맛있으면 그럴까?
모양만 봐서는 뭘로 만들었고 어떤 맛인지 감이 오지 않는다.

그런데...맛있다. 정말 맛있다.
고소하고 쫄깃한 치즈 위에 달콤한 게 뿌려져 있는데 두 가지 맛이 기막히게 어울린다. 여행 시작 이후 가장 맛있는 음식이다.
가격은 0.7디나르, 암만 떠나기 전까지 매일 먹어야겠다.
다합에서부터 같이 여행한 은주.
러시아에서 일년간 교환학생으로 공부하고 귀국하는 길에 중동 여행을 하고 있다는 친구.
내일이면 한국으로 돌아간다. 일년간 집을 떠나 있었으니 집에 무척 가고 싶단다.
나는? 아직은 그렇게 가고 싶지 않은데...

내가 러시아 간다고 했더니 러시아 말을 모르면 힘들거라고 수첩에 몇 가지 회화를 적어주었다.
제일 중요한 말은 '나 중국인 아니에요, 한국인이에요'란다. 중국 사람을 싫어하기 때문에 이 말이 제일 중요하다고.
그 외, 공짜에요? 얼마에요? 제일 싼거 부탁해요. 학생할인돼요? 난 러시아를 사랑해요. 맛있어요. 고맙습니다 등등 배낭여행자에게 꼭 필요한  회화를 적어주었다. (러시아에 갔을 때 진짜 유용했다)
어쩌다 같이 여행하게 됐지만 어린 나이임에도 사려깊은 친구라 좋은 여행 파트너였다.
오늘은 콜라가 땡기네. 호텔 입구에서 한 장.
은주가 내일 돌아가면 나는 하루만 더 있다가 시리아로 넘어가야겠다.
어쩌다 보니 암만에 4박 5일이나 있게 되었는데 호텔도 맘에 들고,정직하고 재밌는 도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