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4. 10. 22:58

D+116 070709 시리아 비자 받기, 암만-다마스커스 이동

새벽 5시 반 기상, 오랜만에 일찍 일어난다.
벌레가 나보다 호텔방을 더 좋아하기를 바라며 호텔을 나섰다.
택시를 타고  JETT 버스터미널에 가서 7시 반 출발하는 다마스커스 행 버스를 탔다. 거의 모두 현지인, 관광객은 보이지 않는다.
앞에 앉은 아저씨가 한국에서 5년간 car business 를 했다고.
아줌마,아저씨, 얼마에요, 잠깐만요 등 생활한국어를 구사하는 재밌는 아저씨였다.
국경까지는 한 시간 걸렸다. 차장이 여권 보여달라더니 비자가 있냐고 한다. 국경에서 받을 수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요...
출국 도장 받는 건 언제나처럼 쉬웠지만 5JD의 출국세를 내야했다. 생각 못하고 디나르 잔돈을 다 써버려서 50디나르짜리 지폐를 깨야했다.
다시 버스를 타고 시리아쪽 국경으로 이동,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

요르단 사람이랑 시리아 사람은 그냥 스탬프 받으러 가는데 나는 비자피 내기 위해 우선 돈을 바꾸야 한다.
어디 정보북에서 본 대로 오른쪽 은행에 갔다. 얼마냐고 하니 자기네는 돈만 바꾸지 비자피가 얼만지는 모른단다.
말도 안되는 얘기다. 경찰에게 물어보고 오란다. 제복을 입은 사람에게 물어보니 33불 맞단다.
다시 은행에 가서 33불을 시리아 파운드로 바꿨다. 
이제 인지를 사와야 한다. 어디서? 두 개 빌딩 사이의 간이 건물에서. 33불을 바꾼 시리아 돈만큼 인지를 준다.
그럼 은행에서 33불을 내고 바로 인지를 팔면 안 되는 건가?
다시 국경 사무소 갔더니 인지를 붙이고 달러를 시라아 돈으로 바꿨다는 영수증을 보여달란다.
그럼 그냥 시리아 돈이 아니라 달러를 바꾼 시리아 돈으로 사야 한다는 얘기? 모르겠다.
스탬프는 금방 찍어주었다. 모두 40분쯤 걸렸다. 왔다갔다 하느라고 완전히 지쳐버렸다.
열시간 걸렸다는 무용담도 있던데 절차가 복잡해서 그렇지 별 말 없이 비자를 받을 수 있었다.
차장과 운전기사가 계속 챙겨줘서 다행, 버스로 돌아가니 내가 꼴찌, 모두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다시 한 시간 걸려서 다마스커스 도착. 7시 15분 출발해서 11시에 도착.
그런데 여기가 어딘지 알 수가 없다. 론니에서는 바랑께 터미널에 내려준다는데 아무래도 아닌 것 같다.
바랑께 터미날에서 50파운드면 시내까지 갈 수 있다는 얘기를 들어 네고를 시도했으니 아무래도 75까지 밖에 안 된다.
어쩌다 보니 버스에서 내린 사람들이 제 갈길 찾아 다 사라지고 나만 남았다. 이제 택시도 잡히지 않는다.
그런데 어떤 트럭이 와서 선다. 시내 가냐고 한다.
요르단의 좋은 기억을 생각해 탔는데 이 운전수가 치한이다.
첨에 악수할 때부터 손을 잡고 놓지 않더니 운전하면서 내 팔을 만지는 것이다.
이런 나쁜놈, 차 세워! 소리를 질렀더니 순순히 세워주기는 했다. 씩씩대며 빨리 내렸다. 퍽큐, 욕 한 번 못해준 것이 계속 아쉽다.
아, 시리아, 세상에서 제일 친절한 나라라는 소문을 들었는데 시작부터 꼬인다.
좀 더 조심하라는 의미로 생각해야지.
큰 길 아무데서나 내려서 도저히 어딘지 모르겠고 택시도 안 잡힌다.
어떤 젊은 남자가 타고 있던 택시가 와서 선다. 남자가 영어를 좀 할 줄 알아 그 남자를 우선 내려주고 시내에 가기로 했다. 
파운드가 없어 돈을 바꿔야 하는데 길이 어찌나 복잡한지 택시는 빙빙 돌고 있고 나는 긴 줄을 서서 겨우 돈을 바꿔 택시비를 낼 수 있었다. 100파운드. 으~아까 터미널에서 75주고 올걸... (1시리아 파운드 : 20원) 

숙소는 Al- Rabie(Al-Haramain이었던가? 바로 옆에 붙어있어서 기억이 잘 안 난다)도미토리.
가방을 내려놓으니 오늘 오전의 피로감이 한꺼번에 몰려온다.
그러나 도미토리여서 편히 쉴 수도 없어 우선 점심을 먹으러 나갔다.
나랑 같이 도착한 독일에서 온 펠릭스랑 같이 가게 되었다.
그런데 얘가 50파운드짜리도 비싸다는 것이다. 25짜리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잘 사는 나라에서 온 애들이 이렇게 짠순이 노릇을 하면 짜증이 난다.
나는 치킨 넣어서 50짜리 시켰는데 옆에 앉아 있던 손님이 한국에서 일했다고 인천, 부평, 수원 등 지명을 대더니 밥을 사주신다.
아니, 괜찮은데 사주신다면... 쥬스까지 공짜로 얻어먹고 나닌 시리아에서 받은 실망이 조금 풀리는 것 같았다.

다마스커스에서 볼 것은 올드 시티와 우메이야드 모스크(Umayyad mosque).
우선 오늘 올드 시티에 가보자.
지붕이 덮여 있는 시장, Souq al-Hamidiyya 를 통해 올드 시티로 들어간다. 무척 큰 시장이고 사람도 많다.
저런 옷은 무용수나 입는 거 아닌가? 무슬림 여인들은 겉으로 치장을 못하기에 화려한 속옷을 입는다는데 저런 걸?
이 동네에서 유명한 아이스크림 가게 발견.
아이스크림이 꼭 밀가루 반죽 같다.
맛은 좀 싱거운데 쫄깃한 식감이 특이하다.
올드 시티는 로마 시대의 벽으로 둘러싸인 지역으로 좁은 골목길이 특징.
분위기 좋다.
관광객을 위한 상점도 있고,
저 나무는 언제부터 이렇게 그늘을 드리우고 있었을까?
고소한 냄새가 나는 빵가게도 있고,
오랜 시간 빵을 구워냈을 화덕.
길을 잃기 딱 쉬운 골목길이다. 잔지바르 골목길 같은 느낌이다.

올드 시티를 한참이나 헤메다가 다운타운으로 돌아왔다.
시리아는 이집트, 요르단보다 거리가 훨씬 깨끗하고 정돈된 느낌을 준다.
프랑스 식민지여서 그런지 웬지 프렌치한 분위기, 히잡을 안 쓴 여자들도 많다.
저 휘황찬란한 네온 사인 간판은?
병원이다. 건물 윗층의 허름함과는 안 어울린다.
그리고 또 하나 인상깊은 건,
여기 저기 걸려있는 대통령 얼굴이다.
북한처럼 대통령 아들이 세습해 대통령이  되었다는데...
지나가는 차, 건물, 어디에나 그의 얼굴이 있다.
우연히 얘기하게 된 아랍에미리트 항공사 직원에게 물어보니 한 달전 선거가 있었기에 다른 때보다 많이 걸려있는 거란다.
이번 대통령이 두 번찌 임기에 당선되었단다.
그 전 대통령은(이번 대통령 아버지)30여년간 집권했는데 부정부패가 많이 있었는데 이번 대통령은 젊고 open mind 란다.
국민들은 그를 like하지 않고 love 한다고.
음, 잘 이해는 안 되는군. 우리가 갖고 있는 독재자의 이미지와는 다른 것 같다.
어쨌든 너무 많이 봐서 꿈에 나올까 두렵다는...
피곤한 하루, 4인용 도미토리 침대가 이렇게 반갑게 느껴진 적도 없었다.
남녀 공용 도미토리, 나빼고 다 남자일까봐 걱정했는데(그게 왜 걱정이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2:2여서 안심하고 잘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