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90 070921 마추피추에 오르다.
2009. 7. 24. 10:28 in 2007세계일주/페루

5시에 깼으나 5시 30분 버스를 타러가기에는 몸이 따라주지 않았다.
캄캄하고 피곤해서 다시 잠들었고 일어난 시간은 6시 40분, 7시 30분 버스를 탈 수 있겠지.
버스를 타러 가니 버스도 몇 대나 기다리고 있고 사람들도 많다. 시간표와 다르게 5시 반부터 계속 버스가 출발한 것 같다.
조금 더 일찍 갈 수도 있었는데. 딱 한 자리 남아있던 버스를 타고 출발.
마추피추 유적까지는 산을 지그재그로 8km 올라가야 한다. 좁고 아슬아슬한 길을 버스는 잘도 올라간다.
마추피추에 도착한 시간은 7시 40분.
잉카 트레일을 안 했기에 와이나피추라도 올라가봐야한다. 노력할수록 얻는 감흥이 클 것이기 때문.
30분쯤 기다려 입장, 내 번호가 195번, 벌써 내 앞에 194명이 올라가 있단 말이댜?
올라가면 끝내주는 경치를 볼 수 있다는데 거의 경사 70도의 돌계단을 기어올라가야 한다.
이거 쉽지 않네, 한국에서 등산하던 것과 비슷하긴 한데...중년의 백인 아줌마들은 헉헉대고 못 올라간다.
계속 나를 앞장서 올라가던 프랑스 청년, 올리비에, 은행에서 일하는데 석 달의 휴가를 받았단다.
매년 그런 건 아니고 10년 일했더니 석 달 줬다고. 그래도 좋은 걸...
버스도 안 타고 아구아스 깔리엔떼스부터 남들은 한 시간 반 걸리는 길을 40분만에 걸어왔다고, 대단한 놈.
나는 뒤에 처지고 올리비에는 벌써 저만큼 올라가 있다.
한 시간쯤 걸려 꼭대기에 닿았다.
아래에서는 볼 수 없는 도시 전체의 모습이 한 눈에 들어온다.
혹자는 콘돌을 닯았다고 하고, 미키마우스 같다는 사람도 있고.
1911년, 하이램 빙엄은 인디오 꼬마 소년을 따라 풀숲을 헤치고 올라와 이 유적을 발견했다. 그 전까지는 바깥 세상에 전혀 알려져 있지 않았다. 첩첩 산중에 이런 유적을 남긴 사람들은 어떤 생각이었을까?
언제, 어떤 용도로 지어졌는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스페인의 침략을 피해 도망치던 잉카 제국이 잉카 문명을 보존하기 위해 건설한 도시라고도 하고, 복수의 칼날을 갈았던 곳이라고도 하고.
잉카 제국이 비밀의 도시 빌카밤바를 건설했다는 얘기는 오래전부터 있어왔다.
처음에 하이램 빙엄이 마추피추를 발견했을때 빌카밤바인줄 알았는데 황금이 발견되지 않아 빌카밤바는 어딘가 다른 곳에 있을 것 같다는 결론. 안데스 산맥 깊숙한 곳, 아직 현대 문명이 닿지 않은 곳에 황금도시가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 이렇게 멀리 떠나와 책에서만 보던 걸 내 눈으로 보고 있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
어느 산 꼭대기나 그렇듯, 사람들은 이제 할 일을 다했다는 표정으로 쉬고 있다.
에너지바를 먹고 있었는데 먹을 걸 하나도 안 가져왔다기에 한 개 남은 에너지바를 줬더니 사양도 안하고 덥석 받는다. 나도 그거 한 개 밖에 남은 게 없는데, 1.5솔이나 준건데, 괜히 착한 척 했네.
나는 여기까지로 족하다.
내려오다 보니 땀을 뻘뻘 흘리면서 올라가는 사람들이 안쓰럽다. 얼마 안 남았어요, 올라가면 정말 멋져요, 이런 얘기를 하기 위해 산을 오르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올라갈 때 이름을 적고 내려올때 다시 확인한다. 나는 11시 30분에 내려왔다.
슬슬 비가 오기 시작한다. 마추피추의 날씨는 예측하기 어렵다고 들었으나 당연히 우비 같은 것은 없다.
일꾼들을 위한 오두막 같은데서 비를 피하니 또 서서히 그치기 시작한다.
그래서 공중 도시라고 불리고 오랜 세월이 흐른 후에야 바깥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을 것이다.
마추피추는 유적 자체로도 의미가 있겠지만 이런 산꼭대기에 있다는 게 더 의미가 있는 것 같다.
하긴 500년전이면 그리 오래된 일도 아닌데 서양인들이 워낙 황금 그런데 집착하고 있어서 높이 평가받는 것 같기도.
신났구나.
마추피추 유적 안에는 화장실도 없고 식당도 없다. 안에서 음식을 먹는 것도 금지돼 있다.
입구에 화장실이 있는데 티켓을 보여주면 나갔다 다시 들어올 수 있다.
이제 슬슬 나가봐야겠다.
이제 다시 못 볼 것을 알기에 자꾸 뒤돌아보게된다.
500여년전 이 도시를 버리고 떠나던 잉카 사람들도 그랬겠지. 스페인 군대가 가까워지고 있다는 흉흉한 소문이 들리고, 일궈놓은 밭, 삶의 터전을 남겨두고 떠나는 마음은 얼마나 아팠을까. 한발자국 뗄 때마다 뒤돌아보지 않았을까.
어쨌든 나는 배가 고파 나가봐야겠다. 올리비에에게 줘버린 에너지바가 무척 아쉽다.
입구에 카페테리아가 있는데 예상대로 무척 비싸다. 내려가서 먹어야겠다.
버스를 타볼까도 생각했는데 줄이 너무 길다, 6달러나 하고. 여행자가 남는 게 시간과 체력이지, 걸어내려가자.
버스가 지그재그로 올라온 길을 직선으로 내려가는 돌계단 길이 있다. 힘들지는 않은데 무릎 관절이 아파오기 시작한다.
먹은 것도 없어 체력도 떨어져 다른 사람들이 다 나를 앞지르기 시작한다.
중간에 버스길과 만나는 곳에 어떤 아줌마가 아들이랑 같이 앉아 물과 샌드위치를 판다.
3솔을 주고 샌드위치를 사먹고 기운이 좀 낫다. 적소, 적시에 앉아있는 아줌마, 사먹은 사람은 나 밖에 없어보이긴 하지만.
드디어 평지로 내려왔다.
어제 빅터가 알려준 메르까도에 가서 4솔짜리 돈까스와 수프를 먹었다. 이제 좀 정신이 난다.
호텔에 들어간 시간이 6시 반, 아침부터 11시간 내내 걸은 셈이니 정말 피곤하다. 어느 새 잠들어 깬 시간이 9시.
이대로 있기는 너무 아쉬워 나가봤다.
슈퍼에서 꾸스꼬 맥주라는 꾸스께냐를 사가지고 돌아왔다. 여기 고도는 2천 미터 정도라 괜찮은데 꾸스꼬에 가면 머리가 아파 술 생각이 안 날 것이기에.
캄캄하고 피곤해서 다시 잠들었고 일어난 시간은 6시 40분, 7시 30분 버스를 탈 수 있겠지.
버스를 타러 가니 버스도 몇 대나 기다리고 있고 사람들도 많다. 시간표와 다르게 5시 반부터 계속 버스가 출발한 것 같다.
조금 더 일찍 갈 수도 있었는데. 딱 한 자리 남아있던 버스를 타고 출발.
마추피추 유적까지는 산을 지그재그로 8km 올라가야 한다. 좁고 아슬아슬한 길을 버스는 잘도 올라간다.
마추피추에 도착한 시간은 7시 40분.
잉카 트레일을 안 했기에 와이나피추라도 올라가봐야한다. 노력할수록 얻는 감흥이 클 것이기 때문.
30분쯤 기다려 입장, 내 번호가 195번, 벌써 내 앞에 194명이 올라가 있단 말이댜?
올라가면 끝내주는 경치를 볼 수 있다는데 거의 경사 70도의 돌계단을 기어올라가야 한다.
이거 쉽지 않네, 한국에서 등산하던 것과 비슷하긴 한데...중년의 백인 아줌마들은 헉헉대고 못 올라간다.
계속 나를 앞장서 올라가던 프랑스 청년, 올리비에, 은행에서 일하는데 석 달의 휴가를 받았단다.
매년 그런 건 아니고 10년 일했더니 석 달 줬다고. 그래도 좋은 걸...
버스도 안 타고 아구아스 깔리엔떼스부터 남들은 한 시간 반 걸리는 길을 40분만에 걸어왔다고, 대단한 놈.
나는 뒤에 처지고 올리비에는 벌써 저만큼 올라가 있다.
한 시간쯤 걸려 꼭대기에 닿았다.
아래에서는 볼 수 없는 도시 전체의 모습이 한 눈에 들어온다.
혹자는 콘돌을 닯았다고 하고, 미키마우스 같다는 사람도 있고.
1911년, 하이램 빙엄은 인디오 꼬마 소년을 따라 풀숲을 헤치고 올라와 이 유적을 발견했다. 그 전까지는 바깥 세상에 전혀 알려져 있지 않았다. 첩첩 산중에 이런 유적을 남긴 사람들은 어떤 생각이었을까?
언제, 어떤 용도로 지어졌는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스페인의 침략을 피해 도망치던 잉카 제국이 잉카 문명을 보존하기 위해 건설한 도시라고도 하고, 복수의 칼날을 갈았던 곳이라고도 하고.
잉카 제국이 비밀의 도시 빌카밤바를 건설했다는 얘기는 오래전부터 있어왔다.
처음에 하이램 빙엄이 마추피추를 발견했을때 빌카밤바인줄 알았는데 황금이 발견되지 않아 빌카밤바는 어딘가 다른 곳에 있을 것 같다는 결론. 안데스 산맥 깊숙한 곳, 아직 현대 문명이 닿지 않은 곳에 황금도시가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 이렇게 멀리 떠나와 책에서만 보던 걸 내 눈으로 보고 있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
어느 산 꼭대기나 그렇듯, 사람들은 이제 할 일을 다했다는 표정으로 쉬고 있다.
에너지바를 먹고 있었는데 먹을 걸 하나도 안 가져왔다기에 한 개 남은 에너지바를 줬더니 사양도 안하고 덥석 받는다. 나도 그거 한 개 밖에 남은 게 없는데, 1.5솔이나 준건데, 괜히 착한 척 했네.
나는 여기까지로 족하다.
내려오다 보니 땀을 뻘뻘 흘리면서 올라가는 사람들이 안쓰럽다. 얼마 안 남았어요, 올라가면 정말 멋져요, 이런 얘기를 하기 위해 산을 오르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올라갈 때 이름을 적고 내려올때 다시 확인한다. 나는 11시 30분에 내려왔다.
슬슬 비가 오기 시작한다. 마추피추의 날씨는 예측하기 어렵다고 들었으나 당연히 우비 같은 것은 없다.
일꾼들을 위한 오두막 같은데서 비를 피하니 또 서서히 그치기 시작한다.
그래서 공중 도시라고 불리고 오랜 세월이 흐른 후에야 바깥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을 것이다.
마추피추는 유적 자체로도 의미가 있겠지만 이런 산꼭대기에 있다는 게 더 의미가 있는 것 같다.
하긴 500년전이면 그리 오래된 일도 아닌데 서양인들이 워낙 황금 그런데 집착하고 있어서 높이 평가받는 것 같기도.
신났구나.
마추피추 유적 안에는 화장실도 없고 식당도 없다. 안에서 음식을 먹는 것도 금지돼 있다.
입구에 화장실이 있는데 티켓을 보여주면 나갔다 다시 들어올 수 있다.
이제 슬슬 나가봐야겠다.
이제 다시 못 볼 것을 알기에 자꾸 뒤돌아보게된다.
500여년전 이 도시를 버리고 떠나던 잉카 사람들도 그랬겠지. 스페인 군대가 가까워지고 있다는 흉흉한 소문이 들리고, 일궈놓은 밭, 삶의 터전을 남겨두고 떠나는 마음은 얼마나 아팠을까. 한발자국 뗄 때마다 뒤돌아보지 않았을까.
어쨌든 나는 배가 고파 나가봐야겠다. 올리비에에게 줘버린 에너지바가 무척 아쉽다.
입구에 카페테리아가 있는데 예상대로 무척 비싸다. 내려가서 먹어야겠다.
버스를 타볼까도 생각했는데 줄이 너무 길다, 6달러나 하고. 여행자가 남는 게 시간과 체력이지, 걸어내려가자.
버스가 지그재그로 올라온 길을 직선으로 내려가는 돌계단 길이 있다. 힘들지는 않은데 무릎 관절이 아파오기 시작한다.
먹은 것도 없어 체력도 떨어져 다른 사람들이 다 나를 앞지르기 시작한다.
중간에 버스길과 만나는 곳에 어떤 아줌마가 아들이랑 같이 앉아 물과 샌드위치를 판다.
3솔을 주고 샌드위치를 사먹고 기운이 좀 낫다. 적소, 적시에 앉아있는 아줌마, 사먹은 사람은 나 밖에 없어보이긴 하지만.
드디어 평지로 내려왔다.
어제 빅터가 알려준 메르까도에 가서 4솔짜리 돈까스와 수프를 먹었다. 이제 좀 정신이 난다.
호텔에 들어간 시간이 6시 반, 아침부터 11시간 내내 걸은 셈이니 정말 피곤하다. 어느 새 잠들어 깬 시간이 9시.
이대로 있기는 너무 아쉬워 나가봤다.
슈퍼에서 꾸스꼬 맥주라는 꾸스께냐를 사가지고 돌아왔다. 여기 고도는 2천 미터 정도라 괜찮은데 꾸스꼬에 가면 머리가 아파 술 생각이 안 날 것이기에.
'2007세계일주 > 페루' 카테고리의 다른 글
D+192 070923 성스런 계곡 투어(Valle Sagrado de Los Incas) (12) | 2009.07.26 |
---|---|
D+191 070922 꾸스꼬 돌아가는 길 (10) | 2009.07.25 |
D+189 070920 꾸스꼬- 아구아 깔리엔떼스 이동 (8) | 2009.07.23 |
D+188 070919 꾸스꼬 자세히 둘러보기 (10) | 2009.07.22 |
D+187 070918 꾸스꼬 대충 둘러보기 (10) | 2009.07.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