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8. 25. 23:29

D+225 071026 비행기 타고 안데스 산맥 넘기, 산티아고-리오데자네이루 이동

산티아고를 떠나는 날.
어제 아일랜드 애들은 발파라이소(Valparaiso)에서 늦게 돌아왔는데 오늘은 또 비냐 델 마르(Vina del Mar)에 간다고 나갔다. 발파라이소에는 언덕을 오르는 에스컬레이터가 있고 파블로 네루다가 살았던 집이 있는 아름다운 오래된 도시고, 비냐는 리조트 도시라는데 왜 가고 싶은 마음이 안 들었을까?
칠레는 아타카마, 산티아고, 이스터 섬만 보았고, 칠레 사람하고 얘기를 나눠본 기억도 별로 없다.
작은 나라지만 주위 국가들과 전쟁에서 승리한 역사를 갖고 있고 이스터섬, 남극의 영유권을 주장하는 등 웬지 약은 나라라는 느낌이다. 언젠가 다시 오게 되면 좀더 칠레를 이해하고 싶다.

산티아고 공항, 벌써 세 번째다. 원월드 연합에 란칠레가 들어있다 보니 아무래도 자주 들르게 된다. 나중에 멕시코 시티 갈 때도 여기서 환승할 예정.
수속하고 기다리는데 내가 탈 비행기에 짐을 싣는 게 보인다. 오렌지빛 배낭 커버, 내 배낭, 확실히 잘 실리고 있구나.
오늘도 좋은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높이 올라가기 시작.
구름인 줄 알았더니 안데스 산맥이다.
며칠 전 버스를 타고 넘어왔던 안데스 산맥을 비행기로 넘고 있다.
설탕을 뿌려놓은 듯한 산 꼭대기 모습.
비행기도 꽤 높이 나는 것일텐데 산이 높다보니 바로 아래 내려다 보인다.

4시간 30분의 비행 시간, 리오에 가까이 가니 구름이 잔뜩 끼고 날이 어두워지고 있다.
구름을 뚫고 현지 시간 7시 반에 리오에 도착.
리오 공항은 웬지 칙칙, 산티아고 공항보다 훨씬 낙후한 모습이다.
입국 심사 창구도 몇 개 없어 수속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 
짐을 찾아 택시 운전사들의 호객 행위를 물리치고 버스 타러 갔는데 장대비가 내리고 있다.
오 마이 갓, 이런 비는 여행 떠난 후 처음 본다. 큰일이다.
이 배낭을 메고 (수속할 때 보니 16.7kg이었다) 어떻게 비오는 낯선 도시에서 숙소를 찾을 수 있을까?
어쨌든 이파네마 쪽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가이드북에는 어디서 내리는 지 다 물어보고 알아서 내려준다는데 물어보지도 않는다. 더 걱정이 되기 시작.

공항은 리오의 북쪽에 위치,  남쪽으로 달리는데 거리는 깜깜하고 돌아다니는 사람도 별로 안 보인다. 식당에 모여 있는 사람, 서성대는 사람들이 간혹 보인다. 도시 분위기 안 좋네.
해변 가까이 오니 호텔도 많고 분위기가 조금 바뀐 것 같기는 하다. 코파카바나 해변 다음이 아파네마(Ipanema) 해변, 내가 예약해 둔 호스텔이 이파네마 해변 가까이 있다. 앞으로 옮겨가 운전기사에게 물어보려 하는데 베트남계처럼 생긴 여자가 호스텔 예약 프린트를 들고 있다.
-거기는 어디에요?
말을 걸고 보니 내가 내릴 곳과 가깝다. 같이 내리면 되겠다. 그 여자가 운전기사에게 뭐라 하니 버스를 세워준다.

다행히 비는 그쳤다.
상파울루에 산다는 여자, 브라질리언이란다. 이민 몇 세 쯤 될까? 정신과 의사라는데 세미나가 있어 며칠 미리 왔단다.
깜깜한 거리를 같이 걸어 갈림길에서 헤어졌다. 혼자 어디서 어떻게 내려 호스텔 찾아가나 걱정했는데 언제나 살아갈 길은 있게 마련.

Light house 호스텔, 인터넷 평이 좋아서 예약했는데 와보니 홍콩의 청킹 맨션처럼 한 건물에 여러 숙소가 있다. 별 차이는 없어 보였다. 8베드 도미토리는 좁고 더웠다. 하룻밤에 45헤알(2만원)정도니 비싸기도 하다.(헤알 real, 복수는 reais 1헤알=500원)
리오에 오자마자 빨리 탈출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보다 조금 먼저 도착한 죠프라는 영국애와 얘기를 좀 하고 또 다른 애가 알려준대로 햄버거와 쥬스를 사 먹고 돌아왔다.
후덥지근하게 습도가 높은 여름 날씨, 이런 날씨도 참 오랜만, 쉽게 익숙해지지 않을 것 같다.
밤에 누워 있는데 비가 내리는 소리가 들린다. 나는 열대 우림 기후 가까이 와 있는 것이다.
 

*리오 호스텔, Light house, Barao da Torre 175, casa 20, Ipanema 이파네마 해변 근처. 8 mixed dorm 45헤알
좁다, 주인아가씨(?) 매우 친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