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8. 26. 10:42

D+226 071027 택시 타고 리우 둘러보기

브라질 기초지식. 면적은 우리나라의 40배로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큰 나라, 인구는 1억 8천만명, 언어는 포르투갈어, 백인, 백인과 흑인의 혼혈, 뮬라토가 인구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빈부 격차가 큰 나라 중의 하나.
브라질에서 유명한 건 리우 카니발, 아마존 강, 또?
난 카니발 스타일은 아니므로 세계 3대 미항, 리우를 잠깐 둘러보고 부에노스아이레스까지 빠르게 육로로 이동할 예정.

오늘은 비치를 좀 보고 내일 시티 투어를 신청할까 했는데 내일은 일요일이라 시티 투어가 없다.
시내 중심가는 주말에 텅비어 매우 위험하다고, 그럼 어쩌나, 혼자 대중 교통을 이용해 돌아볼 용기는 없는데.
실비아라는 명랑한 매니저가 그럼 택시를 타고 돌아보란다. 좋은 택시 운전사를 알고 있다고.
예수상(JC, Jesus Christ의 약자로 다들 그렇게 부른다)까지 올라가는 트램만 35인데 택시 대절하는 가격이 65라고.
글쎄, 그럼 그렇게 한 번 해 볼까요?
우선 꾸리띠바 가는 표를 사러 갔다.
이게 바로 그 유명한 리오 해변. 여자들은 끈 수영복, 남자들은 삼각 팬티 수영복, 이거 눈을 어디에 둬야 할 지 모르겠다.
삼각 수영복은 '쏭가'라고 부르는데 뭔가를 가리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보여주기 위한 것.
흰 백사장.
모래에서 자라는 야자 나무. 모두 느긋하게 해변, 햇볕을 즐기고 있다.

꾸리띠바 가는 버스 표는 123레알, 6만원이 넘는다. 브라질 물가 무시 못하게 비싸다.
오후에 택시가 도착해 출발, 유쾌한 브라질리언 아저씨다.
보타포고 해안(Praia de Botafogo).
왼쪽에 보이는 것이 퐁데아스카르(Pao de Acucar), 설탕빵이라는 뜻, 해발 396m, 신기하게 생겼다.
케이블카를 두 번 갈아타면 꼭대기에 갈 수 있다.
시내 중심가로 들어셨다. 토요일이라 상점도 다 닫고 거리를 걷는 사람도 없다. 혼자는 여기 걸어다닐 엄두도 못 냈겠다.
저기 JC가 보인다.
대성당(Catedral Metropolitana)에 도착.
원추형의 특이한 디자인. 1976년에 지어졌고, 높이는 80m, 직경은 106m로 2만명을 수용할 수 있다. 리버풀 대성당과 비슷.
역시 원뿔 위에 세워진 십자가.
앞 건물 유리에 비친 모습을 찍어보았다.
내부에는 아름다운 스테인드 글라스.
천장도 십자가 모양. 성스런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미사가 열릴 때면 더 멋있겠다.
특이한 건물, 방송국이라고 했던가?
저멀리 또 예수상, 도시 어디서든 다 보인다.
왼쪽에 보이는 게 카리오카 수도교(Aqueduto d Carioca) 위로 트램이 다니던가?
다음에는 리우의 보헤미안 지구로 알려진 산타 테레사(Santa Teresa) 에 갔다.
여기가 유명한 타일로 장식된 계단이다.
원래 허름한 동네였는데 20년전 한 칠레 화가가 계단에 타일 붙이기를 시작, 99개 나라에서 타일을 보내왔고 아직도 계속 작업중이란다.
예쁘다. 우리도 도시 정화운동의 일환으로 벽화 그리기 같은 거 하지 않나?
기념 사진 한 방 박아주고 있는데 그 화가란 분이 나타났다.
아, 안녕하세요. 예술가 타입이시네.
내가 좋아하는 호반장님도 여기 다녀갔다는 스크랩을 보여준다. CSI Miami 시리즈 5, 첫번째 편 무대가 리우다.
각 나라의 특이한 타일이 다 있다.
저건 태국말?
여기도 리우의 예수상이 보인다.
예술가 아저씨랑 기념 사진 한 장 찍고 우리나라에 돌아가면 타일을 보내주기로 약속했다.(아직 못 보냈다. 우리 전통 문화가 그려져 있는 타일 같은 걸 못 찾았다.)
산타 테레사 지구의 명물 트램. 택시 타고 다니니 저런 걸 못 타본다.
동화에 나오는 성.
예수상 가는 길.
산기슭을 따라 다닥다닥 지어진 집, 여기가 리우의 달동네.
호수 저편이 이파네마 해변이다.
그 너머는 바다.
이제 예수상이 가까이 보인다.
예수상까지는 꽤 가파른 길을 올라가야한다. 올라가는 기차가 있는데 그걸 타면 더 재밌겠다.
예수상이 있는 언덕은 해발 710m 이름은 코코바도, 귀여운 이름인데 곱사등이라는 뜻.
차는 주차장에 세워두고 버스를 이용해 올라가야 한다. 5레알.
버스에서 내려 예수상 아래까지는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해 올라갈 수 있다.
Christo Redentor, 구세주 그리스도, 가까이 와보니 정말 거대하다.
높이 32m, 1926년에 만들기 시작하여 브라질 독립 백주년이 되는 1931년에 완공.
이게 리우의 모습이다. 정말 아름답다. 퐁데아수카르를 중심으로 만, 섬, 바다, 도시가 한 눈에 펼쳐진다.
호수.
먼 바다.
 왜 리우가 아름다운 항구 도시로 손꼽히는 지 알 것 같다.
잘생긴 예수님과 사진 한 장 찍기가 이렇게 힘들다.
그래도 찍었지롱.
예수님의 뒷모습.
돌아가는 길, 고풍스런 건물이 많은 동네를 거쳐 간다.
이렇게 3시간 반동안 리우를 돌아보았다.
유쾌한 기사 아저씨, 이름 까먹었음. 예수상 버스비까지 70레알.
배낭 여행자와는 안 어울리는 택시 대절 투어였지만 시간이 없고 워낙 위험하다는 얘기를 많이 들어서 그런대로 괜찮았던 것 같다.

리우에는 2박 3일만 머문다. 다른 사람들은 짧다고 하지만 내게는 충분한 것 같다.
하도 위험하다고 그래서 충분히 즐길 수가 없고 이런 파티의 도시는 내 취향은 아니다.
빈부의 격차가 심하고 상위 1%가 전체 부의 반을 차지하는 나라, 사람들의 박탈감이 위험한 범죄를 낳는다.
예수상이 굽어보셔서 이 나라에 좀더 공평한 부의 분배가 이루어지길 바래본다.

숙소에 돌아와 일기를 쓰고 있는데가 캐나다에서 온 중국계 마크와 어제 만난 죠프가 티비를 보며 대화에 한창이다.
냉장고에서 맥주를 꺼내고 장부에 적어두기만 하면 되기에 나도 한 캔 마시며 동참.
죠프, 탐 크루즈를 보고 asshole이라고 하고 브라질 여자가 귀엽단다.
-난 게이야, 하지만 브라질 여자하고는 한 번 해 볼 수도 있을 것 같아. 그건 실험적인 일이 되겠지.
왓, 죠프는 게이였던 거다. 이렇게 공개적으로 게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처음 만나본다.
사실 오늘 아침 식사를 하며 죠프가 내 영어를 계속 칭찬해 주고 내 팔을 슬쩍슬쩍 건드려, 이게 뭔가 했는데 그건 보이의 터치가 아니라 걸의 감성을 가진 터치였던 것.
또 얘기도 잘 들어주고 대화  중간중간 추임새도 넣어줘 예사롭지 않은 특성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역시 게이였구나.
게이가 여자의 가장 좋은 친구라는 말이 이해가 되기 시작한다.
나에게 관심을 보이거나, 혹은 내가 그렇다고 착각하는 사람들은 왜 다 유부남이나 게이인거야.
리우 해변에는 게이들이 즐길 수 있는 바가 많다는데 죠프, 어쩐지 무척 들떠 보이더라.

죠프와 마크는 저녁을 먹고 바에 갈 거란다. 나는 저녁을 먹었기에 숙소에서 기다리다 같이 가기로 했다.
맥주 한 잔에 약간 알딸딸한 상태로 옷을 갈아입고 잠깐 침대에 누웠다.
눈 떠보니 한밤중, 8인용 도미토리에 아무도 없다. 뭐야, 나 빼놓고 다 파티에 간 거야?
외로웠다. 하지만 주위가 조용해서 또 잠이 왔다는. 그래서 난 리우의 밤이 어떤지 영영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