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9. 18. 10:59

D+244 071114 철지난 스키장에 가다, 바릴로체-푸에르토마드린 이동

어제 자전거 하이킹이 너무 피곤해서 일찍 일어날 수 없었다.
느지막히 일어나 체크 아웃 시간인 11시까지 다시 자다가 나왔다.
푸에르토 마드린 가는 버스가 다섯 시에 출발해 시간이 별로 없으니 가깝고 높이가 낮은 Cerro Otto에 가보기로 했다.
케이블카는 운행 안 한다고 했지만 걸어라도 가보려고 한다.

버스가 바로 와서 타고 Cerro Otto에 내렸는데 케이블카 운행은 당연히 안 하고 인포메이션도 닫혀 있다 .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걸어가는 길을 물으니 닫혀 있다고 말할 뿐이다. 걸어가는 길도 닫혔다는 얘기인가?
한 시간 정도 걸리는 다르 하이킹 코스도 알려주는데 어디서 시작하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기왕 이렇게 된 것, Cerro Cathedral에 가 보기로 했다. 거기 가는 버스도 이 길을 지나간다는 것이다.
스위스 샬레 풍의 집이 서 있는 거리에서 버스를 기다린다.
50, 51버스는 가끔 지나가는데 cathedral이라고 쓴 버스는 오지 않는다.
버스 정류장에는 우리 뿐, 지나가는 사람에게 물어보니 오긴 온단다. 30분에 한 대쯤인지 더 늦게 오는지 잘 모르겠다고.
대디는 정원마다 아름답게 피어 있는 꾳을 찍으러 다니시다 앞집 아줌마에게 들어와서 찍으라는 초대도 받으셨다.
한 시간쯤 기다리고 나자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냥 시내로 돌아가려고 길을 건너니 아줌마가 부르신다.
Cathedral가는 버스가 시내에서 정각에 출발하니 15분쯤 지나면 올 것이고 만약 안 오면 교차로까지 아무거나 타고 가서 거기서 버스를 갈아타면 된다는 것이다. 스페인어를 이만큼 알아들은 것이 나도 신기하다.
12시 15분까지 기다렸는데 안 온다. 50번이 오길래 타고 교차로까지 가려니 운전기사가 버스 온다고 기다리란다.
12시 40분에 버스가 왔는데 그냥 지나간다. 이런이런, 마구 뛰어가서 세워서 겨우 탔다.

버스는 주택가를 벗어나 완만한 언덕을 오르기 시작한다.
호수를 뒤로 하고 지그재그로 산을 올라가니,
눈 녹은 스키장이 나타난다.
계절은 우리와 반대, 지금은 초여름이니 스키 시즌은 벌써 끝난 것.
원래는 이 산 전체가 스키장, 리프트, 케이블카가 복잡하게 얽혀져 있다. 스키 시즌에는 굉장하겠다.
지금 운행하고 있는 건 케이블카 하나 뿐. 여기까지 왔으니 이거라도 타고 올라가봐야겠다.
그렇게 생각하는 건 우리뿐만이 아니다. 40페소라는 싸지 않은 가격인데 모든 관광객이 이걸 타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9분 동안 3000미터를 간다는데 너무 천천히 가는 듯, 50분이나 기다려서 탈 수 있었다.
3시에는 시내로 돌아가는 버스를 타야 하니 마음이 바쁘다.
그래도 케이블카 타는 건 언제나 재밌는 일이다.
올라가니 산장이 있다. 우리가 있는 곳은  1830미터 고도의 까떼드랄 산, 성당을 닮은 뾰족한 봉우리 때문에 붙은 이름인데 정확히 어디를 말하는지는 모르겠다.
눈도 밟아 본다.
멀리 호수와 마을과 산이 보인다.
사진이나 몇 장 찍고 내려가자.
그런데 옆에 있는 리프트가 돌아가고 있는 것 발견.
이거 뭐지? 공짜로 탈 수 있는 건가? 아까 케이블카 안에서 공짜 어쩌구 하는 안내를 들은 것도 같은데...
시간이 없지만 안 타 보면 후회할 것 같다. 타고 올라갔다 바로 내려오면 되겠지, 탔다.
높이 올라간다.
위의 산장까지 올라간다. 이럴 줄 알았으면 아래서 꾸물대지 말고 빨리 리프트를 탈 것을... 
우와, 역시 높이 올라가면 경치가 다르다. 아까 봉우리에 가려 안 보였던 멀리 있는 눈 덮인 산이 그림 같다.
스키 시즌에 와서 호수를 바라보며 스키를 타면 정말 멋질 것 같다. 물론 그 정도 실력이 되느냐는 다른 문제.
그런데 우리는 시간이 없다. 그냥 타고 내려가려 했는데 직원이 내렸다 다시 타야 한대서 땅 한 번 찍고 다음 것을 탔다.
바로 돌아가야 해서 아쉽긴 했지만 정말 잘 올라갔다 왔다.
그런데 내려오니 케이블카가 눈앞에서 떠나고 있다. 버스 놓치겠다.
에라, 시내까지 택시를 타던지 히치를 하던지 뭐 어떻게 되겠지. 둘이 다니면 느긋한 마음이 되는 것이다.

다음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왔다.
아빠가 내려오면서 보니 저기 주차장에 아직 버스가 도착하지 않았다고 한다. 
5분 남기고 내려서 뛰다시피 걸어갔는데 역시 아직 버스가 오지 않았다.  가끔은 시간을 제 때 안 지키는 버스가 반갑다.
주차장 옆의 목조 가옥, 저런 곳에 머물며 스키를 즐기면 제대로 낭만적이겠다.
버스는 3시 15분에 출발, 지금이 시즌이 아니라 교통도 불편하고 정보도 제대로 없어 돌아다니기 힘들다.
그래도 까떼드랄에 갔다온 건 잘 한 일이었고, 리프트 타고 꼭대기까지 올라가본것도 재미있었다.

시내에 도착하니 3시 45분,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다.
환전을 하고 호스텔에 가서 짐을 찾아서 터미널 가는 버스를 기다리는데 그저께 표 끊으러 갈 때는 바로 오던 버스가 오늘은 안 온다. 하루 종일 안달복달하는 날이 되어가고 있다.
택시 타기는 여태껏 기다린 게 아깝고 조금만 더 기다려 보자.
4시 30분까지 기다리다 안 오면 택시 타고 가려 했는데 30분에 터미널이라고 쓴 버스가 온다.
탔더니 기사 아저씨가 뭐라뭐라한다. 타지 말라는 얘긴 것 같은데 그냥 탔다.
그런데 이게 시내를 빙글빙글 돌아가는 것이다. 시계를 보며 계속 마음을 졸이게 된다.
-아저씨, 5시 버스인데 터미널까지 갈 수 있어요?
그렇단다. 우리는 애타 죽겠는데 아저씨 운전은 왜 이리 느린지, 타는 손님과 수다를 떨고 정류장에서 기다리기까지 한다.

4시 55분에 터미널 도착, 또 뛰었다. 그 동안 수십 번 버스를 탔지만 버스가 터미널에 먼저 와 있었던 경우는 이번이 처음.
하지만 이런 일을 한 번 겪으면 다음부터는 미리미리 준비하게 될 것이다
이층 맨 앞자리에 앉아 다리를 뻗으니 그 동안 긴장이 풀리고 기분이 나아졌다.
버스는 10분 늦게 출발했다. 모든 늦게 출발하는 버스, 기차, 비행기에 감사하는 마음이 절로 생기는 하루다.
역시 이층 맨 앞지라는 최고다. 돈 더 내고라도 앉고 싶은 자리다.  
눈 덮인 산,
호수 사이로 난 세상에서 가장 멋진 드라이브 코스를 달리고 있다.
옆자리에서 아빠는 감탄사를 연발하며 끊임없이 셔터를 누르신다.
결국 이번 여행에서 제일 잘해드린 일은 요령있게 버스 맨 앞자리를 확보해드린 일인 것 같다.
그런데 사고 나면 앞으로 바로 튀어나가니 위험할 것 같긴 하다. 안전 벨트는 필수.
평원을 한참이나 달려 도착한  El bolson 시내 모습. 심심하겠지만 조용한 산골 마을에 며칠 머무르는 것도 좋겠다.
남쪽으로 갈수록 해가 늦게 져서 9시까지 풍경을 즐길 수 있었다. 
앞으로 달려가야 할 길.
밤이 되어 도착한 어느 휴게소, 우리가 타고 가는 버스 회사 이름은 Mar Y Valle, 바다와 골짜기.
골짜기에서 출발한 이 버스는 밤새 우리를 바다로 데려다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