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9. 13. 11:45

D+241 071111 탱고 공연을 보다.

배낭여행의 중요한 수칙 한 가지.
아침 식사가 공짜일떄는 하루 영양소의 반을 섭취한다고 생각하고 먹어줘야 함.
진짜 호텔이다 보니 빵도 몇 가지 종류가 있고 햄, 치즈, 메론, 오렌지, 바나나까지 있다.
웨이터 아저씨가 돌아다니며 뭐 더 필요한 거 없냐고 묻기도 한다.
아침도 든든히 먹었으니 나가 보자.
오늘도 일요일이라 할 것이 마땅하지 않다.
봄햇살 가득한 산 마르틴 광장.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봄은 가란다 꽃과 같이 온다.
국립 미술관 가는 길.  오늘도 역시 날씨가 좋다.
Avenue del Libertador1473번지. 리베르따도르는 제일 큰 도로, 한참을 따라 걸어가야 한다.
입장료는 무료. 엽서가 몇 장 없는 게 마음에 안 들었으나 콜렉션은 나름 충실했다.
<Lungo il naviglio> Emilio Gola.  음...이태리어는 몰라요.
<La Moulin de la Galette> 빈센트 반 고흐. 역시 풍차 그림은 고흐
<Place de la Mairie> 블라밍크.
<Le Port>-항구  알베르 마르께. 에르미타쥐에서 처음 보고 좋아하게 된 마르께의 그림이 여기에도 있다.
<Light Red and Dark Red> 로스코. 언제나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혀 주는 그림.
 하지만 언제나 드는 생각, 나도 그릴 수 있겠다.
<Primavera>-봄 Eduardo Sivori. 아르헨티나 작가. 역시 봄은 여자의 모습으로 온다.
<Calle de la Bocca>보까 거리. Victor Cunsolo. 1930년에는 이렇게 생겼었구나.
지금처럼 칼라풀하지는 않아도 멋진 거리였을 것 같다.
서양 미술사를 한 번 훑는 기분으로 둘러볼 만하고 아르헨티나 작품도 꽤 볼만했다.

나오니 오늘도 푸른 하늘, 하얀 구름.
성모 필라르 성당.
한가한 일요일 오후 풍경.
주말마다 열리는 기념품 시장이 열리고 있다.
손뜨개로 만든 옷, 가죽으로 만든 악세사리 등을 팔고 있다.
시장에서 먹을 걸 빠뜨릴 수 없다. Pan Caliente-뜨거운 빵.
한자로 뜨거운 빵이라고 써 달란다. 그런데 어떻게 써야 하지? 火...어쩌구?
행위 예술가, 역시 유럽 이민자들이 세운 도시다.
켄타로사우르스? 뭐 그런 거 아닌가?
기괴한 나무. 뿌리가 다 드러나 있다. 대도시에서 자라기에는 어울리지 않아보인다.
호텔로 돌아가는 길.
거리 이모저모.
가란다 꽃은 어디에나 피어 있다.
촬영하고 있는 모습 발견. 칠레 아타카마에서도 촬영팀을 봤는데 이번이 두 번째.
빨간 머리의 주인공, 얼굴은 별로인데 키가 커서 눈에 확 띄었다.

호텔에서 좀 쉬다. 어제 예약해 둔 까페 토르토니에 탱고 공연을 보러 갔다.
공연은 8시 반에 시작하는데 7시 반까지 오라고 해서 갔더니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예약하고 가야 할 듯.  
1858년에 문을 연 시내에서 가장 오래된 까페. 스페인 시인 가르시아 로르카가  즐겨 찾았다는 곳.
큰 홀은 까페로 사람들이 차를 마시고 있고 탱고 공연은 뒷쪽 작은 홀에서 한다.
입장료 40페소, 앞에서 두 번째 줄로 안내해 준다.
저녁을 안 먹어서 피자와 스테이크를 시켰는데 음식은 별로.
치즈가 많이 뿌려져 있긴 한데... 음식값 42페소.
8시 반이 되자 탱고 공연이 시작된다.
피아노, 바이올린, 콘트라베이스, 아코디언으로 구성된 악단인데 거리의 공연보다는 수준이 훨씬 높은 것 같다.
가수는 목소리가 너무 걸걸해서 별로, 우루구아이 탱고 가수 목소리랑 비슷했는데 탱고 여가수는 다 그런 걸까?
노래 사이사이 댄서가 나오는데 정말 멋졌다.

기름을 발라 머리를 넘긴 느끼한 남자와 별로 예쁘지 않은 여자였는데 표정, 몸짓등이 아름답고 애절했다.
얼굴이 예쁘지 않아도 충분히 아름다울 수 있다. 갑자기 탱고가 배우고 싶어진다.
여행자를 대상으로 한 짧은 교습도 많은데 단 하루라도 배울 걸 그랬나?
같이 앉은 미국 여행자도 3주 휴가동안 탱고를 배우러 왔다고 했던 것.
공연은 9시 반이 지나서 끝났다.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마지막 밤을 탱고 공연으로 마무리했다.
내일 떠나기가 많이 아쉽다. 한밤중의 클럽에도 못 가 보고, 탱고도 못 배웠으니.

만나는 여행자마다 좋았다고 했던 부에노스 아이레스, 낭만적이면서도 회한이 서린듯한 도시 분위기, 지나가는 여행자에게는 멋진 곳이지만 사는 사람들은 어떨지 모르겠다. 
미래가 아니라 과거를 바라보고 사는 듯한 느낌을 받았는데 다음에 올 때는 밝은 미래에 대한 기대가 가득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