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9. 11. 10:11

D+240 071110 20시간의 버스 여행 후 부에노스아이레스에 도착.

눈을 뜨니 아침 일곱 시.
아직도 버스는 달리는 중.
왜 여기 서는지 모르겠다, 휴게소도 아닌데.
온통 진흙탕. 밤새 달려온 버스.
다시 출발.
다리가 보이고 교통량이 점점 늘어난다. 부에노스 아이레스에 가까이 온 것 같다.
버스는 10시 반에 레티로(Retiro)버스 터미널에 닿았다. 정확히 20시간의 버스 여행, 중간에 타이어 안 갈았으면 18시간도 가능할 것 같다. 아르헨티나 땅이 얼마나 넓은지 새삼 깨달을 수 있는 하룻밤이었다.
 
Remis(콜택시 같은 것) 부스에 가서 호텔 주소를 대니 25페소란다.
지도로 보면 분명 가까운데 그렇게 많이 나올리가 없다. 터미널 나와서 택시를 잡아타니 7페소 나왔다.
산마르틴 광장 옆에 있는 디플로마 호텔.
어제 전화했다고 하니 이름도 안 물어보고 원래 210페소인데 특별가로 190페소에 해 준단다.
깎아줘도 웬지 속는 것 같은 이 기분은 뭘까? 원래는 150페소쯤이 아닐까?
가이드북에도 70달러 정도라고 나와있었으니 비싸게 부른 것은 아니다. 방은 그냥 호텔 같다, 나름 깔끔.

좀 쉬다 배고파서 한국 음식을 먹으러 가기로 했다.  
산 마르틴 광장의 가란다 꽃.
지하철 Medalla Milagrosa역에 한인촌이 있다는 정보를 어디선가 들어서 무작정 가보기로 했다.
지하철 모습. 조금 새 것도 있는데 이건 아주 오래된 객차. 희미한 조명, 딱딱한 나무의자가 더 운치 있어 보인다.
우리나라 오래된 지하철은 타기도 싫은데 이런 지하철은 멋있어 보이는 건 무슨 마음일까?
지하철에서 내리니 바로 보이는 한글 간판.
치과 의사와는 언어가 통하는 게 좋겠지.
한국 사람이 사는 곳에는 빠지지 않는 학원, 독서실까지 있는 걸 보니 한국 사람이 많이 살긴 하는 것 같다.
그런데 음식점은 어디 있는 걸까? 어떤 한국 아저씨에게 물어보니 오른쪽으로 돌아가면 있다는데,
둘리 분식점 발견.
그 아저씨가 이 분식점을 말한 건 아닌 것 같으나 분식점을 발견했으니 이걸로 상황 종료.
주인 아줌마는 말투가 조선족 같다. 어떻게 여기까지 와서 분식집을 하고 있는지...?
떡볶이, 김밥, 라면을 시켰다. 모두 35페소(1만원)
으흐, 완전 신났다.
고등학교 때 자율학습 땡땡이 치고 가곤 했던 할머니 분식집 맛이랑 똑같다. 그만큼 맛있다.
대디는 평소 맵고 짠 음식을 안 드셔서 죄송하긴 했지만 앞으로 또 어디서 떡볶이를 먹을 수 있을지 기약이 없기에 기회가 있을 때 먹어둬야 하는 것이다.

배부르게 먹고 나오니 바로 옆에 진짜 한국 음식점이 있다. 그래도 떡볶이로 아주 만족.
돌아올 때는 버스를 타고 왔다. 거리가 바둑판 형태고 거리 이름이 잘 씌여 있어 버스 타고 구경 하며 다니는 게 더 재밌다.
산 마르틴 광장까지 돌아와 쇼핑가인 플로리다 거리를 끝까지 걷고 까페 토르티니까지 가서 내일 탱고 쇼를 예약하고 돌아왔다.
6시 반이었는데 밤버스 타고 낮잠도 안 자서 피곤하길래 그냥 쉬기로 했다.
티비에서 미국 영화를 많이 해주고 있었는데 '필라델피아'를 다시 보면서 잠들었다.


*부에노스아이레스 숙소, Hotel Diplomat, San Martin 918, 트윈룸 190페소. 평범한 호텔.